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물의를 일으키고 방송 활동을 중단하는 연예인들을 가리켜 흔히 ‘자숙 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 자숙이 그저 ‘관례’로만 변질된 형태를 보여 우려의 시선을 자아내고 있다.
노홍철은 최근 MBC 추석특집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작년 11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지 1년이 안 돼 브라운관으로 복귀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해 여름 이후 이수근, 이태임, 토니안 등 각종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차례로 방송 복귀를 선언했다. 그야말로 ‘복귀 러쉬’인 셈이다.
그렇다면 ‘자숙’이라는 것은 뭘까. 일단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조심한다’는 뜻이다. 연예계에서 흔히 쓰는 ‘자숙’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만한 물의를 빚었을 때 반성의 의미로 방송인들의 생업인 ‘방송계’를 점시 떠나는 것을 표현한다.
↑ 사진=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방송 캡처 |
이 ‘자숙’이라는 것은 언젠가부터 연예계의 고민거리가 됐다. 자숙에 대한 어떤 가이드라인 혹은 기준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를 비판하기도, 안쓰러워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같은 죄를 저질러도 어떤 이는 6개월 만에, 어떤 이는 10년이 지나도 복귀를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지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기준이 모호하니 이 ‘자숙’이라는 단어가 마구잡이로 사용되고 있다. 그야말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조심’하고 ‘반성을 하는’ 기간보다 일종의 관례, 예를 들어 ‘방송을 쉰다=그만큼 자숙한다’는 표현처럼 쓰이고 있는 셈이다. 사실 방송을 쉬는 것과 ‘진심 어린 반성’은 별개인데 마치 이 두 가지가 같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그러니 대중은 이들의 ‘자숙’에 더욱 불신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자숙의 기간 동안 연예인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불투명성’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노홍철의 복귀에 대중의 시선이 냉담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홍철은 자숙 기간을 선언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지난 8월 FNC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이는 ‘자숙 기간=방송 준비 기간’으로 비춰질 만 했다. 전속계약을 이룬 후 소속사 측은 “노홍철이 당분간 방송 복귀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곧바로 그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다. 대중의 실망감이 커진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노홍철의 경우처럼 자숙의 기간 동안 어떤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 연예인들이 어떤 ‘반성의 시간’을 가졌는지 대중은 알지 못한다. 이들이 이 시간에 여행을 하든, 사업을 하든 말이다.
또한 2013년 도박 혐의로 법정행을 면치 못했던 붐, 양세형, 앤디, 이수근, 토니안 등이 비슷한 시기에 복귀를 선언한 것도 자숙이 ‘관례’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사례다. 2014년 10월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춘 붐을 시작으로 이들은 2015년 차례로 복귀를 했다.
눈 여겨봐야 할 것은 이들의 형량과 복귀 시점이다. 양세형과 붐은 이수근이나 토니안보다 도박 횟수나 금액이 적어 약식 기소됐다. ‘죄질’이 그만큼 작다는 뜻인데, 이들은 가각 5개월, 1년이라는 자숙 기간을 거쳐 방송가에 발을 들였다. 이들보다 양형이 컸던 이수근과 토니안은 나란히 1년6개월에서 2년의 자숙 기간을 거친 후 방송가에 돌아왔다. 이는 마치 일정한 ‘휴업’ 기간이 죄의 ‘변제기간’이라고 여겨지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만한 대목이다.
그렇다고 방송 휴업 기간 동안 봉사활동과 같은 행동으로 보여줘야만 ‘자숙’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냐고 반문한다면 답은 ‘아니오’다. 하지만 지금의 ‘자숙’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가벼워진 건 맞다. ‘자숙’이 ‘휴업’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일명 ‘자숙 연예인’은 어떻게 방송을 복귀할까를 고민할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의 진심을 대중에 전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