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음악은 매우 중요한 장치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적재적소에 삽입된 음악은 영상과 조화를 이뤄 ‘환상의 궁합’을 만들어내기 마련이죠. 실제 음악이 어떠한 의도로 만들어진 곡이며, 영화 속에 녹아들면서 어떤 메시지를 건네고 있는지 전문가(음악감독, 평론가, 작곡가)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최윤나 기자] 그룹 미쓰에이(MISS A) 수지가 배우 배수지가 됐고, 진채선으로 분해 영화 ‘도리화가’를 통해 소리꾼으로 변신했다.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었던 1867년,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을 탄생시킨 ‘한(恨)의 노래’는 어떻게 스크린을 통해 표현됐을까.
조선 후기 판소리를 집대성한 대표적 이론가이자 당대 최고의 판소리 대가 신재효(류승룡 분), 그리고 남자만이 소리를 할 수 있다는 금기와 편견을 깨고 그가 키워낸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 1876년 흥선대원군이 전국의 소리꾼들을 위해 열었던 경연 낙성연에서 조선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소리가 울려 퍼진 그날 이후, 스승 신재효와 제자 진채선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역사에 정확히 기록되지 않았다. 신재효가 진채선의 아름다움을 복숭아꽃과 자두꽃이 핀 봄 경치에 빗대어 지은 것으로 알려진 단가(짧은 판소리) ‘도리화가’의 노랫말이 영화를 통해 다시 표현됐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춘향가’
판소리 ‘춘향가’는 남원 퇴기 월매의 딸 성춘향과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의 신분을 뛰어 넘는 사랑노래다. ‘춘향가’는 총 9개의 부분으로 이뤄져있는데, ‘도리화가’에서 진채선이 부른 춘향가는 그중 ‘옥중가’(獄中歌)의 ‘쑥대머리’ 그리고 ‘사랑가’이다. ‘사랑가’는 이몽룡과 성춘향이 약혼을 하고 부르는 사랑가다. 사랑가에는 긴 사랑가, 자진 사랑가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긴 사랑가는 느린 진양장단에 우조로 불러 한가한 느낌을 주고, 자진사랑가는 중중모리장단에 ‘추천목’으로 불러 구수한 느낌을 준다.
이어 ‘옥중가’는 춘향이 정절을 지키다가 신임사또에게 매를 맞고 옥중에서 눈물로 세월을 보내며 부르는 슬픈 대목이다. 옥중가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천지삼겨’와 ‘쑥대머리’가 잘 알려진 곡이다. ‘도리화가’에서는 계속해서 ‘사랑가’와 ‘쑥대머리’가 등장한다. 진채선(배수지 분)이 신재효(류승룡 분)과 처음으로 마주할 때, 그리고 이들이 점차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순간에도 ‘쑥대머리’가 등장해 귀를 사로잡는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심청가’
‘춘향가’와 더불어 현재까지 전해지는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한 곡이다. 효녀 심청이 눈 먼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가 용왕의 도움으로 환생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청가’는 심청의 탄생, 심청의 성장, 눈먼 심봉사의 사고, 인당수 제물로 팔려가는 심청, 심청과 심봉사의 이별, 심청의 죽음, 심청의 환생, 심청과 아버지의 재회, 심봉사 눈을 뜨는 대목 등으로 전개된다.
이에 ‘도리화가’에서 진채선이 소리의 매력에 눈을 뜨고, 소리를 알아가기 시작하며 그 재능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장면에서 심청가가 흘러나온다. 이 장면을 통해 진채선은 인당수장면에 한 부분을 부른다. 여자로서 소리에 대한 꿈을 품는 것이 금지된 당시 시대상에, 소리를 알게 된 진채선이 ‘심청가’를 부르며 계곡에 몸을 던진다. 또한 흥선대원군(김남길 분) 앞에서 신재효의 목숨을 살려 달라 청한 뒤 진채선은 또 한 번 ‘심청가’의 인당수장면을 부르며 물에 빠진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도리화가’(桃梨花歌)
신재효가 제자 신채선에데 주었다는 ‘도리화가’는 만날 수도, 편지를 주고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주고받은 연서(戀書)이다. 제목은 꽃이 핀 정경을 노래하는 작품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가사를 살펴보면 한 여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내용인 것을 알 수 있다.
스물네 번 바람 불어 만화방창 봄이 되니
구경가세 구경가세 도리화 구경가세
도화는 곱게 붉고 희도 흴사 오얏꽃이
향기 쫒는 세요중은 젓대 북이 따라가고
보기 좋은 범나비는 너픈 너픈 날아든다/‘도리화가’
영화에서는 흥선대원군으로 인해 생이별을 해야 했던 진채선과 신재효의 안타까운 상황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다. 서로 연락을 할 수 없던 상황에 제약 없이 널리 퍼져나갈 수 있는 노래의 특성을 살려, 신재효가 진채선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전한 것이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