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방송인 탁재훈의 입담과 신기 어린 애드리브는 죽지 않았다.
지난 23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7’에서 탁재훈이 호스트로 출연해 ‘예능 재활원’ ‘한국대중음악사’ ‘더빙극장-응답하라 1988’ ‘안녕하세요’ 등의 코너를 꾸미며 특유의 입담과 예능감, 죽지 않은 콩트실력을 발휘했다.
2013년 불법도박혐의로 방송활동을 접고 자숙의 시간을 보냈던 탁재훈은 지난 20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 출연을 시작으로 방송활동에 기지개를 켰다. ‘라디오스타’가 탁재훈의 입담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SNL코리아’ 출연은 탁재훈의 최고 장점인 ‘애드리브’ 실력을 엿볼 수 있었다.
탁재훈의 애드리브가 가장 빛을 발한 코너는 ‘한국대중음악사’였다. 컨츄리꼬꼬 결성 당시를 그린 ‘한국대중음악사’에서 탁재훈은 투자자로 분해 어린 탁재훈(유세훈 분)과 신정환(안영미 분)을 보면서 감상에 젖어들었다. 어린 신정환이 ‘포카 앤 칩’을 좋아하고 ‘해외진출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할 때마다 애수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가 하면, 의욕 없고 툴툴 거리는 어린 탁재훈에게는 “잘생겼다” “탁재훈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등으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탁재훈의 갑작스러운 애드리브에 어린 탁재훈은 “이건 대본에 없는 거잖아요”라고 항의했고, 이에 탁재훈은 “지금 너무 민감할 때다. 당신이 대본대로 안 하니깐 나도 대본대로 안 하잖아요. 지금은 극한 상황”이라고 받아치면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여러 해 예능프로그램 MC를 맡으면서 다져진 콩트실력도 탄탄했다. ‘더빙극장-응답하라 1988’에서 ‘응답하라 1988’의 ‘전국노래자랑’ 출연 편을 재연한 탁재훈은 더빙 목소리와 입모양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었다. 탁재훈은 ‘더빙극장’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꼽히는, 동룡(이동휘 분)이 각종 애드리브를 선보이며 노래하는 장면까지 완벽하게 소화가기도 했다.
‘예능재활원’과 ‘안녕하세요’는 거침없이 망가졌다. ‘예능재활원’에서 탁재훈은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가상 출연하면서 ‘셀프디스’를 선보였다면, ‘안녕하세요’에서는 민머리의 외계인으로 출연, 비주얼까지 포기하면서 재미를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등장한 코너는 ‘위클리 뉴스’였다. 과거 tvN ‘비틀즈코드’에서 선보였던 ‘탁 레논’ 캐릭터로 출연한 탁재훈은 주눅든 모습 대신 “쉬는 동안 TV를 멀리 하다보니깐 자연스럽게 사건, 사고가 눈에 들어오더라”라고 말하면서 ‘위클리 뉴스’를 이끌어 나갔다. 심지어 ‘위클리뉴스’에서 선보인 북한개그에 대해 “저런 북한개그는 40년째 보고 있는데 개그가 잘 안 바뀐다. 끌어내라우, 아오지, 애미나이, 날래, 바뀔 일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하기까지 했다.
이후 탁재훈은 ‘사이다’라는 단어에 맞춰 삼행시를 선보였다. 탁재훈은 “‘사’과는 ‘이’제 ‘다’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방송복귀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도박사건 당시 연예계에서는 탁재훈을 가리켜 ‘악마의 재능’이라고 칭했다. 연예계에 큰 파문을 일으킬 만큼 잘못을 했지만, 탁재훈 만큼의 입담과 순발력을 따라갈 이가 없었던 것이다.
탁재훈의 ‘사이다’ 삼행시와는 달리 한번 했던 잘못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만큼,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사과는 끝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날 탁재훈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이날 지루한 대본과 설정에도 ‘SNL코리아’를 빛냈던 것이다.
‘SNL코리아’를 통해 생방송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탁재훈은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긴장을 풀고 대중앞에 선 탁재훈, 그의 ‘악마의 재능’이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