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30회 반환점을 넘어선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20일 오전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9일 방송한 ‘화려한 유혹’ 31회는 전국 기준으로 13.8%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이제 후반부로 향하고 있는 ‘화려한 유혹’의 뒷심이 빛을 발하고 있는 순간이다.
‘화려한 유혹’의 첫 시작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같은 날 같은 시각 출발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대진표가 붙어 스포트라이트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육룡이 나르샤’는 김명민, 유아인, 신세경, 변요한 등의 ‘대세 배우’들이 캐스팅됐고, 제작비도 300억 원을 투자 받은 대작이었기 때문.
↑ 사진=화려한유혹 방송 캡처 |
하지만 ‘화려한 유혹’은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않았다. ‘화려한 유혹’의 제작발표회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졌던 분위기는 다름 아닌 ‘여유’. 김상협 PD는 ‘육룡이 나르샤’가 무섭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50부작을 세 가지 서사로 나누어 개연성 있는 흐름으로 이끄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외부’에 신경 쓰기보다는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미다.
김상협 PD의 그 때 약속은 30회가 지난 지금까지도 잘 지켜지고 있다. ‘화려한 유혹’에는 ‘비자금 문서’라는 매개체로 신은수(최강희 분), 진형우(주상욱 분), 강일주(차예련 분), 강석현(정진영 분) 네 남녀를 하나의 소용돌이로 이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각 캐릭터는 매 순간 변화하지만 그 변화가 결코 갑작스럽거나 납득되지 않은 경우는 단 한 순간도 없었다.
‘화려한 유혹’이 초반 우려의 시선을 받았던 것은 50부작이라는 점 때문이다. 김상협 PD도 50부작에 대해 “하나의 서사로 이끌기에는 분명 길고 버거운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50부작 드라마는 사건의 연속 복제나 하나의 사건에 멈춰 시간을 끄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화려한 유혹’의 뒷심에는 이런 50부작의 ‘나태함’이 전혀 없다는 것도 크게 작용한다.
‘화려한 유혹’은 초반 ‘비자금 문서’로 아버지를 잃은 신은수와 진형우의 재회가 중심적으로 그려졌다. 어렸을 적 사랑했지만 과부와 연인을 다른 곳으로 시집보낸 남자로 재회해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는 그리 특별하지 않기에 이 과정이 그려질 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화려한 유혹’의 진가가 발휘된 지점은 바로 신은수가 아버지를 죽게 만든 ‘비자금 문서’의 비밀을 풀기 위해 강석현의 집으로 입성하겠다는 결심을 한 순간이다.
그러면서 ‘화려한 유혹’은 ‘비자금 문서’에서 신은수의 강석현 일가 입성기로 초점이 옮겨진다. 그 후 신은수가 또 한 번 각성하게 되는데, 이는 바로 신은수의 딸 미래(갈소원 분)가 누군가에 밀려 혼수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비자금 문서’는 중요해지지 않았다. 지금의 ‘화려한 유혹’은 어떤 매개체로 인해 돌아가는 이야기가 아닌, 복수와 권력욕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뒤섞인 진정한 ‘폭풍’이 됐다.
↑ 사진제공=MBC |
한 시간 안에도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펑펑’ 터지는 빠르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를 다루기 위해 ‘화려한 유혹’은 드라마를 하나의 심리극으로 만들었다. ‘비자금 문서’라는 비밀을 파헤치는 것에서 복수와 권력욕이라는 쟁점으로 옮기는 과정을 자연스럽고 긴장감 있게 만들기 위해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그리는 것에 더욱 매달렸다.
또한 신은수부터 강석현까지 이 폭풍에 뛰어든 계기와 사연이 각자 다른 만큼 각 캐릭터들이 추구하는 욕망과 방식이 전부 다르게 그려진다. 많은 캐릭터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부 다른 방법과 목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섬세한 감정 변화로 분명하게 차이점을 나타내줘야 한다. ‘화려한 유혹’은 철저하게 심리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전개하면서 극적 긴장감과 드라마의 풍부한 스토리 얼개를 복잡하지 않고 명료하게 나타냈다.
멀리서 보면 ‘화려한 유혹’은 분명 ‘막장극’이다. 딸과 동갑인 여자와 재혼한 총리, 복수를 위해 사랑을 이용하는 남자, 정치적 권력을 얻기 위해 사람 죽이는 것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려한 유혹’은 이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는 장치들을 준비해 사건들을 하나로 연결시킨 ‘웰메이드 심리극’이다. 한편으론 배우들의 호연과 빈틈없이 직조된 스토리로 이런 사건이 어딘가에서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서슬 퍼런’ 긴장감마저 주고 있다.
30회가 지나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회를 거듭할수록 쫀쫀해지는 ‘화려한 유혹’의 뒷심은 오히려 당연한 일인 듯하다. 아직 남은 20회 안에 과연 ‘화려한 유혹’ 속의 폭풍은 끝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