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두툼한 손, 짙은 쌍꺼풀, 차분한 말투, 순박한 인상. 이 모든 수식어를 가진 남자가 있다. 그가 보여주는 연기는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 매력으로 다가온다. ‘응팔’을 만나 빛을 발했고 이제는 엄청난 존재감의 배우가 됐다.
안재홍은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라미란(라미란 분)-김성균(김성균 분) 부부의 첫째 아들인 김정봉 역을 열연했다. 대입학력고사 6수생으로 유표수집, 오락실 게임, 큐브 퍼즐에 열중하는 1988년 당시의 대표적인 덕후 캐릭터다. 안재홍은 이 역할을 만나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길거리에 가면 알아봐 주셔서 신기해하고 있어요. ‘어, 정봉이 아니에요? 너무 잘 봤어요. 실물이 낫네요’라고 하세요. 한창 바쁘긴 바빴어요. 그래도 요즘 좀 한가해져서 좋은 것 같아요. 그래도 바쁜 것도 매력 있어요. 뭔가 맡은 바 일을 찾아서 해나가는 즐거움 같은 게요.”
↑ 사진=곽혜미 기자 |
“정말 드라마가 처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8개월 정도 드라마만을 바라보고 그 캐릭터만을 생각하고 달려오다 보니까 정말 그 시대에 제가 살다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하는 내내 행복했었고,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김정봉의 활약은 어머니인 라미란과 함께 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돈 한 푼 벌지 못하는 백수임에도 공부는커녕 다른 일에 매진했다. 이는 라미란의 차진 손찌검으로 이어진다. 라미란이 밥을 먹던 숟가락으로 김정봉의 머리를 칠 때 시청자들은 모두 폭소했다.
“라마란 선배는 진짜 매력적인 분이에요. 실제로 보면 정말 예쁘시고요. 선배님들이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런 생각 안 들게끔 잘해주셨어요. 어떻게 연기해도 다 받아주시니 안락함도 있었고, 맞는 신은 모두 다 시원시원하게 맞았던 것 같아요.”
↑ 사진=곽혜미 기자 |
안재홍은 출중한 연기 실력으로 김정봉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했다. 앞서 그는 영화 ‘족구왕’에서 주인공인 족구 마니아 홍만석에 분해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그의 코믹 연기는 ‘족구왕’에 이어 ‘응팔’에서도 능수능란했다. ‘족구왕’의 안재홍이 비범함을 숨긴 의뭉스러운 캐릭터였다면 ‘응팔’ 속 안재홍은 대놓고 바보다. 그는 나름의 분석 능력으로 캐릭터의 개성을 더했다.
“정봉이 역할을 하려고, 어울리는 모습이 되려고 여러 가지 많이 했어요. 6수생이고 야외활동을 안 하는 캐릭터니까 하얗고, 감독님이 몸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8kg 정도 찌웠어요. 머리를 생각보다 자주 깎았어요. 뻗치고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그걸 위해 옆머리 구렛나루를 혼자 면도 했어요.”
↑ 사진=곽혜미 기자 |
“정확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선? 줄타기라고 해야 할까요. 조금만 흐트러져도 너무 튀어버리거나 극과 동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정확히 짚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도 역설적으로 과감하게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봉블리’라는 별명을 얻었고, 제게는 최고의 칭찬이죠.”
극중 안재홍은 미옥(이민지 분)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줬다. 미옥과 편지를 주고받고 병원에 입원해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그에게 보드게임 브루마블 속 우주여행 초정장을 전해 감동을 안겨줬다. 해외로 떠난 미옥을 그리워했고 인터넷으로 재회하는 과정은 아직도 여운으로 남았다.
↑ 사진=곽혜미 기자 |
“정봉이의 완벽한 뒷이야기가 안 나오죠. 사람들이 정봉이의 미래가 궁금하다고 할 때 기분이 좋았어요. 캐릭터에 대해 궁금해 해주는 거잖아요. 드라마에 나오진 않았지만, 저는 정봉이와 미옥이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안재홍은 ‘응팔’로 사랑받았고 그 사랑은 나영석 PD와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그는 드라마에서 함께 호흡했던 류준열-박보검-고경표와 함께 tvN ‘꽃보다 청춘’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아프리카 여행을 떠났다. 아프리카의 풍경을 마음에 담았고 오랜 자취경력을 바탕으로 한 요리 실력을 발휘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응팔’ 속 안재홍의 귀여움을 느끼게하는 연장선이 됐다.
“정말 좋았어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아프리카를 추천해주고 있거든요. 막연한 아프리카에대한 선입견이 있잖아요. 엄청나게 뜨거울 거다 하는, 그런데 아프리카에 대한 생각이 완전 바뀌었어요. 날씨가 너무 좋아요. 햇볕이 뜨거운데 그늘 가면 선선하고 오히려 긴팔 입어야 해요.”
↑ 사진=곽혜미 기자 |
“이틀정도는 리얼 버라이어티기 때문에 VJ형들이 24시간 따라다녀서 신경 쓰였는데 그것도 금방 적응 되고, 온전히 여행을 즐길 수 있었어요. 매 순간 인상적이었는데 그게 점점 강해져요. 빅토리아 폭포를 보는 순간 대자연에 압도당했어요. 부모님 생각이 나면서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했죠.”
‘응팔’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쳤던 그는 ‘위대한 소원’을 통해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이번에는 영화를 통해 그의 코믹한 연기를 느껴볼 수 있다. 앞으로 종횡무진 활약할 그의 연기활동을 기대해본다.
“‘족구왕’이랑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시나리오 보면서 소리 내면서 웃었어요. 기존에 못 봤던 그런, 코드라서요. 부잣집 막내아들인데, 아버지한테 매를 벌어요. 어수선하고 허술한 맛이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또 나중에 되면 그 친구의 진심이 보일 것 같아요. 일을 저지르는 친구인데 뭔가 좀 의리가, 뚝심이 보이는 인물입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