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그룹 젝스키스가 MBC '무한도전'을 통해 16년 만에 팬들을 만났다. 제작진이 기획했던 '게릴라 콘서트'는 사전 정보 유출로 무산됐지만, '무한도전' 제작진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스포일러(작품 내용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에게 알리는 것)를 넘는 재미와 감동을 안겨줬다.
16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2000년 5월 해체한 뒤 한 무대에 오르지 않았던 젝스키스 멤버들이 모여 공연을 준비했다. 사업가로 활동 중인 고지용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은 유재석 하하와 만나 뜻을 모았고, 함께 '젝스키스'라는 이름으로 팬들과 만나기로 했다.
이날 제작진은 스포일러를 방지하는 서약서를 준비했다. 예고되지 않은 장소에서 공연을 펼치는 게릴라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한 방안이었다. 젝스키스 멤버들은 당황했지만, 제작진의 뜻에 따라 서약서에 각자의 이름을 적었다.
주말 예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무한도전'은 그동안 방송 아이템의 유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난해 음주 운전으로 하차한 노홍철의 빈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멤버를 선발하는 '식스맨' 특집과 출연진과 개최 장소가 알려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특집까지 시청자들은 방송에 앞서 방송 내용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정보가 줄줄 새나갔던 이전 특집을 의식한 듯 젝스키스의 게릴라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도 플랜B(첫째 안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 진행할 계획)를 세웠다. 게릴라 콘서트가 무산될 경우, 젝스키스 멤버들이 어디서든 팬들을 찾아가는 '하나마나' 공연을 기획한 것이다.
지난 2월부터 준비했던 젝스키스의 공연 소식은 4월 공연을 앞두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제작진은 "젝스키스 게릴라 콘서트 취소 후 플랜B로 '하나마나' 행사를 개최한다"며 "서울과 경기 인근에서 녹화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발 빠르게 계획을 수정한 후 공지했다.
스포일러 탓에 젝스키스의 깜짝 공연은 접할 수 없었지만, 젝스키스 특집은 스포일러에도 성공적으로 전파를 탔다. 젝스키스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만큼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에도 공을 들인 덕분이었다.
유재석 하하는 젝스키스와 대화를 나누면서 1세대 아이돌의 진솔한 뒷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억지 감동'보다는 '4차원' 어법을 늘어놓는 이재진을 재밌게 살렸고, 각 멤버들이 해체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상황을 그대로 담아냈다.
'토토가'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95점 이상의 노래방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젝스키스의 녹슬지 않은 춤과 노래 실력을 드러냈고, 흘러간 세월에 안무를 소화하기 힘겨워하는 멤버들의 인간적인 모습도 끌어냈다. 겉포장보다는 이들이 준비하는 공연 과정을 가감 없이 전했다.
2014년 복고 열풍을 일으켰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젝스키스는 추억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무한도전'은 예능프로그램의 본분인 웃음을 놓치지 않았다. 제작진 덕분에 젝스키스는 촌스러워 보이지 않았고, 해체 후 16년이 흘렀어도 '폼'나 보였다.
'무한도전'과 만난 젝스키스는 '아이돌'이라는 빛바랜 옷을 벗고, 시청자와 친근하게 만나 추억을 공유했다. 젝스키스 특집처럼 '무한도전'이 잦은 스포일러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은 출연자들의 과거의 빛과 이후의 그림자들을 인간적으로 담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진행된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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