[MBN스타 김윤아 기자]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MBC ‘앵그리맘’에서 지독한 악역을 맡더니만 ‘사랑하는 은동아’, 그리고 tvN ‘신분을 숨겨라’에서는 정의로운 형사로 분해 선한 카리스마를 풍겼다. 1년 이상 시간차이를 두고 출연해도 연기 변신이라는 호들갑스러운 평가를 받을 만한데, 지난 상반기 동안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캐릭터를 거뜬히 소화해 냈다.
김태훈. 그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연기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기파 배우다. 연극 무대에서부터 시작해 독립 영화를 거쳐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춘 김태훈은 차근차근 ‘신스틸러’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대학 졸업하고 연극무대를 시작으로 연기를 한지 10년 차가 됐어요. 독립영화를 거쳐 본격적으로 상업 영화에 들어선 것은 ‘아저씨’죠. 예전보다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늘다 보니깐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많아져요.”
어린 마음에 연출 기획자가 멋있어 보여서 막연한 마음으로 한양대학교에 진학했고, 배우가 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선배들이 좋아서 선배들이 준비하는 연극 무대에 우연찮게 올라 선 것이 계기가 됐다.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
“형 김태우는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를 꿈꿨는데, 저는 사실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 무대에 올랐을 때 긴장 되고 불편하기만 하고 안 즐겁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데 내가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보면서 통쾌하고 즐거운데, ‘왜 나는 잘 안될까. 나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여기 까지 온 것 같아요.”
김태훈이라면 빠질 수 없는 이야기는 역시 형 김태우다. 그의 둘째 형 역시 연기파 배우 김태우인 것. 형의 그늘에 가려 본의 아니게 2인자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리진 않았을까 우려 했지만 김태훈은 형을 존경하는 배우로 꼽는 것은 물론, 김태우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태우 형은 생활력이 강해서 어릴 때 함께 인형 탈을 쓰고 하는 아르바이트도 했고, 찹쌀떡도 같이 팔러 다녔어요. 3형제인데 우애가 깊어서 항상 같이 있으면 즐겁죠. 그래서 형의 존재를 숨기고 싶지 않았고, 이름을 바꿔야하나 이런 생각도 없었어요. 가끔씩 우리 같은 사람이 어떻게 배우가 됐냐고 얘기하기도 하고, 특히 형들은 ‘네가 어떻게 배우가 됐냐’고 말해요. 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 그는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에는 우직하게 한 길만 걸어갔다. 오히려 그런 그의 성격이 지금의 배우 김태훈을 있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딱히 특별한 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을 살피고 눈을 돌릴만한 주변머리도 없어요. 잠자고 눈 뜨면 그냥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할 뿐이에요. 그래서 긴 무명생활 속에서도 ‘배우를 그만두고 다른 걸 해봐야지’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그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 한 달반 공연에 30만원을 받고, 연봉 100만원~200만원을 받으면서도 “‘이 돈을 받고 왜 생활이 안 되나’라기 보다는 오히려 공연 참여에 대한 인정을 받는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예능 출연에 대해 “예능 보는 건 좋으나. 나는 자신이 없다. 아직까지는 연기에 몰입하고 싶다. 이제 한참 연기에 집중하고 열심히 해야 할 때”라며 우직한 연기 열정을 보였다.
고집스러운 그의 연기 인생이 ‘신분을 숨겨라’에서 주연을 맡으며 빛을 발했다. ‘신분을 숨겨라’의 출연은 김정민 PD의 전작 ‘나쁜 녀석들’이 인연이 됐다. 그는 극비 특수 수사팀 경찰로 분해 이전의 악역 이미지를 지우고 정의로운 이미지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제작진이 ‘다음 작품에서도 만나자’고 하는 말을 잘 믿지 않아요. ‘내가 다음번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도 열심히 하고 있어야할 텐데. 성장해 있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갖죠. 그런데 이렇게 감독님이 나를 다시 불러준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