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하고 통제하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의 손아귀에 슈퍼 히어로들이 관리되는 건 맞지 않는다. 어떤 한 나라가 관리하는 것도 힘이 과다하게 쏠리니 이 역시 반대한다. 물론 영화가 아닌 실제 현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27일 전 세계 최초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연출한 조 루소 감독은 최근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야기의 큰 축을 담당하는, 정부의 ’슈퍼히어로 책임제’에 대한 생각이다.
영화는 세상을 구한다며 벌인 싸움으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어벤져스’ 팀이 정부의 통제를 지지하는 파(팀 아이언맨)와 자유롭게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대파(팀 캡틴)로 대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화려한 캐스팅과 다양한 볼거리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하다.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화제라서 그랬는지 영화를 보며 정부의 간섭과 통제라는 말이 언짢게 들렸다. 한 팀으로 행동해야 하는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간섭하고 통제하려 해 2년째 분열 중인, 한국영화계 사상 초유의 사건 말이다.
부산시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협찬금 중개 수수료 부당 지급 등 영화제의 방만 운영을 문제로 제기,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영화 속 이야기가 ’영화제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부산시의 논리로 치환됐고, 일견 그 말도 타당해 보인다.
의도는 좋다.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 잡는 게 맞다. 하지만 지금 부산시의 일방적 행동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 않는다. 영화제 망하게 하는 것만으로 보인다. 최근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서울에 올라와 취재진을 불러놓고 "부산시가 탄압이라는 프레임에 갇혔다"고 항변했다. 사실 프레임 투영은 부산시가 시작했다. "서울 영화인들 일부가 부산 시민의 영화제를 사유 세력화해 움직인다"는 논리로 부산 시민들을 자극했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만의 브랜드가 아니다. 자랑스러운 하나의 한국 브랜드다. 세계 영화인의 축제가 된 지 오래됐는데 부산시 관계자들만 모르는 듯 행동한다.
부산시 부시장은 올해 영화인들의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보이콧에 대해서도 "보이콧 해야 할 쟁점인지 이해 못 한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이는 부산시가 영화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담겼다. 고육지책을 내놓은 영화인들의 마음을 너무 모른다. 20년 역사의 부산국제영화제가 무너질 위기인데도 부산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집행위원장과 조직위원장 동반 사퇴를 언급한 부산시장은 여전히 직위를 유지하고 있고, 중요하고 시급한 정관 개정 문제를 자루에 넣어 밀봉하고 있다. 영화제 준비 기간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대화가 진전되는 양상을 보이진 않는다. "대책이 무엇이냐"는 말에 제대로 답변이 없다. 영화제가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하기 일보 직전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사실 허무맹랑한 영화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극히 현실과 가깝다. 우리나라의 영화와 문화의 위상을 한층 높인 영화제가 안타깝고 부끄러운 상황에 놓였다.
부산영화제가 어벤져스 팀처럼 초인적인 힘을 가졌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 관의 편을 들었던 이가 캡틴 아메리카를 도와주던 것과 달리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조력자도 없어 아쉽다. 영화제 관계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끼인 존재로 그냥 묵묵히 하던 일을 할 뿐이다. 일정대로 일할 수 없기에 현재 초청 작품은 예년과 비교해 절반 이하 수준이라고 한다. 참석을 확정한 해외 영화인들은 더 적다.
루소 감독은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한국 시장을 향한 존경심과 존중하는 마음이 크다"며 제일 먼저 한국에서 개봉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캡틴 아메리카 역의 크리스 에반스 역시 "한국영화 산업은 특별하다. 나는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과 ’설국열차’ 주인공으로) 참여할 기회도 있었다"며 "한국영화 산업은 영화 시장을 선도하고, 또 선진적 영화 산업인 것 같다"고 추어올린 바 있다.
하지만 작금의 영화제 관
대단하지도 않은 영화 ’다이빙 벨’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화제 상영을 반대했고, 영화제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이유로 상영을 강행해 이 사달이 났다는 건 누구나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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