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배우 남궁민이 더 악독하게 변신했다. SBS 새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에서 안하무인이란 말조차도 아까운 재벌3세 남규만 역으로 악역의 정점을 찍은 것. 전작 SBS ‘냄새를 보는 소녀’ 속 사이코패스를 능글맞게 소화한 그의 이번 도전은 또 옳았다.
남궁민은 그동안 젠틀한 이미지의 실장, 본부장, 혹은 대표 등 결혼시장 1위의 캐릭터만 도맡아오던 배우였다. 선한 외모, 중저음의 목소리, 따뜻한 눈웃음 등이 그의 트레이트 마크가 돼 ‘엄친아’ 캐릭터로 박제가 된 듯했다.
그 틀을 처음 깬 건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였다. 그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권재희 역을 맡아 남녀주인공인 박유천, 신세경을 잡아먹는 존재감을 보였다. 당시 ‘남궁민의 재발견’이란 평가도 연일 쏟아졌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달콤한 이미지는 악역과 어우러지며 섬뜩한 이중성으로 다가왔고, 훌륭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빨아들였다.
↑ 사진=SBS |
그러나 다음 행보가 또 한 번 ‘나쁜 놈’ 캐릭터로 정해지자 주위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앞서 ‘엄친아’ 이미지로 굳어진 것처럼, 연이어 비슷한 캐릭터를 맡아 ‘악당’ 캐릭터에 갇히면 어떡하냐는 게 내용이었다.
남궁민은 제작발표회 당시 이런 기우를 말끔히 씻어내고자 했다. 그는 “전작에서는 조용한 악역이었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안하무인 캐릭터”라며 “역에 몰입하다보니 실제로도 분노가 많아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떠는 여유까지 보였다.
또한 남규만이란 캐릭터가 영화 ‘베테랑’ 속 유아인과 겹친다는 지적에도 “디테일이 다르다. 캐릭터가 비슷하지만 굳이 연기할 때 의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캐릭터 때문에 너무 열 받아서 짜증나지, 누군가와 비슷할 거라 걱정하진 않는다”고 재치있게 넘겼다.
그의 말처럼 베일을 벗은 ‘남규만’은 그 누구와 닮지 않은 남궁민 고유의 색을 띄고 있었다. 선한 눈웃음에 비열함이 담겼고, 중저음 목소리엔 의뭉스러운 느낌이 실렸다. ‘리멤버’의 중심을 충분히 이끌어갈 만한 매력적인 악역의 탄생이었다. 이와 동시에 주위의 기우를 첫 방송만으로 잠재운 남궁민의 승리이기도 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