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가족오락관’ 몇 대 몇?”
지상파 채널만 존재하던 1990년대,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못지않은 전설의 MC들이 안방극장을 주름잡았다. 마이크 하나 무기 삼아 피곤한 일상의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위로를 선사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십수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젊은 MC 사이에서 더 이상 그들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 한때 대한민국 예능계를 휘어잡았던 전설의 MC들의 족적을 살펴봤다.
↑ 디자인=이주영 |
◇ ‘가족오락관’ 허참
KBS1 ‘가족오락관’의 MC 허참은 1984년 첫 방송부터 2009년까지 26년을 프로그램과 함께해온 터주대감이다. 1970년 서울의 ‘쉘부르’라는 음악다방 MC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상용’이란 본명을 허참으로 바꾸고 TBC 동양방송, KBS, MBC 등을 넘나들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의 대표작 ‘가족오락관’은 한때 30%가 넘는 시청률을 자랑할 정도로 인기 높은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각종 개그 코너에서 패러디할 정도로 유행을 선도했다. “몇 대 몇”이라는 허참의 특유 코멘트가 유행어로 사랑받았고, 지금까지 알려진 게임의 포맷 대부분이 이 프로그램에서 등장했다.
◇ ‘가요톱텐’ 손범수
KBS 손범수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로선 드물게 재치있는 입담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큰 인기를 얻었던 인물이다. 1990년 KBS 17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그는 ‘열전 달리는 일요일’에서 마이크를 잡으며 유명해졌고, ‘가요톱텐’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진행하면서 확고한 위치로 자리잡았다.
특히 ‘가요톱텐’은 그의 대표작이었다. 1993년 마이크를 잡은 그는 5년이나 오랫동안 MC석을 고수하며 가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그러나 1998년 IMF 위기가 그에게 시련을 안겼다. 당시 KBS는 웃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하기에 시기 부적절하다는 명분으로 17년 역사를 자랑한 음악 프로그램 ‘가요톱텐’을 폐지했다. 손범수는 결국 ‘가요톱텐’의 마지막 MC로 남게 됐다.
◇ ‘일요큰잔치’ 박상규
1980~90년대 일요일 아침은 톱스타들의 청백전으로 항상 뜨거웠다. 박상규 진행 아래 펼쳐진 ‘일요큰잔치’ 때문이었다. 스타들이 총출동해 다양한 게임을 치르며 웃음과 재미, 감동을 안겼다.
그 중심엔 ‘흰머리 아저씨’ 박상규가 있었다. 박상규는 1966년 김상국, 장우와 함께 음반을 발표하며 가수로서, 그리고 진행자로서 다양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대체적으로 규모가 큰 쇼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했다. ‘일요큰잔치’ ‘올스타쇼’ ‘토요일 토요일 밤에’ 등에서 젠틀한 말솜씨와 정갈한 진행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05년 이후 방송을 중단한 뒤 지난 2013년 4월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 ‘우정의무대’ 이상용
“뒤에 계신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가 확실합니까?”
지금 들어도 ‘뽀빠이’라는 별명이 떠오를 만큼 MBC ‘우정의 무대’에서 이상용이 준 잔상은 강했다. 그는 단단한 몸매와 짧은 머리, 각이 살아있는 화법으로 군인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웃음과 눈물, 희망을 전했다.
이상용은 1973년 MBC ‘유쾌한 청백전’으로 방송가에 입문했다. 이후 그가 장교로 복무한 점이 인정돼 1989년부터 ‘우정의 무대’ 마이크를 잡게 됐다.
당시 ‘우정의 무대’로 매주 일요일 안방극장은 눈물바다였다. 블라인드 뒤에 가려진 어머니를 자신의 어머니라 확신하는 군인들이 무대에 올라 개인기를 벌이는가 하면 눈물 없이 못 들을 사연을 털어놔 이상용도 목이 메이기 일쑤였다. 또한 “엄마가 보고플 때”로 시작하는 주제가 ‘그리운 어머니’는 한때 초등학생도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행하기도 했다.
◇ ‘일요일 일요일 밤에’ 주병진
방송인 주병진은 ‘젠틀맨’이란 별명답게 매너있는 진행과 유쾌한 말솜씨로 미혼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MC였다. 1977년 TBC에서 데뷔한 후 KBS ‘젊은의 행진’ ‘유머 일번지’ 등에서 활약하다가 MBC로 자리를 옮겨 1991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MC로 발탁됐다.
당시 ‘노처녀’ 노사연과 함께한 ‘배워봅시다’는 ‘노사연과 주병진을 이어주자’는 여론이 일만큼 전국을 열풍에 몰아넣었다. 푼수끼 가득한 노사연과 젠틀한 주병진의 조합이 요즘 말로 ‘썸’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웃음을 안겼다.
이후 주병진은 SBS ‘주병진 쇼’ ‘주병진의 데이트라인’ 등을 진행하는가 하면, 속옷브랜드 ‘좋은 사람들’을 설립해 사업가로서도 훌룡한 성과를 일궈냈다. 그러나 방송인과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던 2000년 불미스러운 누명을 쓰고 구속되는 등 시련을 겪었으나 긴 법적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 ‘특종TV연예’ 임백천
가수 임백천은 MC로도 인정받은 특별한 케이스다.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마음에 쓰는 편지’로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가수활동보다 진행자로서 활약이 더욱 두드러졌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굴된 것으로 유명한 연예정보프로그램 MBC ‘특종TV연예’의 오랜 진행자로 군림했고,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슈퍼선데이’ ‘좋은나라 운동본부’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정제된 진행 실력을 뽐넀다.
당시 그는 말쑥한 정장 차림과 특유의 너스레로 ‘젊은 오빠’로서 사랑을 받았다. 현재는 KBS라디오 해피FM ‘라디오 7080’ 진행자로 활약 중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