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2016년 예능, 이젠 ‘쿡방’이 가고 ‘집방’이 온다.
지난 2015년 예능계를 달군 키워드는 바로 ‘쿡방’이었다. 요리와 예능을 결합한 예능 포맷으로, 2014년 ‘스포테이너’를 거쳐 2015년 ‘셰프테이너’가 활약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기도 한 ‘쿡방’의 열풍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요리 기구를 내려두고 드릴과 망치 같은 연장을 들고 집으로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2015년 ‘쿡방’은 백종원과 ‘냉장고를 부탁해’가 이끌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연승을 거두며 ‘천상계’로 올라간 백종원은 MBC도 모자라 tvN ‘집밥 백선생’ SBS ‘백종원의 3대천왕’ 등으로 방송사를 섭렵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유명세를 탄 최현석, 김풍, 이원일, 이연복 등은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요리사를 넘어 토크 패널로 참여하며 영역을 넓혔다.
이런 ‘쿡방’의 기세만큼이나 ‘집방’의 태동도 심상치 않다. 12월에만 종합편성 프로그램인 ‘부르면 갑니다, 머슴아들’ ‘헌집 줄게 새집 다오’(이하 ‘헌집 새집’), XTM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이하 ‘수방사’), tvN ‘내 방의 품격’ 등의 ‘집방’이 전파를 타고 있다. 모두 집수리와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11월에서 12월 사이에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종편과 케이블 방송사에서 한꺼번에 ‘집방’ 콘텐츠를 집어든 것은 눈 여겨 볼만한 일이다. ‘집방’은 사실 낯선 장르가 아니다. 2000년 MBC ‘신동엽의 러브하우스’가 나오는 시점에 ‘신장개업’ 등 가게, 집을 바꿔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이미 한 번 흥행했기 때문에 대중성을 보장받은 콘셉트인 셈이다.
이 콘셉트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성공을 판가름 하는데, ‘집방’의 매력은 여기에서도 발현된다. 현재 ‘머슴아들’ ‘헌집 새집’ ‘수방사’ ‘내 방의 품격’을 놓고 봤을 때, 인테리어라는 소재만 같을 뿐 포맷은 전혀 다르다. 거실을 낚시터로 바꿔버리는 것처럼 ‘병맛 코드’와 결합하거나(‘수방사’) 경쟁 구도를 덧입히는 등(‘헌집 새집’) 인테리어라는 큰 틀 안에서 다양한 포맷이 가능하기 때문에 식상함을 피할 수 있다.
‘집방’의 유행은 ‘쿡방’의 유행과 비슷한 노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로 ‘일상적인 행복에 대한 욕구’가 투영된 콘텐츠 소비 패턴이다. 2015년 ‘먹방’ ‘쿡방’의 이례적인 열풍을 보도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경기 침체로 인한 한국인의 불안과 불행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 끼의 식사조차 음미하며 먹을 수 없는 현대인들이 ‘쿡방’을 통해 대리만족을 한다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만 있던 방을 재현하거나 좀처럼 해보기 힘든 멋스러운 집안 장식을 보여주는 ‘집방’은 앞서 언급한 ‘쿡방’의 인기 요인과 맞물려 있다. 내 집 마련이 힘든 세상에서 내가 상상한 인테리어를 내 집에 실현하는 것보다 예능 속에서 가볍고 재밌게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이 호기심이 연결된 형태가 직접 해볼 수 있는 간단한 인테리어 팁이다. ‘내 방의 품격’에서는 드릴 사용법부터 목재 구입 방법까지 간단하게 따라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한다. ‘쿡방’으로 치면 대리만족 형은 ‘백종원의 3대 천왕’이고, 따라하기 형은 ‘집밥 백선생’인데, ‘집방’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방’이 트렌드가 되려면 이를 발화시킬 수 있는 풀이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인테리어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몰드’가 뭔지, ‘북유럽풍 가구’가 뭔지 모른다. 기본 지식에 대한 이해도를 쌓아가며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집방’에 당장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보면 ‘집방’은 충분히 승산 있는 콘셉트이기에 각 방송사의 ‘집방’ 도전은 2016년 상반기에 걸쳐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