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정형돈의 부재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 후폭풍을 몰고 있다. 사람들은 정형돈의 부재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말라고 하지만, 과연 그게 능사일까.
정형돈은 지난 12일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를 통해 건강상의 이유로 당분간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알렸다. 그는 MBC ‘무한도전’ ‘능력자들’,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KBS2 ‘우리동네 예체능’ K STAR ‘돈워리뮤직’에 출연하고 있던 중이었으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알렸다.
그의 하차 원인은 불안장애. 소속사는 오랫동안 앓아왔던 불안장애가 심각해지면서 방송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제작진과 소속사 및 동료들과 긴 상의 끝에 휴식을 결정하게 됐다. 정형돈은 ‘무한도전’ 촬영장에 직접 찾아가 스태프들에 인사를 하고 잠정적 하차를 알렸으며, 다른 프로그램들도 정형돈의 부재에 대한 대책 강구에 나섰다.
↑ 사진=MBN스타 DB |
정형돈의 하차 이후 각 프로그램들은 큰 위기를 겪었다. ‘능력자들’은 첫 출발을 이제 막 시작한 신생 프로그램인데, MC의 부재라는 큰 벽에 부딪혀 우려를 사기도 했고, ‘주간아이돌’ 또한 실질적 MC 역할을 했던 정형돈이 자리를 비우자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종합편성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제작진도 급히 대안을 찾느라 진땀을 뺐다.
워낙 방송사를 넘나들며 전방위로 활약했던 정형돈이기 때문에 시청자들과 방송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당연하다. 그가 병원 입원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더욱 그 관심은 높아졌다. 소속사는 이런 부담스러운 주목에 “정형돈이 회복할 수 있도록 관심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더욱이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정형돈이 마스크를 쓰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이 보도되자 시청자들은 “이렇게까지 해야 했냐”며 정형돈을 향한 배려가 사라진 마구잡이 보도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 사진이 최근 모습이 아닌 예전 사진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더욱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들, 소속사는 정형돈에 대한 관심을 ‘꺼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정형돈의 근황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물론 그가 어느 병원에 다니고, 현재 무얼 하면서 쉬는지 등의 신변잡기적인 사항에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 아니다. 그의 ‘부재’ 자체와 왜 정형돈이 이렇게 심각해질 때까지 이를 숨겨야만 했는지 그 배경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거다.
↑ 사진=MBN스타 DB |
정형돈은 한 차례 SBS ‘힐링캠프’에서 자신이 가진 부담감과 불안장애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루고 약을 먹고 있다”며 지금의 위치에서 떨어질 것, 더 이상 시청자들을 웃기지 못할 것 등에 큰 부담감을 안고 있음을 전했다.
이런 ‘예능 부담감’은 그뿐만 아니라 김구라나 이경규처럼 경력이 많은 예능인들도 피해가지 못했다. 김구라와 이경규 또한 방송에서 공황장애를 고백하기도 했다. ‘웃기지 못하면 추락한다’는 예능인들의 숙명은 그들의 병마저도 곪아터지게 만들었다. 행여나 자신들의 병이 웃음을 반감시키지는 않을까, 예능인들은 자신들의 아픔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앓아야만 했던 것.
하지만 정형돈의 사태로 말미암아 시청자들은 조금이나마 예능인들의 고뇌를 이해하게 됐다. 그의 부재는 살인적인 스케줄과 압박감에 시달리는 예능인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알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정형돈의 부재를 통해 방송 관계자들 또한 건강을 챙길 새 없이 늘 스케줄에 쫓겨야 하는 예능인들의 건강 적신호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또한 계속 정형돈의 빈자리와 그의 복귀에 시청자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을 해주는 것이 정형돈의 복귀를 돕는 한 가지 방법이다. 지금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형돈의 아픔을 언급하는 것이 마치 하차를 한 노홍철을 ‘그 녀석’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금기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정형돈을 향한 지나친 관심을 줄이고자 하는 ‘배려’지만 자칫 이는 정형돈이 설자리를 잃게 만들지도 모른다.
시시콜콜한 사항에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닌, 그의 건강과 복귀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독려해주는 ‘건강한 관심’은 현재 정형돈을 위해서도, 예능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더불어 웃음을 위해 늘 노력했던 정형돈이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