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장은 4월에 가장 관객이 많을 날을 앞두고 있다. 4월 13일, 총선일이다. 총선일을 비롯해 지방선거일까지 6번 모두 해당 월에 영화관객이 가장 많았다. 특히 총선일은 월평균 최저 관객비수기인 4월에 있기 때문에 임시 공휴일 효과는 부흥에 가까울 정도다. 역대 총선일의 영화시장 규모, 총선일의 예상 관객 수를 분석했다. 요약하면, 총선일 영화시장은 4050세대 관객이 좌우하며 기존 패턴인 전주의 5배를 넘어 증가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이 높으면 영화시장은 반비례 경향을 보였지만 이런 패턴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 총선일의 공휴일 효과, 어느 정도였을까?
지난 총선일의 영화시장 규모부터 살펴보자. 총선일 3번의 평균 관객 수는 약 58만 9천명이었다. 어느 정도 규모냐 하면, 총선일 하루가 4월 관객의 평균 7.7%로, 4월 일평균 25만 명의 2.3배가 넘는다. 공휴일의 평균 관객 수와 비교하면, 총선일과 가장 유사한 규모는 삼일절이며, 총선일이 삼일절보다 평균 1%가 더 많았다. 3월이 4월보다 총관객수가 더 많은데도 그렇다. 총선일의 ‘특수’ 효과는 크리스마스보다 더 뛰어났다. 전주(1주일 전 같은 요일) 대비 평균 증가폭이 총선일은 5배, 다른 공휴일은 3배 이하, 크리스마스가 3~4배 정도였다.
총선일 영화시장은 빠르면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총선일 관객 수는 2004년 25만 명, 2008년 57만 명, 2012년 95만 명으로 매번 증가했다. 총선일이 4월에 차지한 비중도 7.6%, 7.7%, 7.9%로 계속 커졌다. 속도로 바꿔 말하면, 총선일 관객 수는 2012년까지 평균성장률 94%로 4월 누적관객 수의 평균성장률 90%보다 빨랐다.
총선일 관객 수를 선거인 및 투표자 수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투표 가능한 선거인 수의 평균 1.5%, 실제 투표한 투표자 수의 평균 2.9% 규모가 총선일마다 영화관을 찾았다. 연도별로 총선일 관객 수는 선거인(투표자) 수의 0.7%(1.2%), 1.5%(3.3%), 2.4%(4.3%) 규모로 역시 증가했다. 그러니까 총선일의 관객 수는 4월, 공휴일, 선거상황 등 총선일을 둘러싼 시장 규모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총선일 관객 수는 전체 영화관으로 보면 정당별 비례대표 순번이 달라질 만한, 개별 영화관으로 봐도 접전 양상의 지역구는 당락이 결정될 만한 규모다. 그러니 선거 당일 영화관 앞에서 투표 독려 캠페인이 벌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유권자가 주로 찾는 영화관은 대개 자신의 선거구에 근접해 있다.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유권자 수가 한 공간에 모여 있는 것이다. 가령 오후 5시쯤 영화 관람을 마친 미투표자, 부동층, 무동층에게 투표 독려 효과가 나타나면, 그 선거 결과는 모를 일이다.
설마 싶겠지만, 아니라고도 확정할 수 없다. 1표 차 승부는 패스하자. 예컨대 2012년 19대 총선의 서울 선거구 최저 격차가 488표였다. 당시 서울 48개 선거구별 평균 관객이 5,722명이었고, 그 선거구에는 대표적인 대형 영화관도 있었다. 그 선거 결과를 결정할 만한 유권자 수가 그 영화관에 ‘모여’ 있었던 셈이다.
다른 사례도 가정해볼 수 있다. 19대 총선에서 특정 당이 당선인을 50% 이상 차지하지 않았던 시도는 3곳이다. 총선일에 인천 선거구 12개별 평균 관객은 3,982명, 최저 격차는 2,362표였다. 대전 선거구 6개별 평균 관객은 6,356명, 최저 격차는 1,711표였다, 충남 선거구 10개별 평균 관객은 2,740명, 최저 격차는 1,897표였다. 그러니까 모를 일이다.
■ 4.13 총선일, 영화관객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이번 4월 13일 총선일의 관객 수는 얼마나 될까? 영화관 통합전산망 데이터가 3년 간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세 가지 가설을 세워보자. 첫째, 180만 명 이상. 총선일의 평균성장률 94%를 이번에도 따라간다는 전제다. 둘째, 120만 명 안팎. 삼일절의 평균 101%를 가정한 추정치이다. 올해 삼일절 관객 수는 118만 여명이었다. 셋째, 50만 명 상당. 유의미한 상관관계에 있는 전주 관객 수를 기준으로 그 5배로 계산한 결과다. 올해 총선일 전주인 4월 6일의 관객 수가 10만 3천 명에 불과했다.
만약 4월 13일 하루에 180만 명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올해 일별 최다관객 기록이 경신된다. 현재까지 일별 최다관객 수는 설날 연휴 첫 날(2월 9일)의 167만 여명이다. 설날 보다 총선일에 관객이 더 많다는 게 말이 되나 싶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17대 총선일 2004년 4월 15일이 그랬다. 하루 120만 명만 되도 상당히 큰 시장이다. 일별 관객 수로 상위 5%이며, 설날과 새해 첫날 연휴 다음으로 많다. 20대 총선일 2012년 4월 11일이 그랬다.
문제는 50만 명 가설이다. 총선일은 4월 최다 관객을 동원했지만 전체적으로 큰 힘은 발휘하지 못한 19대 2008년 4월 9일이 그랬다. 이렇게 가면 4월 영화시장은 620만 명 미만으로 사실상 4월 역대 최저가 될 것이다. ‘스티브’가 28일부터 3일 동안 “오티켓 이팝콘”의 기적을 일으키더라도 개별 회사들의 4월 전체 실적을 보전하기에는 시간이 짧다. 다만 유의미 어쩌고 상관관계 저쩌고 해봤자 사례는 3개뿐이다. 그저 가설 중에 하나이다.
물론 가장 유력한 패턴들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또 다른 이유가 있긴 하다. 관객 수와 유의미하게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요인이 선거인 수였다. 당연하게도, 영화 잠재관객인 성인 인구수 증가가 관객 수 증가와 가장 밀접했다. 이번 20대 총선의 선거인 수는 약 4210만 명, 역대 가장 많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인 50만 명 가설은 가능성이 더욱 약해진다.
■ 투표율이 증가하면 영화관객은 감소한다?
투표율과 영화시장은 어떤 관계일까? 연도별 전국 및 지역의 투표율과 전날 대비 관객증가폭(=당일관객수/전날관객수, 이하 관객증가폭)은 전반적으로 반비례 경향이 강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국투표율이 높은 분위기에서는 낮은 투표율 지역일수록 관객증가폭이 높았다. 전국투표율이 낮은 분위기에서는 높은 투표율 지역일수록 그만큼 다른 지역보다 관객증가폭도 높았다. 이도저도 아닌 것 같지만, 선거 당일 관객 수 자체는 매번 늘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분위기’가 조절했다고 볼 수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그 분위기가 좌우했다. 2004년은 전국 투표율이 60.6%로 가장 높았는데, 지역별 투표율과 관객증가폭 간의 관계가 반비례였다(p<.05). 투표율이 전국 투표율보다 높았던 전남, 경남, 울산, 부산, 제주에서는 관객증가폭이 평균보다 작았다. 투표율이 전국 투표율보다 낮았던 경기, 대전, 인천에서는 관객증가폭이 평균보다 컸다.
2008년은 투표율과 관객증가폭이 비례 관계였다(p<.05). 전국 투표율이 46.1%로 가장 낮은 가운데 제주, 경북, 강원, 전남, 충북, 전북에서는 투표율과 관객증가폭이 모두 평균보다 높았다. 서울, 대전, 대구, 경기, 부산, 인천은 둘 다 평균보다 낮았다. 전국 투표율이 54.2%로 올라갔던 2012년은 유의미하지는 않았지만 다시 반비례 경향을 보였다(p>.05).
한편, 연도별 결과를 합산한 지역별 평균투표율과 평균관객증가폭의 관계도 전반적으로 반비례 경향을 보였다. 평균투표율이 높을수록 평균관객증가폭은 작거나 그 반대인 지역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전남, 제주, 경남, 울산, 서울은 평균투표율이 높은 그룹이지만 평균관객증가폭은 작은 그룹이었다. 대전, 경기, 충북, 전북, 인천은 평균투표율이 낮은 그룹인데 평균관객증가폭은 큰 그룹이었다. 이들 지역만 묶으면 유의미한 반비례 관계였다.
‘분위기’는 누가 좌우할까? 2030세대로 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서로 다른 영역의 보고서들을 조합하면, 투표율과 영화시장의 반비례 경향은 2030세대가 영화 관람과 선거 투표를 대체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간다.
우선 선거에서 2030세대의 역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청년들은 왜, 언제 투표하는가?>(한겨레, 2016.03.28)에서 “2030세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선거는 어김없이 전체 투표율도 높았고 반대의 경우엔 전체 투표율도 저조했다 … 전체투표율과 청년투표율의 높은 상관관계”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영화시장에서 2030세대의 역할. 영화진흥위원회의 보고서 <2015 영화소비자조사>(2016)에 의하면, 2030세대는 연평균 관람 편수는 10편 이상이고 4050세대는 8편 정도다. 한겨레 문장을 그대로 차용하면, 흥행작의 연령대별 예매율을 분석했을 때 2030세대가 적극적으로 관람한 영화는 어김없이 흥행에 성공했고 반대의 경우엔 흥행도 저조했을 만큼 영화흥행과 청년관람율은 유의미한 높은 상관관계다.
두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2030세대가 각 영역에서 중요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가깝다. 이런 상식을 그대로 인정했을 때 미묘한 부분이 생긴다. 영화시장과 선거에서 이들을 끌어오기 위한 요인도 똑같아 경쟁 관계인 셈이다. 선거 영역에서 2030세대를 투표로 이끄는 주요인으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분석을 비롯해 여타 언론, 매스미디어 효과를 다룬 다수 논문들은 “정치적 효능감(efficacy)”과 “정당간 경합도”를 꼽는다. 이 단어들, 영화시장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지만 저거 단순화하면 ‘재미’다. 2016년 현재 영화 소비의 주요인도 재미다. 이렇게 보면 영화시장과 선거는 같은 날 2030세대를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게다. 어느 쪽이 더 재미있느냐에 따라, 영화관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든지 투표율이 더 올라가든지 그렇게 된다. 일반적인 의견들을 조합하면 그렇단 이야기다.
■ 투표율과 영화시장, 동반 상승 가능하다
2030세대가 아니라 4050세대가 두 영역을 좌우한다고 보면, 투표와 영화 관람은 보완 행위로 볼 수도 있다. 관객 혹은 유권자의 변화를 염두에 두면 4월 13일은 2004년처럼 투표율은 올라가고, 2008년처럼 관객증가폭과 비례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일단 각 데이터를 동일한 논리로 해석하면, 2030세대는 각 영역에서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 관계가 아니다. 2030세대가 투표율 변동폭이 커서 전체 투표율을 좌우하는 유권자라면, 영화시장에서는 안정적인 관객층이기 때문이다.
관람편수가 많은 2030세대는 상대적으로 비수기에도 영화를 보는 고정 관객층에 가깝고, 여기에 4050세대가 언제 얼마나 영화관을 찾느냐에 따라 총관객 수가 좌우된다. 두 연령대의 역할이 영화시장과 선거에서 반대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2030세대는 임시 공휴일에 다른 연령대보다 폭발적으로 영화 관람을 더 할 이유가 없고, 실제 데이터 상으로도 2030세대의 예매비율은 공휴일에는 평일에 비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2030세대에게 총선일 영화 관람은, 다른 야외 활동에 비해 동선이 선거구 안에 있기 때문에, 선거는 선거대로 참여하고 임시 공휴일은 임시 공휴일대로 즐길 수 있는 선거의 보완 행위로 해석하는 편이 더 타당할 듯하다.
오히려 4050세대가 반비례 경향에 놓여 있다. 현재의 4050세대가 그렇게 안정적인 투표층이냐, 반문하면서 다시 한겨레의 해당 기사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2016년 현재 50대, 이들은 17대와 18대 총선 당시 40대였다. 이들의 투표율 변화폭은 20대보다 더 컸다. 그러니까 현재 50대는 30대보다 투표율 변화폭이 적다고 무조건 볼 수 없다. 지방선거 데이터 기울기를 봐도 마찬가지다. <썰전>(JTBC, 2016.4.7)에서 유시민이 50대를 전체 투표율의 키로 지목한 이유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영화시장에서 4050세대는 어떤가? 2004년 당시 <실미도>(2003)와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 최초의 천만 영화들을 경험했던 그들은 12년이 지난 후 자녀들과 함께 <뽀로로 극장판 컴퓨터 왕국 대모험>(2015)이나 <주토피아>(2016)를 보는 엄마아빠가 됐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가족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층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40대는 자녀 동반 비율이 20.8%로 가장 높고, 4050세대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다. 유의미한 상관관계로 추정한 50만 명 가설, 영화시장과 투표율의 반비례 경향 등 기존 패턴이 이번에는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4050세대는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전체 투표율보다 연령대별 투표율이 더 높았던 경험이 있는 유권자이기도 하다. 연령대 중에서 선거일과 임시휴일을 가장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대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