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한 발을 내딛을 때 꼭꼭 흙을 다지며 걷는 걸음새가 있다. 서강준의 행보가 그랬다. 보폭은 좁을지언정, 속도가 느릴지언정 그는 조금씩 꼭꼭 다지며 내딛었다. 그랬던 서강준이 이번엔 과감한 ‘한 발 뛰기’를 했다. 바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를 통해서다.
그는 화제 속에 종영한 ‘치인트’ 덕분에 ‘대세’라는 칭호를 얻었다. ‘치인트’가 끝난 후 SBS ‘정글의 법칙’ 등에서 유명세를 이어갔고, ‘치인트’ 속 백인호 캐릭터를 통해 수많은 여성 팬들을 얻었다. 오죽하면 그의 ‘시청률 공약’ 자리에 인파가 몰려 행사장 입구에도 들어가지 못했을까. 하지만 정작 본인은 ‘대세’라는 칭호를 듣자마자 토끼 눈을 하고 손사래를 치기 바쁘다.
↑ 사진=천정환 기자 |
“‘대세’라니 창피하다. 드라마가 사랑을 많이 받은 것뿐이다. 드라마는 정말 화제도 많이 됐고, 좋아해주셨던 게 느껴진다. 공약 이벤트도 ‘한 200분 오시겠지’하고 마련한 장소였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누가 절 좋아해주는 것, 그리고 절 위해 찾아와주시는 것 자체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
‘치인트’는 웹툰의 드라마화 결정부터 사전제작, 캐스팅 등 무엇 하나 화제가 되지 않은 게 없다. 캐스팅 당시에도 워낙 ‘말이 많았기’ 때문에 분명 부담스러웠을 테다. 그는 “사실 저도 저에 대한 우려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부담스러운 자리임에도 하게 된 건 백인호라는 캐릭터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캐릭터가 참 예뻤다.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하고, 솔직하기도 하고, 매력이 참 많았다. 웹툰을 통해 백인호를 처음 만났는데 자유롭고, ‘일반적이지’ 않은 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관점에 따라 웹툰 속 인호와 제가 표현한 인호가 다르게 느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는 드라마 속 백인호는 새로 만들어가는 것이니 제 모습이 담긴 백인호였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드라마 속 인호를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2D인 웹툰을 3D인 영상으로 가져오는 작업이 까다롭지 않았을까. 서강준은 “인호가 가지고 있는 생각, 어렸을 때 배경이나 지금의 목표, 가치관 가은 것들을 많이 가져가려고 노력했다”며 웹툰 속 백인호를 이해하려는 작업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차원’이 다르니 그 속의 캐릭터가 가진 ‘감성’을 고스란히 살려야 했다.
“인호의 생각을 많이 넣되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제 말투나 행동의 방식들이 들어갔다. 사실 읽으면서 상상하는 웹툰의 특성상 모든 독자들마다 상상한 인호가 다 다를 거다. 모두의 생각이 다 들어간 인호를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 중 가장 공통적인 인호를 만들고자 했다. 와일드하고, 자유분방하고, 겉으로는 툴툴거리지만, 뒤에서는 챙겨주는 인호. 그런 공통적인 캐릭터를 잘 만들어가자고 목표를 잡았다.”
그렇게 고민하며 만들어갔던 드라마인데, ‘치인트’는 그만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유정(박해진 분)이 아닌 백인호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졌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셌다. 이외에도 많은 논란들이 있었고, 그 드라마의 출연자로서 서강준도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참을 생각하다 어렵사리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마음이 아팠다. 그냥 마음이 아팠다. 사실 시청자들이 서운해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이런 비판들이 어떤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해도 간다. ‘치인트’가 원작을 중심으로 가길 원한 마음 아니었을까.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많이 없었다. 사전제작인 걸 넘어서라도 신인배우인 제가 무엇을 바꿀 수 있었을까. 그저 작품 속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인생, 과거, 고민, 갈등, 개인사들이 잘 돋보이고 어우러졌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 사진=천정환 기자 |
서강준은 “‘치인트’를 몇 개월이 더 지난 다음에 1부부터 16부까지 다시 보고 싶다. 어떤 작품이고, 어떤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표현했는지 객관적으로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좀 더 자유롭게, 더 가까이 작품을 느끼고 싶어 했다. 마음고생은 했지만, 서강준은 ‘치인트’를 매우 소중한 작품으로 마음속에 간직하게 됐다.
화제가 된 만큼 논란도 많았고, 유난히 날선 비판들로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아팠다. 아픈 만큼 성숙했고, 자랐다. 작품을 대하는 법도, 주연이란 왕관을 쓰는 법도 더 깊이 이해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러면서 더 깊어지는 거다. 서강준도, 그 과정의 중심에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