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벌써 12년차예요. 나이가 많은 건 아닌데도 시간이 참 빨리 지난 것 같네요.”
MBC 김정근 아나운서는 지나간 방송생활을 되돌아보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늘 청년같은 이미지로 브라운관을 지킨 터라 실감을 못했는데 어엿한 12년차, ‘중견’이란 이름이 어울릴 만한 위치가 됐다.
“그러게요. 그래서 그런가 마음이 더 복잡한 것 같아요. 하하.”
입사 12년차, 혹은 40대 문턱에 접어든 김정근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 디자인=이주영 |
◇ 키워드 총평 : 김정근의 색다른 변신, 올해엔 기대해도 될까요?
키워드1. 입사 12년째, 뒤를 돌아보다
“요즘 사무실에 출근하면 인사를 드려야하는 사람보다 제게 인사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게 놀라워요. 전 아직 신입 같고 젊은이 같은데 이젠 띠동갑 후배들이 들어오니. 생각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내가 더 이뤄놨어야 하는 것 아닐까, 현재가 초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돌아보면 아쉬움도 남아요. 그 중에서도 축구 중계를 집중적으로 했지만 한창 열심히 일할 때 김성주 아나운서라는 걸출한 스타가 자리를 대신하면서 생각만큼 많이 한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올림픽이나 메달 따는 종목 중계를 많이 못해본 것도 아쉽죠. 금메달을 땄을 때 환희와 감동을 같이 느껴봤으면 좋았을 것 같거든요.”
키워드2. 아나운서, 치열한 경쟁은 계속된다
아나테이너에 대한 키워드가 나오니 똑 부러진 소신이 나왔다. 앞으로 이 세계가 더 치열해질 거란 전망과 함께.
“아나운서라는 직업 자체가 전문성은 있지만, 이젠그 영역들을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게끔 열렸다는 게 고민해야할 지점이에요. 요즘 뉴스는 기자들이 진행하기도 하고 스포츠는 전문캐스터들이 하잖아요? 이전엔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게 아나운서였다면 이젠 전문분야를 어필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처럼 아나운서가 할 수 있는 일이 갈수록 쪼개지는데 이건 아나운서가 대체인력보다 더 낫다는 걸 계속 증명해야하는 시험대가 아닌가 싶어요. 공채 아나운서가 신뢰도나 전달력에 있어서 더 낫다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 거죠. 이런 경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아요. 다들 열심히 노력해야죠.”
키워드3. 배우로서 ‘꿈’
아나운서로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그는 또 다른 꿈도 꾸고 있었다. 배우로서의 활동이다.
“작년에 동국대 영상대학원을 다니면서 연기연출을 전공했어요. 표현과 발성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어서 시작했거든요. 그러면서 무대에도 몇 번 섰는데, 연기하는 사람들의 표현법을 배우는 게 참 매력 있더라고요. 앞으로 기회가 되면 회사 내에서도 활동해보고 싶어요. 드라마국에서 기용해준다면 좀 더 편안하게 나를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하하. 아나운서나 기자 역이 아닌 정극에서 캐릭터 있는 역을 해보고 싶어요.”
키워드4. 아내 이지애
그는 최근 오상진, 김소영 아나운서의 열애설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아내인 방송인 이지애와 원조 아나운서 커플로 거론됐던 것. 벌써 결혼 6년째에 접어든다는 그에게 아내에 대한 얘기를 물었다.
“아내가 같은 계통 사람이라 대화의 주제가 깊게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어떤 것 때문에 고민인지 잘 알고도 있고요.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고나 할까. 또 아내는 제 방송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해주고. 남들은 모르지만 서로 알고 있는 장점을 부각해서 용기도 주죠. 단점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신혼부부처럼 알콩달콩 살거든요. 주말엔 여행가기도 하고 이태원 홍대에서 데이트도 하고요. 이제 단 하나 소원이 있다면 2세를 갖고 싶어요. 우리 아버지가 그랬듯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면서 가정을 꾸려가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예비 아빠로서 설렘을 갖고 올 겨울을 맞이하면 좋겠어요.”
키워드5. 40살의 문턱
벌써 40대라고 하니 너털웃음을 지었다.
“28살에 입사했을 때 당시 40대 선배들을 보면서 ‘이젠 젊음이 끝났구나’ 생각했었어요. 근데 막상 이 나이가 되니까 가야할 길도 많고, 할 것도 많더라고요. 5060세대가 됐을 때 내 노년생활을 그리게 되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뭔가 시작하기에 전혀 늦지 않은 나이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안주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더욱 절실하게 드는 나이기도 하고요. 지금의 행복도요? 8점 정도? 2점을 뺀 건 인간관계에 더욱 노력하고 싶어서예요. 나이 들면서 날 좋아해주는 사람.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데 이젠 주변을 챙겨야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키워드6. ‘오늘 저녁’ 터주대감
마지막으로 3년째 지켜운 ‘생방송 화제집중’ 터주대감으로서 소감을 물었다. 아울러 지상파3사 데일리 프로그램 중 자신만의 무기를 자랑해달라는 주문도 함께.
“일단 사람들이 날 푸근하고 편안하게 봐주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사람들이 봤을 때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으면 하고요. 하루종일 피곤해서 TV틀었는데 인상이 센 것보다는 환한 기분을 주는 사람이 더 좋잖아요? 짧게 보지만 그 시간에라도 좋은 기운을 얻어갈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조미료 잔뜩 들어간 음식이 아닌 저녁에 먹는 건강한 밥처럼 시청자들에게 필수 영양소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정근은 누구?] 1977년생으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생방송 오늘 저녁’ ‘생방송 화제집중’ ‘리얼스토리 눈’ ‘그린실버 고향이 좋다’ 등을 진행했다. 이지애와 2010년 결혼식을 올렸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