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MBC "복면가왕" 방송화면 갈무리, 뽕면가왕, y군 |
사실 '복면가왕' 콘셉트는 2007년 차태현 주연의 영화 '복면달호'를 떠올리게 했다. 여기에 '보이스코리아', '히든싱어', '나는 가수다' 등 기존 여러 음악 예능의 장점만 모아놓은 듯한 해당 프로그램 성공을 장담한 이는 드물었다. '아류 종합판'으로 폄하될 수 있었으나 이를 뛰어넘은 건 온전히 '듣는 음악'을 실현해준 출연자들 몫이었다.
인기 요인 중 큰 축은 모든 이야기 구조의 필수 요건인 '반전'이다. 시청자는 가면 속 주인공의 진가를 알아주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선입견 탓 유발된 그들의 사연을 접했을 때는 진한 울림이 배가된다. 정체를 알아맞혔다면 시시하기 보다 뿌듯하다. '내 귀가 막귀는 아니라'는 자부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비판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오랜 만에 컴백하는 가수나 아이돌 그룹 내 특정 멤버를, 소위 '띄우기 위한' 홍보 창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제성과 새 인물에 목마른 방송가 생리를 떠올리면 제작진 처지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초심을 강조한다. '편견 없이 노래한다'는 게 '복면가왕'의 기본 취지다. 뒤집어 말하면 '편견이 있는' 출연자여야 한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가면을 벗었음에도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인물이라면 시청자는 당황스럽다. 얼마 전 출연해 큰 화제가 됐던 '드렁 작은 타이거' 전봉진 같은 경우다.
가요계에는 진짜 '복면가왕'을 꿈꾸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속된 표현으로 '생계형' 가수들이다. 심지어 '복면가왕'을 패러디한 '뽕면가왕'이란 트로트 가수가 등장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본인 노래를 부르면 알 만한 10년차 이상 가수다. 그런데 대중적 인기는 약했다. 인기는 곧 돈이여서 그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 어느덧 한 가정을 책임져야할 나이의 그가 정체를 숨기고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는 이유다.
한때 '유승준'으로 오해받았던 가수 'y군'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6월 '미쳤나봐' 음원을 발매하면서 '목소리의 주인공이 유승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자작 홍보해 쓴웃음을 짓게 했다. 관계자들 후문에 따르면 y군은 곧장 이를 후회하고 반성했다. 그만큼 절박했을 테다. 그 역시 신인은 아니다.
장담하건데 전봉진을 비롯해 뽕면가왕, y군 등 그들의 실력이 결코 모자라지 않다. 울타리 밖 야생에는 이름 모를 잡초부터 귀한 꽃들이 널려 있다. 끌어주고 밀어주고 가꾸어주는 이 없이 무참히 밟혀죽거나 혹은 조용히 홀로 꽃 피웠다 스러지기 다반사다.
'복면가왕'은 그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아예 편견조차 있을 수 없는, 묻힌 꽃들을 찾아내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역할도 병행되어야 한다. 최소한, 이미 인지도와 인기는 높은데 편견 없이 평가받겠다며 일부러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위장'으로 치닿는 행태는 피해야 한다. 그건 출연자에게도, 프로그램에도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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