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같은 직업이더라도 시작을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현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현장MC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방송으로 시작해 현장MC로 특화되는가 하면 무대에서 시작해 방송에 진출하기도 한다.
허준은 2004년 온게임넷 ‘아테네 올림픽’을 통해 방송인이 됐고 이후 각종 게임행사를 섭렵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제는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게임 현장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진성찬 씨는 데뷔 10년차 현장MC다. 그는 행사장에서 시작해 방송계로 넘어온 인물, 두 사람의 이야기로 현장MC라는 직업을 한 꺼풀 벗겨본다.
◇현장MC가 된 계기가 있나요?
허준: 언뜻 제가 다녀간 프로그램을 찾아보니 100개가 넘어가더라고요.(웃음) 저는 엄밀히 따지면 대한민국의 진행자예요. 진행자라는 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잖아요. 제가 워낙 다양한 방송을 하다보니까 제 직업을 여러 가지로 알고 계시더라고요. 현장MC는 방송 일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될 거예요. 방송이 이미 잡혀있다 보니, 섭외가 들어오는 것들 중에 스케줄 상 가능한 것들은 하는 편이에요.
진성찬: 아이들이 좋아서 유아 체육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유아 관련행사를 접하게 됐고, 좀 더 많은 행사를 하고 싶다고 느꼈어요. 유아 행사까지 포함하면 이 일을 시작한지 10년 정도 됐네요. 현장MC를 주력으로 한 건 4년 정도 돼요. 원래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사람들 앞에서 진행을 하고 그분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서 어떤 힘을 느꼈어요.
◇현장MC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허준: 무조건 순발력이죠.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해요. 이 부분에서 시간 좀 더 끌어주세요. 30초 정도요, 라고 말을 했는데 그 부분에서 15분이 딜레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긴 시간을 줄여달라는 건 문제가 안 되거든요? 그런데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갑자기 딜레이가 생기면 관객들은 저만 봐요. 이때는 사적인 대화부터 시작해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끌어다 써야 하는 경우도 생겨요.
진성찬: 상황 대처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번에는 실내 스파에서 MC를 봤거든요. 그런데 거기가 물기가 있다보니 주기적으로 감전 되는 거예요.(웃음) 나름 꾹 참고 재치 있게 넘어갔어요.
◇현장MC와 방송MC의 차이점을 꼽는다면?
허준: 현장MC가 방송진행MC보다 더 많은 지식,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방송은 분명 끊어서 할 수 있는 게 분명 있어요. 이걸 준비해주는 작가, 편집해주는 PD님이 계시죠. 현장은 현장 준비 위원회 담당자 한 분 계셔요. 그 분이 자리에 없으면 정말 아무한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어요. 혼자서 의사를 결정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조율 능력과 진행능력은 방송MC보다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진성찬: 아무래도 방송하고는 다르겠죠. 현장 상황은 계속해서 바뀌고 여기에 따라서 대처도 필요해요. 그야말로 임기응변이 뛰어나야 할 수 있는 일 같아요.
◇기억에 남는 현장을 꼽으시자면?
허준: 6시간 행사를 하는데 중간에 쉬는 게 30분 정도 점심시간 시간뿐인 거예요. 화장실도 못 가게 하는 거죠. 제가 화장실을 못 갈 정도면 관람객들한테는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지금 쉬세요’라는 말을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이때 정말 힘들었고 기억에 남아요.
진성찬: 축구 응원경기에서 MC를 본 적이 있거든요. 중간에 이벤트 MC로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응원까지 겸하게 되는 거죠. 3년 전 일이에요. 당시 분위기나 응원 포인트를 잘 몰라서 좀 후회가 됐죠. 흐름에 맞춰서 응원단장이 먼저 리드를 해야 관객들이 따라 하잖아요. 골대를 빗겨나가고 이럴 때 분위기를 띄워줘야 하는데, 주구장창 응원만 했었어요.(웃음)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그때보단 낫지 않을까요?
◇현장마다 분위기가 많이 다른 편인가요?
허준: 울산에서 방송을 한 번 했어요. 그게 아주머니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거든요. 아파트 동 단위아주머니들을 데리고 현장을 진행했어요. 점심시간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더라고요. 김밥도 없고 갈비찜이 준비가 되고, 밥도 흰밥 아니고 다 볶아서 나와요. 거의 출장뷔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진행하는 도중에도 계속 음식을 주셨어요. 아주머니들은 이렇게 좀 적극적인 편이시고 게임 행사 역시 젊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좀 적극적인 편이죠. 가장 힘든 건 기자님들 앞에서 하는 행사에요. 다들 기사 쓰고 계시니까 반응이 없으셔서, 이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웃음)
진성찬: 항상 달라요. 같은 아주머니들이라도 가요교실과 회사는 생각만 해도 분위기 자체가 다르잖아요. 가요교실 아주머니들은 워낙 친밀도가 높고 흥도 많으셔서 편하죠. 회사나 공부하는 아주머니들은 차근차근 친밀도를 쌓아가는 느낌이 있어요. 이 분들의 경우에는 처음엔 힘들지만 나중에 분위기가 좋아져서 웃어주시면 정말 뿌듯해요.
◇현장MC로서 자신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허준: 제 현장 진행은 거의 70~80%가 게임 행사에요. 제가 캐스터 이미지가 게임 쪽에서는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게임 방송에서 제가 게임을 강하게 비판하거든요. 덕분에 유저들의 입장에서 MC를 봐주는 진행자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그게 강점으로 작용 하나 봐요. 좋은 거죠.(웃음) 그러다보니 게임사에서도 이런 이유 때문에 저를 많이 섭외해주는 것 같아요. 행사라는 건 관객들이 행복해야 하는 거지 주체측이 행복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진성찬: 별로 내세울 건 없는데, 목소리가 좋다고들 많이 하세요.(웃음) 저도 현장MC는 목소리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다른 부분에서 제가 딱히 뛰어나다고 말할 건 없는 것 같아요.
◇현장MC라는 직접에서 오는 고충은 무엇인가요?
허준: 현장에 도착해서 ‘어디에 있으면 되죠?’라고 말하면서 두리번 거리는, 앉아있을 곳조차 없는 경우도 많고요. 옷도 갈아입을 곳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입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뻥 뚫린 야외에서도 얼른 갈아입고 그랬어요. 식사는커녕 화장실 한 번 가기 힘든 경우가 발생하고요. 그리고 아직까지는 현장MC와 주체 측의 명확한 계약과 관련해서도 부족한 편이에요. 물론 많이 좋아져서 예전만큼 심한 건 아니지만, 후배들의 경우에는 너무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그러더라고요. 현장 진행MC를 MC로 보는 게 아니라, 앞에서 시간 때워주는 정도로 느끼는 분들이 계셔요.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죠.
진성찬: 아무리 준비하고 열심히 해도 행사가 맨날 잘 끝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 날 같은 경우에는 신경이 많이 쓰여요. 후회도 되게 크고요.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것도 단점이죠. 아무래도 매달 월급 받는 직장인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자기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현장MC를 꿈꾸는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허준: 진짜 재밌니? 진짜 하고 싶니? 만약 네가 이걸 하면 밥을 굶는다고 해도 하고 싶니? 그러면 해도 괜찮아. 그런데 그 자신감이 없으면, 세상에 순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웃음) 대한민국에 국회의원이 수백 명이란다. 그런데 방송에서 MC보는 사람은 100명이 안 돼. 돌잔치 전문MC들을 합쳐도 천 명이 안 될 거야. 그래도 할 수 있겠니?
진성찬: 제 선배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전체적으로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 역시 그렇게 했는데 많이 도움이 됐어요. 전체적으로 행사가 어떻게 기획되고 진행되는지 알수 있게 되니까요. 경험도 많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공부하고, 연습하고, 직접 겪어보면서 실수를 보완하면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최종목표는 무엇인가요?
허준: 최고령 MC인 송해 선생님, 학교 다닐 때 ‘쟤는 허참 아니냐’는 말도 많이들은 것과 별개로(웃음) 허참 선생님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죽는 날까지 MC로 불리는 게 꿈이에요.
진성찬: 어떤무대에서든 항상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MC가되도록 하겠습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