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서현진은 예쁘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배우 서현진은 예쁠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에서의 서현진은 수더분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냥 평범하면 다행이다. ‘또 오해영’ 속 서현진이 연기하는 오해영은 ‘짠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뒤로 넘어져도 팔이 부러지고, 짝사랑 하는 상대 앞에서 ‘뽕’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의도치 않게 고백까지 하게 된다. 술을 자주 마셔 양 볼은 항상 붉게 달아올라 있으며, 주정은 뭐 그리 심한지 코피를 흘리는 건 기본, 양 무릎이 깨지는 일도 적지 않다. 어디 그뿐인가. 가만히 있어도 피곤한데, 여기에 비교하기 좋으라고 외모, 실력, 자기관리, 성격, 기타 등등 모든 것이 완벽한 오해영(전혜빈 분)이 주위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 사진=MBN스타 DB |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를 통해 망가짐을 경험한 서현진은 ‘또 오해영’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놓고 있다. 예쁜 척 하지 않는 서현진이지만, 빈틈이 많은 오해영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며, 꾸밈이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울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친숙해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오해영은 솔직하고 직설적이죠. 그렇게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다. 작가님께 ‘해영이는 어쩜 이렇게 용감해요’라고 말한 적이 몇 번 있어요.” (‘또 오해영’ 공동인터뷰, 서현진)
‘또 오해영’을 통해 그야말로 ‘인생캐릭터’를 만난 서현진은 ‘식샤를 합시다2’에 출연하기 전까지 망가짐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아한 외모를 앞세워 총명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역할을 주로 연기해왔고, ‘신들의 만찬’ ‘오자룡이 간다’ ‘불의여신 정이’에서 조용한 이면 뒤 야망을 숨겨놓은 악녀로 변신하며 서늘함을 뽐내기도 했다. 엄밀히 말해 ‘제왕의 딸, 수백향’에 출연할 때까지 서현진은 보통의 오해영보다는 예쁜 오해영에 더 가까웠던 배우였다. 단역에서부터 악녀, 그리고 일일드라마 여주인공까지, 서현진은 서두르지 않고 연기력을 쌓아나가며 천천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듯 다른 인물들을 연기해 온 서현진은 ‘또 오해영’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선정의 기준에 대해 “장르를 가리기 보다는 ‘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캐릭터가 안쓰러워 보일 때이다. 저도 모르게 ’아 안됐다 안아주고 싶다’ 싶은 순간, 작품을 하겠다고 하더라. 제가 아무래도 불쌍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가 보다”고 말한바 있다.
오해영은 이미 알려진 대로 많은 여배우들이 고사했던 캐릭터이다. 이는 서현진이 0순위 캐스팅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김아중과 최강희를 거쳐 서현진에게로 안착한 오해영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서 안방극장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2014년 서현진이 찍은 드라마 ‘삼총사'를 연출한 PD가 저와 친하다. ‘또 오해영’ 캐스팅과 관련해 많이 고민하던 중 그 친구로부터 ‘서현진 대박이다. 나중에 꼭 한번 같이 일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을 하더라. 이후 계속 눈여겨보고 있다가 오해영 역으로 제안하게 됐다.” (‘또 오해영’ 제작발표회, 박호식 CP)
서현진이 과거 얻었던 별명 중 하나는 바로 ‘MBC 공무원’이다. ‘히트’를 통해 MBC에 입성한 서현진은 ‘삼총사’로 tvN에 오기 전까지 MBC 드라마에 주로 출연해 왔으며, ‘삼총사’ 이후에는 ‘식샤를 합시다2’ ‘또 오해영’에 출연하면서 현재는 ‘tvN 공무원’이라는 별명을 얻기 직전에 와 있다. 이 같은 연이은 출연은 현장에서의 배우의 평판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실제 서현진은 현장에서의 평이 좋은 배우 중 한 명인데, 덕분에 서현진과 작업을 했던 이들 중 다시 그와 함께 일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좋은 평판에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서현진이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현진의 연예계 데뷔는 배우가 아닌 걸그룹이었다. 그것도 소속사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SM 역사상 중 빛을 보지 못했던 아이돌 그룹이 몇 있는데, 그중 한 팀이 바로 서현진이 속했던 밀크였다. 2001년 말 H.O.T. 신화, S.E.S, 플라이투더스카이 등을 발굴하며 승승장구했던 SM이었지만, 밀크는 SM에서 나온 걸그룹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반응이 미미했다. 1집에서 팬덤을 형성하는데 실패한 밀크는 이후 ‘다시 만난 세계’로 컴백하고자 했으나 결국 이뤄지지 못한 채 해체를 결정했고, 걸그룹으로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서현진은 이후 길고 긴 무명생활을 경험해야 했다. 여담이지만, 밀크가 부르려고 했던 ‘다시 만난 세계’는 이후 걸그룹 소녀시대에게 넘어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만두려고 했던 적도 많았어요. 부모님이 7~8년 동안 정말 열렬히 반대했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다른 걸 할 자신이 없었어요. 할 줄 아는 것도 이거밖에 없고. 그래서 그냥 버텼던 것 같아요. 남동생이 지금 취업 준비생인데 한번 물어보더라고요. 누나는 어떻게 그렇게 뚝심을 잃지 않았느냐고. 나는 뚝심을 잃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버틴 거라고 했어요. 근데 결국 버티는 게 이기는 방법이더라고요.”(2015년 5월, 매거진 그라지아 인터뷰 中)
이제는 차세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리고 있는 서현진. 쉽지 않은 20대를 묵묵히 견딘 서현진은 이제야 비로소 빛을 내기 시작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