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처럼 으르렁대던 아이들이 우정에도, 사랑에도 눈뜨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진심과 속사정을 알게 되면서 벽이 점차 허물어졌다. 어찌 보면 뻔한 전개에 예상 가능한 스토리지만, 발칙한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13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발칙하게 고고’ 4회에서는 열등생들의 동아리 리얼킹과 우등생들의 동아리 백호가 고강도의 치어리딩 트레이닝을 받으며 단합해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와 함께 김열(이원근 분)과 강연두(정은지 분)가 점차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친구 서하준(지수 분)을 지키기 위해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은 김열로 인해, 강연두는 죽기보다 하기 싫었던 치어리딩에 참여하게 됐다. 늘상 티격태격했지만, 이를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 말미에는 포도주를 포도주스로 착각하고 마셔 테이블 위로 뻗은 강연두에게 김열이 키스를 시도하는 모습이 그려져 본격 로맨스 시동을 예고했다.
늘상 서로를 무시하고 배척했던 동아리 백호와 리얼킹 부원들 사이에도 변화는 일어났다. 서하준의 폭주로 싸움이 벌어져 단체 기합을 받은 이들은 절대 씻지 말고 밥을 함께 먹으라는 치어리더 교사 정아(이미도 분)의 쌩뚱 맞은 처벌을 받게 됐다. 이에 더러워진 행색으로 밥을 먹다가도 서로를 보고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으로 점차 경계가 허물어지게 될 것을 암시했다.
여기에 김열과 서하준의 짙은 브로맨스와 엄친딸 악녀 권수아(채수빈 분)가 속으로 삼켜야 했던 나약한 모습, 하동재의 신체접촉장애 원인까지, 캐릭터들만의 특징과 스토리를 알차게 담아내며 드라마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학원물의 특성상 스토리가 다소 뻔하고 유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점들을 모두 감안하고 봐도 ‘발칙하게 고고’에는 재미를 느낄 요소가 충분히 많다. 통통 튀는 캐릭터들과 그 매력을 십분 살려주는 배우들의 연기 소화력까지,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다. 주인공들의 케미 또한 합격점이다. 다만, ‘육룡이 나르샤’와 ‘화려한 유혹’이라는 대작 틈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
웅장한 스케일과 자극적인 소재에 가려 3%대의 시청률이나마 겨우 끌어안은 것이 ‘발칙하게 고고’의 현실. 하지만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에 따라 시청률도 조금씩 상승 중이다. 열여덟 파릇파릇한 청춘들의 유쾌한 성장 이야기가 과연 얼만큼 더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