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예쁜 건 지금인 것 같아요. 얼굴이 아니라 지금 상황이요. 연기를 열심히 해왔고, 좋은 작품을 만나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믿보황’의 저력을 입증한 황정음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2개월간 하루 한 시간밖에 못잤을 정도로 강행군이었지만, “언제 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고 웃어보인 그녀는 연기자로서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녀는 예뻤다’를 신드롬급 인기로 몰고온 데는 황정음의 공이 컸다. 시청자도 언론도 모든걸 내려놓은 그녀의 코믹 연기를 호평했다. 하지만 황정음은 “작품이 잘 되는 건 한명의 힘이 아닌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감독님이 워낙 캐스팅을 잘 하셨어요. 저희 배우들끼리도 캐스팅이 잘되서 너무 편하다고 이야기했거든요. 이번 드라마는 각자 자리에서 한명도 어긋나는 것 없이 자기 역할을 잘 해준 것 같아요. ‘비밀’ 때도 그랬어요. 내용은 완전 다르지만 현장 분위기가 비슷했어요. 서로 욕심 안내고, 못할 것 같은 부분은 채워주고, 으쌰으쌰 합이 잘 맞았죠.”
“저는 시청률에 연연한 적이 없어요. 시청률이 잘 못 나와도 ‘앞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더 잘 나온 것처럼 보이겠다’하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죠. 감독님도 저랑 똑같이 생각하고 계셨고요. 그런데 작가님은 시청률 얘기 듣고 속상해서 펑펑 우셨다더라고요. 그래도 1회 반응이 워낙 좋았어서 ‘잘 되겠다,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황정음이 더 속상했던 부분은 자신의 생각보다도 더 망가진 김혜진의 외모다. 홍조에 주근깨에 폭탄머리까지, 여배우로서는 도전하기 어려웠을 비주얼이었지만 이마저도 작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꿋꿋이 감행했다.
“처음 시안을 봤을때 ‘이게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사실 여자 배우는 예뻐야 하는데, 시청자들이 과연 채널을 안 돌릴 수 있을까 싶었죠. 준희는 굉장히 예쁜데, 옆에서 너무 못생기게 나오면 어쩌나 혼자서 많이 걱정했어요. 그래서 못 생겼지만 시청자들의 채널이 안 돌아가도록 ‘성격까지 궁상맞게 가지말자’ 싶었어요. 눈치보고 주눅들고, 그런 건 아닌 것 같았어요. 하는 행동 만큼은 자신감있게 가도록 노력했죠. 그래도 작가님이 워낙 러블리하게 써주셨어요. 못 생긴 얼굴이 안 보이고, 어느 순간에는 예뻐보이기까지 하더라고요.”
‘킬미힐미’에 이어 두번째로 호흡하게 된 박서준은 어땠을까. 황정음은 “서준이랑은 너무 잘 맞다. 제가 딱 하면 척 맞다. 연기할 때 오고가는 재미가 있다”며 “같이 연기하면 재미있으니까 참 고맙더라. 막방때 박서준이 ‘누나, 내가 못한 부분 채워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는데, 저 또한 마찬가지다. 서준이가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서 고맙다. 그게 밸런스인 것 같다”고 극찬했다.
코믹 연기로 새로운 케미를 발산한 최시원에 대해서는 “너무 재밌었다. 시원이가 약간 저랑 비슷한 부분이 있다”며 “연기할 때 별로 생각을 안하고 그냥 열심히 하는 것 같다. ‘하이킥’ 때 저를 보는 것 같더라.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연기하는 걸 구경했다”고 흐뭇해 했다. 그러면서“제가 대사로는 NG를 잘 안내는데, 시원이랑 연기하면 웃음이 터져서 몇번이고 NG가 났다. 단무지 씬도 그렇고 웃긴게 많았다. 시원이는 실제로도 웃기다.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다”고 웃어 보였다.
“‘믿보황’이라는 수식어는 일부러 신경쓰지 않으려고 해요. 괜히 더 부자연스러워질 것 같아서요. 다음 작품때 더 잘하면 되지, 싶어요. 제 숙제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는 거에요. 대중들은 항상 신선하고 새로운 걸 원하기 때문에 제자리에만 있지 않고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아요. 나머지 것들은 제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연말이 다가오는 만큼, 조심스레 MBC ‘연기대상’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녀는 예뻤다’의 일등 공신인 황정음이 ‘킬미힐미’ 지성과 함께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당연지사.
“대상이요? 물론 받으면 정말 행복하겠죠. 배우로서 정점을 찍는 거니까요. 근데 사실 전 기대 안해요. 35살 안에 대상을 받는게 제 꿈이었기 때문에, 아직 3년 남았어요.”
두달 간 쉴틈없이 달려온 그녀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잠’이다.
“20시간 연속으로 자고 싶어요. 근데 습관이 돼서 하루 5시간 밖에 못 자겠더라고요. 해외여행 다녀오면 시차적
/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