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한밤의 TV연예’(이하 ‘한밤’)가 23일 방송을 끝으로 퇴장한다. 제작진은 분명 ‘잠정 중단’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시즌2가 기약되지 않아 영원한 작별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 잠정 중단이라 할지라도 21년간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장수 프로그램의 명맥이 끊기는 건 사실이었다.
‘한밤’의 폐지 소식은 지난달 날아들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방송가 트렌드에 맞춰 SBS는 ‘한밤’ 대신 새 예능 프로그램 ‘신의 목소리’ 편성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 사진=SBS |
물론 시청률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한밤’은 연예가 뉴스들을 전달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인터넷의 발전 등으로 속보처럼 날아드는 연예가 소식지들의 속도를 따라갈 순 없었다. 제작진은 기획성 코너들을 배치해 변별력을 강화했지만, 연예정보프로그램 만의 색깔을 채우기엔 부족했다.
이런 까닭에 ‘한밤’은 시청률 4% 안팎을 보이며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MBC ‘라디오스타’ KBS2 ‘추적60분’과 비교해 다소 낮은 경쟁력을 보였다. 오랜 역사와 정통서으로 커버하기엔 상업 방송으로서 강점은 적었다.
그러나 3사 연예정보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먼저 방송중단을 외쳤다는 점에선 다소 아쉬운 맛을 남긴다. ‘연예가 중계’나 ‘섹션TV 연예통신’ 등 다른 방송사가 낮은 경쟁력에도 이들을 존속시키는 건 장수 프로그램에 대한 배려 때문. 시청률이나 화제성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만큼 고정 팬층도 고려해야하는 것이다.
1995년 2월 첫 전파를 탄 뒤 매주 얼굴을 내민 ‘한밤’에게도 이런 대우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KBS1 ‘전국노래자랑’이나 ‘가요무대’가 현재 예능 트렌드와 노선을 달리해도 그 생명을 지켜 지금의 자리에 오른 만큼, ‘한밤’도 SBS 탄생과 거의 궤를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보호해야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러나 결국 ‘한밤’은 잠시 혹은 영원한 안녕을 고하게 됐다. 눈 감았다 뜨면 사라지는 방송가 판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이 남는다.
한편 ‘한밤’의 빈자리엔 ‘신의 목소리’가 편성돼 오는 30일 방송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