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영화 ‘베테랑’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베테랑’은 20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누적관객수 1272만8068명을 기록해 역대 한국영화 흥행 6위를 기록했다.
통쾌한 액션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쫀쫀함, 가려운 등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장면장면 등, 거기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베테랑’의 인기요인은 다양하게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이 ‘베테랑’이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데는 외유내강의 대표 강혜정이 있다.
강 대표는 1995년부터 영화계에 몸 담았고, 2005년 외유내강을 차렸다. 아직도 영화는 블루칩이라고 말하는 강대표는, 영화 제작, 홍보가 하고 싶은 이들에게 “하세요”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작가가 될 거야’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감독이 되겠어’가 아니라, 영화감독, 영화 작가라는 이름 때문에, 취해서 영화를 하러 오면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류 감독이 말하는 것처럼 ‘영화 노동자의 삶’이다.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창작을 부족함을 느낀다. 또 그런 것에 질문을 던지면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는 힘든 직업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가장 큰 출발점은 ‘질투’라고 생각한다. ‘나도 하고 싶고 부럽다’ ‘저렇게 멋진 것을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이상하게 흐르면 살리에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 계산하지 말고.”
강 대표가 확실히 말 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강 대표 역시 20년 넘게 영화 쪽에 뿌리를 박고 있고, 산전수전 모두 겪으며 많은 이들과 만나면서 느낀 값진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일을 할 때 받은 돈이 월 55만 원이었다. 요즘에도 영화 현장에서 받는 처우를 보면 열악한 곳이 많지 않나. 당시 내 친구들 초봉이 2700정도 였다. 대기업에 다니고 근무조건이 좋았다. 그게 자괴감이 될 수 있었지만, 난 월급도 제때 받았고 빳빳한 새 돈으로 받았다. 뿐만 아니라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최근 나와 세대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들도 영화현장에 많이 나오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영화와 삶에 대한 태도더라.”
적은 월급, 바쁜 하루하루, 어린 나이에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보다 일에 열중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강 대표는 미소를 지었다.
“95년 당시에 주 8일을 일한다고 할 정도였다. 친구들이 ‘너만 일하냐’ 비아냥거리기도 했는데 하루 같이 일해 본 친구는 이해를 하더라. 내가 일하는 상황을 보여줄 수 없으니(웃음). 당시 전단을 접어서 극장 앞에서 나눠 주기도하고 2000천 통 편지 붙이기 이런 것도 했는데. 하루 같이 해 본 친구들은 내 일의 강도가 세다는 것을 알고 이해해 주더라.”
강 대표는 특히 “친구, 가족은 불평, 불만을 하더라도 기다려 주는 사람이다. 애인 관계도 마찬가지”라며 “바빠서 헤어진다고들 하지만, 얼굴을 못 본다고 해서 사랑의 감정을 접는다면 거기에서 헤어지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 뭔가. 상대를 위해 목숨도 걸 수 있는 것 아닌가. 모두가 그럴 것이다. 나 역시 그렇고”라고 말했다.
“가족들이 바쁘게 일을 하는 것에 불평을 하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지 힐난이 아닌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매 순간 아이들이 7, 일이 3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이 서운해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불안해했고 ‘내가 이렇게 일하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하는 엄마들은 모두 느낄 것이다.”
영화감독의 아내, 영화제작사 대표, 세 아이의 엄마, 부모님의 딸. 강 대표에 붙는 타이틀은 참으로 많다. 또, 강 대표는 어느 하나 뒤처지지 않게 완벽하게 해낼 것처럼 보였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고민도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정확하게 설득시키는 것이다. ‘두세 살에게 말을 해도 알아 듣겠어’ 하지만 아이가 울 때 우는 아이를 달래면서 조곤조곤 달랜다. 최근에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삶의 전환점을 맞았고 관점이 달라졌고, 존재에 대한 배경이 달라졌다. 많이 힘을 얻었다.”
“‘베테랑’ 촬영을 마치고 개봉하기 까지 13개월 동안 공부하는 프로그램을 하게 됐는데, ‘내가 이제까지 이런 제작자 였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지난 9년을 보게 된 것이다. 동시에 남편이자 파트너인 류승완 감독도 인정하게 됐다.”
강 대표는 “정말 고맙다. 류 감독이 나와 함께 하면서 해준 배려를 느끼게 됐다.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인 나와 작품을 하면서 마음껏 작품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라며 “류 감독의 같이 회사를 만들었다는 책임감, 아내가 훌륭한 제작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느꼈다. 이제 정말 파트너십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남편 류 감독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예전에는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당당해야 작품도 당당해지고, 감독, 배우 모두 당당해진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생각을 가진 후 첫 작품이 ‘베테랑’이다. 블라인드 시사회에서도 좋은 평을 받았지만, 아직도 “왜?” 라는 생각도 들고 어떨떨하고. 정말 기분이 좋다. 또 존재의 확장이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재밌다.“
전작 ‘베를린’도 잘 된 작품이고 성적도 좋았지만,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영화 제작사 대표로서 당연한 생각이다. 하지만 강 대표는 “‘베테랑’이 잘 됐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음 작품에서는 ‘베테랑’에서 성취한 부분에서, 가지 못했던 부분을 가면 되지, 라는 생각이 남아있다. 다음 작품이 안 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강 대표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강 대표는 “그래서 인간인 것 같고 사람인 것 같다. 혼자가 아니라 사람 간에 연결이 있고 끈이 있다. ‘내가 해낸 것을 당신도 할 수 있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생각에서 주는 영감이 중요한 것 같다. 때문에 앞으로 더 신나게 일할 수 있고 나 혼자만이 아니고 사람 사는 맛이 그렇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테랑’은 너무 쉬운 얘기라는 콤플렉스가 있었다. 기시감이 들까봐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대중과 소통하기에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 대표의 말처럼 ‘베테랑’은 어쩌면 뻔할 소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뻔하지 않게 스토리를 풀어내고 배우들의 캐릭터가 팔딱이기 때문에 ‘베테랑’은 더 이상 뻔할 수 없는 것이다. 강 대표는 “류 감독은 ‘이건 안 돼’ ‘저건 안 돼’라는 생각보다 즐거움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한 팀워크도 좋았다. 영화는 협업이다. 오케스트라처럼 모두가 제 자리에서 잘 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내 직업, 내 일이다. 가장 사랑하는 직업이다. 이렇게 말하니 참 좋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 내 직업이라니. 제가 사람들한테 뭔가를 줄 수 있다는 자부심이 들어 참 좋다”
최준용 기자, 손진아 기자, 김진선 기자, 최윤나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