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지금까지 대부분의 비영리기관 기부 광고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죄책감 유발’이다. 기부금이 필요한 아이들의 처참한 실정을 보여주거나 깡마른 외모를 극대화시켜 카메라로 잡는 방법으로 보는 이의 죄책감을 유발하는 방법이다.
특히 브라운관 속에서 이런 전통적인 감정 호소 광고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까지 전파를 탄 광고 중에는 가난하게 사는 13살 여학생의 일상, 불치병에 걸린 어린 아이의 울음, 기아 난민의 비참한 하루 등이 주 내용을 이뤘다.
이뿐만 아니라 스타 홍보대사들을 내세워 이들의 봉사 현장, 기아 난민과 함께한 장면 등으로 보는 이의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 영상 속에서 스타들은 사람들의 비루한 생활에 눈물짓고 가슴아파해 한다. 스타들의 이름값이 ‘죄책감 유발’ 트렌드와 맞물려 시청자에게 강하게 어필하고자 하는 것이다.
↑ 디자인=이주영 |
그러나 최근 이에 대한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광고의 죄책감 소구가 지나치면 소비자들의 반발을 야기한다는 점 때문이었다.(Coulter & Pinto, 1995). 또한 인권에 대한 인식이 신장하면서 도움 받는 이들이 광고에 얼굴을 내비침으로써 당하는 인권 침해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런 ‘전통적 감정 호소 광고’의 타당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얼마 전부터 비영리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월드비전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 자립하는 걸 목표로한 ‘굿바이 월드비전’을 모토로 내놨고, 지난해 진행된 유니세프의 ‘오뚝이 캠페인’은 아이 모형을 본뜬 모금함에 동전을 넣어 일으켜 세우는 방식으로 도움을 받는 이들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세우기도 했다.
또한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도 이같은 모토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저체온증으로 고통받는 저개발국 신생아를 위해 모자뜨기 키트를 구입, 직접 만든 모자를 보내는 것으로 새로운 기부 트렌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홍보대사인 SBS 정석문 아나운서는 “기부의 목적은 누군가 끝없이 도와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광고 트렌드가 사람들의 궁핍한 생활을 보여줘 불쌍한 마음에 기부를 유도했지만 이게 얼마나 지속되겠는가”라며 “그래서 지금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월드비전도 이런 선상에서 ‘굿바이 월드비전’이라는 목표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문헌]
Coulter, R. H., & Pinto, M. B. (1995). Guilt appeals in advertising: What are their effect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0(6), 697-705.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