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개그맨 이경규가 괜히 ‘킹경규’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25일 방송된 tvN ‘SNL코리아’의 마지막 호스트로서 대미를 장식한 이경규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캐릭터와 순발력, 과거 수많은 콩트로 다져진 연기력은 현장에 있던 방청객은 물론이고 브라운관을 넘어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경규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그동안 ‘SNL코리아’을 찾은 많은 스타들은 춤과 노래, 뮤지컬 등 화려한 오프닝 무대를 꾸며왔다. ‘SNL코리아7’에 호스트로 출연하며 유명한 ‘이하늬송’을 탄생시킨 이하늬의 경우 뮤지컬 ‘시카고’의 넘버인 ‘록시’(Roxy)의 무매들 소화하며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산했으며,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던 아이오아이(I.O.I)이 경우 자신의 타이틀곡인 ‘드림걸즈’(Dream Girls)를 선보였다. 가수가 아닌 많은 이들도 자신과 어울리는 댄스무대를 선보이며 향후 선보일 ‘SNL코리아’의 발칙하면서도 섹시한 개그를 기대케 했다.
많고 많은 것 중에서도 스탠팅코미디를 선택한 이경규였지만 무대 위 개들은 산만했고, 그의 명령에 따라 다양한 재주를 선보이지도 못했다. 이 같은 산만함을 개그로 승화시킨 것은 이경규의 입담이었다. 그야말로 무대를 개판으로 만들며 독특한 재미를 탄생시킨 이경규는 향후 그가 보여줄 활약을 기대케 했다.
그리고 이어진 첫 코너 ‘츤데레 감독’을 소화하며 이경규를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츤데레 감독’은 이경규의 캐릭터가 빛을 발한 코너였다. 소리치고 버럭 대는 스타PD가 된 이경규는 촬영장에서 조그만 실수에도 불 같이 하를 내지만 그 뒤에는 상대방을 향한 따뜻한 배려가 숨어있는 ‘츤데레’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감기가 거린 스태프에게는 자신의 잠바를 벗어준 뒤 집에 가서 빨아오라며 일찍 퇴근을 시키고, 생일인 사람에겐 케이크와 꽃을, 촬영장에 난입한 여성 팬을 밀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배우에게 자연스럽게 안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툴툴거리는 겉모습 뒤에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 ‘호통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경규인 만큼 ‘츤데레 감독’은 맞춤옷처럼 잘 어울리며 웃음과 동시에 매력발산에 성공했다.
이어진 코너는 ‘SNL코리아7’의 인기코너 ‘3분 시리즈’였다. 무뚝뚝하고 무서운 아빠 이경규에 서운함을 느낀 이세영은 우연히 ‘3분 아빠’ 시리즈를 손에 넣은 뒤 다양한 아빠를 탄생시켰다. 처음 ‘편안아빠’로 분한 이경규는 자상하지만 누운 뒤 당췌 일어서지 않으려 하는 아빠의 모습을, ‘부자 아빠’에서는 다양한 부인을 거느리는 만수르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포스있는 아빠’와 ‘파파’에서는 ‘스타워즈’와 ‘스머프’로 분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눈알 굴리기’ 개인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장난꾸러기 아빠’에서는 모든 것이 ‘몰래카메라’인 것으로 설정하면서 재미를 선사했다. ‘3분아빠’는 단순히 웃음만 주었던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 많은 아빠들이 있지만 결국에는 ‘우리 아빠’가 제일 소중하고 자신을 아껴준다는 진리를 보여주며 짠한 감동을 선사했다.
1992년 자신이 만들고 연출해서 실패한 영화 ‘복수혈전’을 코믹 버전으로 패러디한 ‘복수현전2’는 이경규가 ‘SNL코리아’ 특유의 ‘병맛예능’과 결합된 액션을 선보였으며, 이어진 ‘예능 대부’에서는 ‘SNL코리아’의 메인크루 신동엽과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부를 노리던 신동엽은 자신의 수하들과 대부 이경규를 찾아 “30년 넘게 했으면 그만 내려올 때도 됐다”고 공격하자 이경규는 지지 않고 “‘불후’ ‘동물농장’을 다 빼앗겠다”고 선전포고를 할 뿐만 아니라 “고정 호스트인줄 알았지, 얘네들과 함게 하는 크루로 고정이 됐다”고 한 방을 날리기까지 했다. 물론 모든 결말은 ‘몰래카메라’로 귀결됐다.
마지막 ‘위켄드 업데이트’에서는 특유의 날카로운 입담과 더불어 ‘양꼬치엔 칭따오’ 정상훈과 가짜 중국어 대결을 펼치며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콩트와 입담, 시사 상식과 개인기까지 두루 갖춘 이경규는 그동안 출연했던 그 어떤 ‘SNL코
‘SNL 코리아’는 이경규 방송을 끝으로 휴식기를 갖는다. 이경규는 마지막 인사하는 길 “저도 ‘SNL’다시 돌아올 때 함께 돌아오도록 하겠다”고 야심을 드러내며 마지막까지 포복절도케 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