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DJ가 조금씩 한국 대중문화에 자리 잡고 있다. 브라운관에서도 이제 심심찮게 DJ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DJ 킹맥은 SBS ‘2015 가요대전’에서 현란한 디제잉으로 아이돌들과 함께 오프닝을 장식했다. 단순히 음악을 틀어주던 그들은 이제 군중을 좌우하고 열기를 뜨겁게 하는 마에스트로와 같은 존재가 됐다.
구준엽을 떠올리면 기억나는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강원래와 함께 1996년 여름을 강타했던 ‘꿍따리 샤바라’, 야광봉을 들고 현란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초련’ 등 댄스그룹 클론 활동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DJ쿠로서의 변신이다.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댄스가수가 갑자기 DJ로 변신한 것은 그 당시 DJ에 대해 잘 몰랐던 대중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구준엽의 DJ 전향은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당시 DJ 문화가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로 정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니아들만의 무대이기도 했다. 구준엽은 ‘연예인이 심심해서 DJ에 발을 들인다’라는 편견을 온몸으로 이겨냈고 국내 아티스트들 가운데 마이에미 UMF에 참가하는 등 이제는 인정받는 DJ가 됐다.
“현존하는 DJ들과 마니아들은 연예인이 DJ가 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해요. 저도 미안하긴 했어요. 그 친구들은 DJ를 하려고 클럽 청소부터 시작해서 사람 없는 여섯시에 음악을 틀거든요. 그러다가 잘되면 메인타임으로 가는 건데, 연예인들은 들어오자마자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메인타임으로 가니까, 솔직히 열 받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미안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DJ라는 것을 대중에게 알려줘야겠다’ 했고, ‘나는 너희 밥그릇을 뺏으러 온 형이 아니야’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어요. 편견을 깨기까지 정말 오래 참았어요. 제가 ‘밥밥디라라’라는 싱글을 내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저분은 그렇지 않구나’ ‘음악도 만들려 하고 DJ를 좋아하고 열성이 대단하구나’ 하는 걸 사람들이 인정해주더라고요.”
“이번 앨범의 장르는 EDM이고요. 보통의 EDM은 외국 노래가 많았었는데 한국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EDM으로 만들어보려고 애를 썼어요. 좀 더 감기는 멜로디와 신나는 드롭이 있죠. 멜로디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가수 음악은 멜로디 부분에서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중간 간주나 전주 후주에 춤을 추잖아요. 관객들은 보고있고, EDM장르는 노래 부분에서는 노래를 따라불러주시고 드랍부분에서는 관객들이 춤을 추죠. 저보다는 관객들 위주의 음악을 만드는 거죠. 신나고 즐겁고, 흥분되는, 클럽에 특화된 음악이에요.”
“가사를 써야하는데 영어로 해야 되잖아요. 에슐리 자나는 뉴욕에 있는 보컬리스트거든요. 이번 노래를 외국 노래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그 친구가 가사를 써줬는데 ‘쇼 미 유얼 러브’(Show Me Your Love) 하고 ‘베스트 나이트 오브 마이 라이프’하고 끝나더라고요. 그중에 뭘 고를까 하다가 ‘베스트 오브 마이 라이프’가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최고의 밤을 줄 수 있겠다 싶어서 결정했어요.”
‘베스트 나이트 오브 마이 라이프’는 미국 가수 에슐리 자나(Ashely Jana)의 몽환적이면서도 시원시원한 음색이 두드러진다. ‘더 미닝 오브 라이프’(The Meaning Of Life) 이후 두 번째 피쳐링에 참여하는 그의 활약에는 구준엽의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보컬리스트를 찾다가 소개로 만났어요. 제가 EDM을 만들기 시작해서 저번에 냈던 싱글이 ‘미닝오브 라이프라’는 싱글인데, 그때 처음 작업을 해봤거든요. 그런데 노래를 정말 잘하더라고요. 노래 잘하는 사람의 파형을 받아보면 들쭉날쭉 하지 않아요. 목소리가 일률적이에요. 컨트롤이 되게 잘되는 거죠. 아직 유명하진 않지만 저와 작업하고 나서 더 알려졌으면 좋겠고, 다음에도 또 하고 싶어요.”
구준엽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에는 조금씩 DJ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Mnet은 ‘헤드라이너’라는 DJ를 주제로 한 경연 예능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구준엽과 같이 DJ로 전향하는 연예인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팍’(G-Park) 박명수를 비롯해 ‘제아 에프터’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제국의 아이들 문준영 등이 대표적이다. 마니아들의 편견을 이겨낸 구준엽은 이런 연예인 출신 DJ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DJ가 접근성은 쉬워요. 기계가 좋아서, 비트믹싱 같은 게 쉬워졌죠. 하지만 끈기와 인내,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지 않으면 도태 돼요. 박명수씨는 열정이 대단하셔서 계속 하시잖아요. 정말 음악을 좋아하시고. 솔직히 이런 분들이 EDM이 무엇인지, DJ가 무엇인지 세상에 많이 알렸죠. 마니아들은 싫어할 수 있어요. 자꾸 연예인들이 DJ를 하니까. 하지만 세상 밖으로 DJ를 끄집어낼 수 있으니까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구준엽은 연예인 DJ의 개척자이자 DJ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질문에 답하던 그의 말투에는 자신이 만드는 음악에 대한 고민을 모두 해결 한 듯 자신감 넘쳤다. DJ가 된 구준엽의 행보에 고개를 갸우뚱 했던 사람들은 이제 그가 던지는 드롭라인에 춤을 추고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