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달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6 쎄시봉 콘서트’ 현장. 그는 여느 때와 같이 ‘쎄시봉’ 일원으로서 무대에 올랐지만 공연 말미 “저의 장례식이라고 생각하고…(노래를 부르겠다)”라는 말을 남긴 채 ‘모란동백’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가수 겸 화가로 명성을 떨친 조영남(71)의 영광의 나날에 드리운 먹구름이 심상치 않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조영남이 대작 화가에게 그리게 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판매한 화투 그림이 30점 가량 확인됐으며 금전 피해액은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1일 밝혔다.
대작 논란이 처음 불거진 이후 조영남은 “100% 내 작품”이라 해명했으나 소속사 대표 소환 및 사무실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검찰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개인전, 콘서트 등을 모두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2일 한 매체에 따르면 조영남은 3일 오전 춘천지검 속초지청에 출두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대작이 미술계 관행이라는 업계 시각이 높기 때문에 대작 혐의 자체가 처벌로 이어질 지 미지수이나 이를 통한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부산 콘서트는 강행했지만 이달 중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던 쎄시봉 콘서트는 취소했다. 부산 공연 당시 윤형주가 했던 “어쩌면 이 무대가 그분의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논란, 나아가 ‘사건’의 당사자로서 조영남은 나름 마음의 정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 공연 당시 “어른들이 화투를 하고 놀면 안 된다고 했다. 너무 오래 가지고 논 것 같다. 쫄딱 망했다. 다 제 탓”이라 했듯, 그는 누군가에게 화살을 돌리진 않았다.
대중의 냉담한 시선도 분명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노래는 농담처럼 제가 죽었을 때 부르려고 했는데…이 노래를 진짜로 부를 때가 된 것 같다”는 부산 공연에서의 발언은, 비록 좌충우돌 기행을 일삼아왔을지언정 그러한 매력을 인정해준 팬들이 보낸 사랑으로 살아온 엔터테이너로서의 마지막을 그 스스로 암시했다 봐도 무리는 아니다.
현재까지 받고 있는 혐의 자체만으로도 데뷔 후 40년 넘게 쌓아온 명예엔 지울 수 없는 흠이 생겼다. 자존심 역시 크게 다쳤다. 하지만 그는 누구를 탓하지도 않았다. 물론 또 탓할 수도 없었다.
대중에 큰 실망을 남긴 데 대한 대가는 어쩌면 법의 심판보다 더 클 터다. 복귀가 언제가 될 지는 기약할 수 없다.
하지
대중이 기대하는, 기억하는 조영남은 그런 사람이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