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3 총선에서 지지하려던 국회의원 후보가 음주운전 전과자였다. 음주운전은 '예비 살인'이기에 마음을 바꿨다. 교통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불가항력적인 것이지만 술 마시고 운전을 한 건 이유가 무엇이든 잘못이다. 그런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 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다행히 그는 당선되지 않았다.
불법 도박 혐의로 벌을 받고 자숙했던 방송인 탁재훈의 복귀가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몇몇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들을 웃겼으나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과거 추억에 젖은 이도 있지만 불편하고 싫어하는 이도 있었다. '컨츄리 꼬꼬'로 같이 활동해서인지 탁재훈에 이어 신정환이 언제 복귀할지도 덩달아 관심사가 됐다. 신정환 본인은 복귀를 원하지 않는 듯하나 지인과 측근의 말이 전해지며 복귀 뉘앙스가 풍긴다. 탁재훈은 한 프로그램에서 실제 신정환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종의 '강제소환'이다.
최근 싱가포르 출장 중 만난 한국인 가이드는 "3000만원 가까운 임대료도 거뜬히 낼 정도"라며 싱가포르 내 중심가에 있는 신정환 가게의 호황을 전했다. 불법 도박으로 벌을 받았던 그는 이만하면 '제2의 인생 살기'에 성공한 듯 보인다. 몇몇 인터넷 방송이나 취재진이 만나 본 신정환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한국 디저트를 알리고 있다"는 말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는 이도 있었다. 탁재훈의 오지랖 혹은 프로그램을 위한 소재 이용이 한심해 보일 정도로 신정환은 진지해 보였다.
국회의원의 음주운전과 연예인의 불법 도박을 등가 비교하면 서로가 싫어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믿음을 줘야 하는 두 직업의 숙명 탓 이들은 한 번의 실수로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한 번의 잘못이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붙기 때문이다.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이들이기에 숨소리도 내지 말고 쥐죽은 듯 살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반성해야 하고, 진지하게 자숙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조심스러워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그런 모습을 보이는 이가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혹자는 기왕 복귀했으면 당당하라고 하는데 마음 한구석에는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항상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닐까. 겉으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들을 사랑하고 지지했던 이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 말이다.
물의 연예인들의 복귀와 관련해 또 어떤 이들은 "재능 있는 이를 찾기가 힘들다. 이들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있다"고 말한다. 신정환을 보고 싶고 응원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게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신정환을 강제소환하려 한다면 인재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관계자들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다.
최근 MBC '무한도전'에 얼굴을 비친 젝스키스 고지용은 대중의 바람에 응답했다. 그는 끼가 없다는 생각에 젝스키스 해체 후 연예계를 떠나 사업가로 전업, 성공했다. 그리고 해체 16년 만에 처음으로, 데뷔 20년을 맞이한 젝스키스의 게릴라 콘서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 역시 일종의 '강제소환'
범죄 전력이 있는 물의 연예인의 빠른 복귀와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국회의원 후보의 표 챙기기만 보다가 순수한 마음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TV에 나와 추억을 선물한 고지용과 눈물을 흘리는 팬 영상의 교차 편집은 꼭 '여섯 개의 수정' 팬이 아니었음에도 뭉클하게 했다. 이런 게 '강제소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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