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까칠한 여배우 서정 役
"연기 계속 지적, '그만두고 싶다' 생각 수 차례"
"'뒤끝 있다'는 얘기도 들었죠"
"매니저와 실제 사랑하고 결혼? 대단한 듯"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진짜 어색한 단어들"
걸그룹 '핑클' 시절을 견뎠고, 2006년 연기자로 전향한 뒤에는 "쟤 뭔데 저기 있어. 가수라고? 노래나 하라 그래!"라는 소리를 감내했다. 여기저기서 지적을 많이 받았고 나머지 공부도 해야 했기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수차례 했다. '운 좋게 연기할 기회가 많았는데 다른 분들에게 드려야 하는 게 아닌가?', '내가 노력해서 될까?', '연기하는 게 즐겁지 않고 괴롭고 힘든데 다른 길이 있지는 않을까?' 등등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수 출신 배우 성유리(34)는 견디고 또 견뎠다. 결국 연기자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성유리는 "어릴 때는 시키니까 했지 어떤 주관은 없었다. 또 시간이 조금 흘러서는 내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도 내 욕심이고 교만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배역을 사랑하며 느끼는 감정이 크면, 보는 분도 느끼는 게 다른 것 같더라"고 짚었다.
"누구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죠. 이 자리에 있는 건 어떤 소명(성유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같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요즘은 연기가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매력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다음 작품이 오면 또 어렵게 느끼긴 하지만요.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면 '우리도 어려워. 항상 긴장하게 한다니까!'라고 하세요. 일상은 편하고 쉬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연기할 때는 긴장이 되고 뛰어넘어야 할 게 많은 것 같아요. 평소에는 휴대폰 번호도 못 외우는데 쪽대본 나올 때 외우는 것 보세요. 제 뇌가 '풀가동' 되는 것 같아요.(웃음)"
지난달 28일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감독 전윤수)도 또 다른 연기의 매력을 느껴 선택했다.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본인이 마음에 들면 가리지 않는다는 성유리.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각양각색 사람들에게 찾아온 일상의 가장 빛나는 고백의 순간을 담은 이 영화에서 성유리와 김성균은 까칠한 여배우 서정과 10년째 서정을 짝사랑하는 매니저 태영을 연기했다. 막장 드라마 상황극이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로맨스 '사랑해'를 담당, 애틋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복싱 맞수였던 강칠(김영철)과 종구(이계인)의 '미안해', 무뚝뚝한 아빠 명환(지진희)과 천사 같은 아이 은유(곽지혜)의 '고마워'와 함께 교차 편집돼 한 편의 영화로 묶였다.
극 중 성유리는 '막장 드라마'에 출연하는 여배우로 나온다. 성유리와 김성균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게 하는 이 영화에서 웃음을 담당한다. 본인도 즐거웠다.
"특히 막장 상황극 연기할 때 재미있더라고요. 저희가 맡은 부분이 코미디 같잖아요. 극 중 서정이 돈 벌려고 막장 드라마 출연하고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하기 싫어하는 게 충분히 이해 가더라고요. 근거 없는 짜증은 없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대놓고 소리 지르는 것도, 아마 선생님들 빼고는 없을 것 같은데 유쾌하게 그려졌잖아요. 실제로 전 어떠냐고요? 서정 같은 레벨이 될 때도 있는 것 같긴 해요. 타이밍 맞게 화를 내면 되는데 한 번 참고 뒤늦게 폭발한 적이 있어서 '뒤끝 있다'는 얘기도 듣긴 했죠. 하하."
영화에서처럼 매니저와 배우의 연애와 사랑, 결혼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성유리는 존경심을 표했다. "전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실제 매니저와 배우 관계로 결혼한 분들 있잖아요? 그런 부부 보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특히 매니저 하셨던 분들이 더 대단한 거죠. 볼 거 못 볼 거 다 봤을 텐데, 그런데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진짜 사랑이구나!' 싶어요. 제가 봐도 매니저는 힘든 직업이거든요."
토크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를 통해서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에게 좀 더 친해진 것 같다는 성유리.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