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만약 내일 죽는다면 무얼 할까. 어떤 사람은 가족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천천히 정리하곤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영화 ‘위대한 소원’ 고환(류덕환 분)은 자신 남은 날 중에 하고 싶은 일이 그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성관계를 의미한다.
가장 성에 대해 호기심이 풍부한 나이 고등학생 때, 루게릭 병에 걸려 걸을 수도 없는 고환은 남들과 다르지만 성에 대해선 또래 남자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간호사를 보고 눈을 떼지 못하며, 야한 꿈을 꾸는 남자다.
↑ 사진=영화 스틸컷 |
그렇게 병원 침대 위에서 생활하던 그가 결국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이에 그의 부모는 “뭐 하고 싶은 거 없어?”라고 묻지만, 결코 ‘그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고환이다. 하지만 고환의 친구 갑덕(안재홍 분)과 남준(김동영 분)에게는 털어놓는다. 죽기 전에 ‘그것’이 하고 싶다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친구의 마지막 ‘위대한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갑덕과 남준은 고군분투한다. 어떻게 해서라든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지만, 루게릭병 환자에 병원 침대 생활이 주가 되는 고환과 관계를 맺겠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고환의 아빠(전노민 분)는 이들과 함께 고환의 상대를 찾아 나선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본능적인 마지막 소원과도 같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환은 가장 솔직한 소원을 고백한 것이다. 그냥 이대로 죽어버리면 어른이 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는 게 고환이 그것을 마지막 ‘위대한’ 소원으로 정한 이유다.
↑ 사진=영화 스틸컷 |
남대중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담게 된 계기를 언급하며 본인의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그가 학생일 때, 친구들과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엇을 할 건가’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에 한 친구가 ‘그것’을 하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이후 동창회에서 이 친구들을 다시 만났지만, 그 당시 농담을 했던 그 친구는 이미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런 ‘현실적인 버킷리스트’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위대한 소원’은 유쾌한 영화다. 그저 우습기만 한 영화도 아닌 솔직한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첫 영화를 내놓은 남대중 감독의 패기가 돋보이며, 안재홍과 김동영의 코믹 연기, 이들과 함께한 류덕환의 감정을 넘나드는 연기 또한 결코 흠잡을 데가 없다. 또 이들의 연기와 더불어 중년배우 전노민, 전미선의 호흡도 어색하지 않게 녹아들어 재미를 배가시킨다. 오는 21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