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배우 문지윤을 아냐고 물으면 고개를 가로젓기 다반사. 하지만 드라마 ‘치인트’의 상철 선배는 어떨까? ‘쾌걸춘향’의 방지혁은? ‘로망스’에서 김재원의 동생으로 나왔던 ‘장비’를 기억한다면? 여러분의 기억 속 그 캐릭터가 바로 문지윤이다. 얼굴은 낯익은데 이름은 낯선 아이러니한 남자, ‘문지윤’을 각인시켜볼까요?
허허허.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정영, 민슬기, 김소연 인턴기자]
이기자(이정영 기자) :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에 유정 선배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다부진 체격, 밉상의 리더로 완벽 변신한 '만찢남' 문지윤씨를 모셨습니다.
-문지윤 : 네, 반갑습니다.
이기자 : 어제(26일) ‘치인트’ 종방연이었죠. 해장은 하셨나요? 얼굴이 좀 부으신 것 같아요.
-문지윤 : 얼굴은 살쪄서 그런 것 같은데...(허허허) 종방연은 정말 즐거웠어요. 드라마 반응이 좋아서 분위기가 안 좋을 수 없었죠. 어제는 방송도 같이 봤는데, 하필 키스신이 있어서 다들 소리 지르고 난리였어요.
연기자(김소연 기자) : 얘기만 들어도 즐거웠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치인트’는 사전 제작으로 진행됐죠. 기존의 방식과 차이를 많이 느꼈나요?
-문지윤 : 반 사전 제작은 처음이에요. 보통 쪽대본, 밤샘 촬영이 비일비재하잖아요. 앞으로 이렇게 사전 제작이 많아지면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많이 나오겠구나 생각했어요. ‘왠지 더 찍어야 될 것 같은데’ 란 느낌이 들 때는 있어요. 마지막회 찍고 나니 백수가 된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허허허)
이기자 : 상철 선배 캐릭터는 유독 재치 넘치는 대사가 많아요. 혹시 애드리브를 자주 하는 편인가요?
-문지윤 : 촬영장 분위기가 애드리브에 굉장히 자유로워요. 상철 역 대사는 거의 대부분 애드립이었죠. 다행히 동료 배우들이 잘 받아주더라고요. 예를 들면 4화 때 조별 발표를 망쳐 망연자실한 홍설(김고은)을 향해 외칠 대사는 “D 받은 것 때문에 그래?”가 끝이었어요. 근데 제가 애드립으로 “D 같네~ D 같아”를 덧붙였어요. 정말 얄미웠죠?
연기자 : 역시 애드리브가 많았군요. 그런데 상철 선배 행동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연이대에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극중 연이대는 명문대잖아요?
-문지윤 : 안 그래도 스태프들이랑 농담으로 자주 이야기했어요. 상철이는 연이대에 어떻게 들어온 거지?(허허허) 고등학교 때는 반에서 1등도 하고 똑똑했겠죠. 그런데 막상 명문대에 오니까 경쟁자들이 대단했던거죠. 그러다보니 자포자기하게 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어요.
연기자 : 극중 상철이가 밉상 짓을 보이다가도 어머니에겐 참치캔에 밥 비벼먹으면서 참치회를 먹고 있다고 거짓말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
-문지윤 : 맞아요, 그거 정말 아쉬워요. 시놉시스에 상철이는 학생으로서는 ‘조별과제 프리라이더’(무임승차)이지만 알바를 3개씩할 정도로 나름 근성이 있어요. 상철이처럼 사람은 양면성이 다 있지 않나요? 악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착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 장면은 상철이 내면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건데 그걸 마음에 안 들어하는 분들도 더러 계시더라고요. 웹툰처럼 확실하게 밉상 캐릭터가 아니라는 거죠. 저는 웹툰은 웹툰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토대로 만든 건 드라마 ‘치인트’니까 다른 면이 들어갈 수도 있는 거죠. 뭐,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슬기자 : 말씀 들어보니까, 극중 맡은 역 인물 설정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잘 만드는 것 같아요.
-문지윤 : 배우는 작가의 기질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시나리오도 쓰고 있고요. 배우가 그 배역에 완벽하게 녹아들기 위해서는 많은 상황을 상상해 보고 공부해야 해요. 흐름을 잘 파악하고 캐릭터의 특징이나 포인트를 끌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하죠. 이번에는 하지 않았지만 보통 그 캐릭터가 돼서 일기도 쓰고, 다음 대본을 토대로 살을 붙여서 글도 써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슬기자 : 정말 대단하네요. 그 외에도 연기자로서 습득하게 된 능력이 있다면?
-문지윤 : 스파르타식 촬영 때문인지 순발력이 많이 늘어났어요. 대처능력이 좋아졌달까요. 이번 ‘치인트’ 촬영 때 ‘아 이제 좀 연기가 뭔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14년 차 내공이 나오는 거겠죠? 어렸을 때는 그냥 열정 뿐이었는데, 이젠 연기에 대해 알 듯 말 듯해요.
이기자 : ‘치인트’에서 호흡이 가장 잘 맞는 사람은 누구였나요?
-문지윤 : 하재우 역을 맡은 오희준씨와 호흡이 가장 잘 맞았어요. ‘하제리’라는 별명도 붙여줬어요. 저랑 ‘톰과 제리’ 같은 사이거든요. 안길강 선배님을 제외하고 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어요. 여타 다른 친구들과도 호흡이 잘 맞았어요. 박해진씨는 피규어 모으는 취미가 있더라고요. 강의실에서 피규어 구매하는 모습을 슬쩍 보고 알았죠.(허허허) 김고은씨는 정말 애교가 많아요. 원작에서 홍설은 좀 차가운 이미지인데, 드라마에서 김고은씨 덕분에 귀여운 매력을 가진 홍설이 탄생된 것 같아요. (맞나?ㅋㅋ)
이기자 : 밉상이란 밉상은 다 보여줬는데, 앞으로도 더 나올까요?
-문지윤 : 다른 면도 나오긴 할텐데, 주된 행동은 밉상일 거예요. (허허허)
연기자 : 극중 상철이를 능가하는 밉상 캐릭터를 꼽는다면?
-문지윤 : 요즘 ‘치인트’의 암적인 존재라고들 하더라고요. 저보다 남주연 역의 차주영씨가 아닐까.(허허허) 저희끼리 ‘암벤져스’라는 말도 해요. 조심스럽긴한데, 나쁜 의도가 아니니까 재미로 봐주셨으면 하고요. ‘암벤져스’ 저작권은 도현 역의 신주환씨한테 있어요. 제가 무단으로 쓰고 있죠. 생각해보니까 저작권료로 하루에 100원씩 입금해드려야겠네요.
이기자 : ‘현피 이벤트’ 논란 후 번개 팬미팅으로 바뀌었는데, 잘 마무리 됐나요?
-문지윤 : 아, 그거 난감했어요. 처음에는 ‘현피 이벤트’를 보신 분들이 재밌다고 하다가 ‘연기를 잘 했으면 고마운 것 아니냐. 만나서 무슨 욕을 하라는 거냐’는 반응으로 바뀌는 거예요. 근데 기사회 되면서 점점 논란이 커지더라고요. 결과적으론 300분 정도 오셔서 사진 찍고, 사인하고 원하면 악수나 포옹도 해드렸어요.
연기자 : 그랬군요. 아, 그런데 성함을 검색해보니까 연관 검색어에...
-문지윤 : 문지윤 살, 그거요?
연기자 : 네. 실제로 상철 캐릭터 때문에 살을 많이 찌우셨죠?
-문지윤 : 네. 감독님이 첫 만남 때 저한테 ‘살 찌워볼래?’라고 말하셨는데, 기억을 못하더라고요. 종방연에서 ‘너 처음 봤을 때부터 돼지였잖아’ 이러셨어요.(허허허) 하지만 감독님이 굳이 말씀 안하셨더라도 제가 찌웠을 거예요. 캐릭터에 욕심이 났거든요. 박해진씨랑 제가 키가 똑같아요. 웹툰에서 상철이가 거구로 나오는데 키를 늘릴 수는 없으니까 몸을 크게 만들었죠.
이기자 : 이제 연관 검색어에 떴으면 하는 단어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문지윤 : ‘다이어트 성공’ 이런 게 떴으면 좋겠어요. 저도 다른 일자리 찾아야죠.(허허허)
슬기자 : 대한 펜칵실랏 연맹 홍보대사더라고요. 액션배우도 잘할 것 같아요.
연기자 : 어떤 운동인지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문지윤 : 절권도 비슷한 운동인데요. 기본기 정도만 익혀서 액션 영화를 찍을 정도는 아니에요.
매니저 : 복싱도 하셨잖아요.
-문지윤 : 깜짝이야. 네. 고마워요. 제가 복싱을 했었는데요. 실제 권투 선수 선수 생활과 일대기를 담은 ‘챔피언’같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키가 커서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워낙 거구여서.
슬기자 : SNS 보니까 유화나 수채화가 아닌 매직으로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문지윤 : 일단 유화나 수채화는 손이 많이 가요. 화실같은 곳도 따로 없어서 물감으로는 그림을 그리지 않아요. 앞으로도 전 계속 매직으로 그릴 것 같아요. 나중에 배우로서 더 성장해서 그림이 팔리게 된다면 스케치북이랑 매직을 많이 사서 보육원에 기부하고 싶어요. 그리고 ‘어렵게 생각하지마. 나도 매직으로 그림 그렸어’ 하고 그림에 대한 편견을 깨주고 싶어요.
슬기자 : 2월에 전시회도 하던데.
-문지윤 : 어떻게 아셨어요? 사실 김은영 작가가 전반적으로 다했고, 저는 단지 숟가락 얹은 것 뿐이에요. 데뷔전이라고 하기에도 쑥스럽죠. 그림은 따로 배운 적 없어요. 그저 취미일 뿐이죠. 작가 분이 제 그림을 보더니 독특해서 자기가 원하는 분위기와 어울린다고 제의하길래 무조건 한다고 했죠. ‘치인트’ 출연진들도 그렇고, 여러 지인 분들도 오신다고 했으니까 오세요.(허허허) 전시되어 있는 그림 중에 판매되는 것도 있어요. 아, 판매 안 하는 것은 화통에 넣어서 선착순으로 줄 거니까 빨리 오세요.(허허허)
이기자 : 데뷔 14년 차인데, 문지윤의 2016년도는 어떨까요?
-문지윤 : 제가 고3 졸업하고 데뷔를 했는데, 그때 30살을 바라봤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 만 31살이에요. 막상 30살이 되니 40살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하려는 의지가 있으니까, 멀리보고 조급하지 않게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쪽 분야에 14년을 있었다는 건 열정이 있다는 거잖아요. 아직 먼 미래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아직은 이 배우라는 일이 제게 특별해요.
[에필로그]
슬기자 : 하트나 손 그림이 많던데요.
-문지윤 : 애정결핍인가봐요. 손이랑 하트가 점점 커져요.
*네모
“입덕 예약 받습니다. 언젠가 뜰 거니까요.” 누군가의 비주류가 모두의 주류가 되는 그날까지~ [곧 뜰 거야] [더 뜰 거야] [막 떴어요] 시리즈가 시작됩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수다스러운 인터뷰로 여러분을 초대할게요.[ⓒ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