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양 아래'에는 북한의 현실이 그대로 담겼다.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북한 당국을 속이고 북한 정권 찬양이 아닌, 통제와 검열 아래 철저히 조작된 삶을 사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8세 소녀 진미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북한 최대 명절 중 하나인 태양절(김일성의 생일)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는 듯했던 영화는 조작된 북한의 모습을 만들려는 정부의 실체를 짚어낸다.
북한 정부의 완벽한 통제 속에 거짓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실상은 감독이 촬영 전후 카메라를 끄지 않는 방법을 통해 그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다.
이 영화를 보고 희열과 재미를 느낄 순 없다.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든다. 이런 스타일의 영화는 처음이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 상황이 이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사상 교육을 통해 주체성이 결여된 사람들의 경직된 모습은 같은 민족인 한국 사람들과 너무 달라 안타깝게 다가온다. 또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1시간 30분 넘게 바라본 기억이 별로 없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하다.
'태양 아래'를 향한 한국 관객의 관심은 그리 많아 보이진 않다. 관객이 관심 있다 해도 영화관이 관심이 별로 없다.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최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마무리 인사말로 "이른 아침이나 새벽, 늦은 밤에 이 영화의 상영관을 배치했다고 들었다"며 "아픔과 슬픔이 조명받았으면 했는데 아쉽다. 상업성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끄럽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태양 아래'와 같은 날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가뿐히 1000개를 넘어 1863개 스크린을 가져갔다.
예매율이 95%를 넘을 정도니 두말하지 않아도 된다. 이 좋은 기회를 극장이 그냥 놓칠 리 없다. 일부 상영관을 빼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깔았고, 주말을 맞이해 깔 준비를 하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극장을 찾는 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영화다. 오락 영화로 제격이다. 마블의 히어로도 총동원됐고, 캐릭터들은 비중이 작든 많든 상관없이 고루 관심을 받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존재감을 제대로 뽐낸다.
영화관은 "대중이 응답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뻔한 응답을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영화관 시스템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는 대부분의 영화에 기본 스크린이 보장은 된다. 다만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상영시간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시간대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안타까운 한국 영화관 시스템 아래에서도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 위해 이른 아침이나 새벽, 늦은 밤 영화관을 찾는 영화 팬들은 존경스럽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전날 하루 동안 72만8038명이 봤다. '태양 아래'는 91개 스크린에서 1386명이 봤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