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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사랑은 찌질하게 비치는 경우가 많다. 연애와 결혼, 꿈, 희망 등을 포기한 '7포 세대'인 현재의 청춘들은 특히 더 그렇다. 사회 탓이다.
몇 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노량진 지킴이 길호(오정세) 역시 마찬가지다. 만화책과 무협지에 빠진 그는 이 분야에 능력이 있지만 공무원 준비에 집중한다. 하지만 합격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 생계 막막한 여느 고시생 중 한 명인 길호는 참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어느 날, 우연히 정숙(조은지)을 만난 길호. 대학 내내 길호를 짝사랑했던 후배는 정숙이라는 이름 덕분(?)에 어느새 중견 기업 정수기 회사 과장이 되어 있다. 두 사람은 술과 함께 추억에 젖어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시험도, 취업도 연거푸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도 정신을 못 차리는 길호에게 정숙은 짜증을 내고, 정숙의 부모도 길호를 반대한다.
영화 '션샤인 러브'(감독 조은성)는 오정세와 조은지의 커플 연기가 자연스럽다. 실제 커플처럼 보일 정도다.
오정세는 무슨 옷을 입어도 자기 식대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웃픈' 고시생 역할 역시 마찬가지다. 첫 로맨스 작품이라는 조은지도 오정세와 함께, 대단하고 특별할 건 없지만 현실 감각 가득한 연애 이야기의 여주인공으로 해야 할 역할을 잘했다. '조은지가 이렇게 예쁜 여배우였나?'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여느 커플들처럼 지하철, 공원, 서점, 놀이터, 자취방 등을 오가며 데이트를 하는 모습도 아기자기한데, 과거 첫사랑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길호가 취미로 무협지를 쓰다가 공상에 빠지는 신에서는 찌질하고 소심한 주인공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주인공이 되는데, 그 과장된 카메라 기법이 유쾌하다. B급 정서가 물씬 풍기지만, 그렇게 유치하기만 하진 않다. 또 샌드아트 기법을 활용해 장면 전환을 한 건 동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나이 들수록 꿈은 작아지지만 사랑은 포기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한낮의 햇살처럼 서로에게 따뜻하게 비추는 사랑을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바람이 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오사카 아시안필름페스티벌 등에 초청돼 코믹하면서 감성적인 연출로 관심을 받았다. 84분. 12세 관람가.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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