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왜 더 가요. 목적지가 여긴데 어딜 더 가. 웃기는 기사 양반이네. 난 내 마음대로 할 거예요. 나는 내 꺼니까."
20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조희자(김혜자 분)은 자살을 하기 위해 한강대교에서 택시를 세웠다. "위험하다"는 택시 기사의 만류에도 "나는 내꺼니까"라고 고집을 피우면서 차문을 열었다.
조희자는 6개월 전 남편이 죽고 사는 게 두려워졌다. 가족과 남편을 위해 인생을 바쳤지만, 황혼기에 그에게 남은 것은 삶에 대한 회의뿐이었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식들의 시선에 "혼자 살 수 있다"고 외쳤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조희자처럼 인생의 끝자락에 서 있는 이들의 인생을 그렸다. 장난희(고두심)은 자신의 집에서 바람을 핀 전 남편에 대한 상처가 있었고, 문정아(나문희)는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보며 팍팍한 삶 속에서 세계일주를 꿈꿨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 뒤늦게 홀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오해 속에서 친구와 투닥거리고, 새로운 사랑에 눈 뜨기도 했다. '꼰대'라고 애둘러 불렸던 6,70대 삶은 젊은 세대의 고민과 같았다.
조희자가 외친 대사는 그래서 더 울림이 컸다. 일상과 가정을 위해 시간을 썼던 이들은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단지, 흰머리가 나고 주름이 깊어진 이유만으로 '청춘'은 '꼰대'가 됐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집필한 노희경 작가는 앞서 "죽거나 아프거나 의지가 꺾이는 노년의 치열한 이야기다. 치유가 아닌 '까발린다'라는 느낌으로 작품을 썼다"며 "시니어 분들을 향한 편견을 깨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노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인물들을 측은한 상황으로 몰지 않았다. 인생 앞에서 누구나 고민할 법한 장면들을 전했다. 대본과 배우들의 깊은 내공은 까다로울 수 있는 작품의 방향을 잘 따라
문정아는 "우리 엄마처럼 고생만 하다가 병원에 갇혀서 죽기는 싫다. 새처럼 훨훨 날아서 죽더라도 길 위에서 죽을 거야"라고 세계일주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춘기 소녀처럼 '나'에 대해 고민하고, 작은 일탈을 꿈꾸는 것. '꼰대'와 우리는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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