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연극영화과 간다고 하면 '오죽 공부 못 했으면 거기에 갔냐?'고 할 정도로 사람을 우습게 보는 시대였는데 요즘은 다른 것 같아요. '그 성적으로 연극영화과를 어떻게 들어가?'로 변했죠. 사회도 달라지고 좋은 친구들이 영화계 쪽으로 들어오니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영화 '사냥' 홍보차 만난 배우 안성기는 연기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에 행복해했다. "저 배우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어쩜 저렇게 연기를 잘하지?"라며 대중이 놀라는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 게 너무나 즐거운 일이란다.
그의 말처럼 대중의 인식은 조금 달라진 듯하다. 배우뿐 아니라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딴따라'라는 말은 이제 구식이고 촌스러운 표현이다. 일부 '꼰대'들을 빼고는 없어진 듯하다.
연예인을 지망하는 이들도 많다. 초등학생들은 꿈이 연예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초등학교 4~6학년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은 결과 '문화·예술·스포츠 전문가 및 관련직'이 압도적 1위(40.5%)로 나타났다.
물론 연예인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위상도 달라진 것 같으나 여전히 색안경을 낀 이들도 존재하긴 한다.
최근 불거진 개그우먼 출신 곽현화의 영화감독 고소건(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혐의)을 비난하는 일부 대중의 시선이 단적인 예다. 그가 출연해 문제가 된 작품이 이른바 '야한 영화'였기에 손가락질하는 댓글이 꽤 많다. "애초에 네가 이런 영화를 선택한 게 잘못이다", "돈 벌려고 벗는 영화에 나왔으면서!" 등등 상처될 말들이 많다.
곽현화는 SNS에 "저는 연기하는 게 좋다. 다양한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첫 영화였고, 주연이었고, 또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와 다른 새로운 역할이라 욕심이 생겼다. 잘해서 많은 분께 사랑받고 싶었다. 이게 바로 제가 이 영화를 찍은 이유"라며 "하지만 이것이 제가 당해도 되고, 이런 결과를 짊어져야 하는 이유라 말할 수 없다"고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곽현화가 엄청나게 대단한 연기를 선보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연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기를 못해 비난하는 건 이해가 되나 곽현화 본인이 짚은 대로 이 사건의 본질은 성추행이다. 잘못하지 않은 일을 비난한 것이라면 누구라도 책임져야 한다.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표현의 자유와 편집권 요구는 합의된 사항이 지켜졌을 때 존중받아야 한다.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나오진 않았으나 합의되지 않았는데 '무삭제판' '감독판'이라며 유료 상영한 게 맞다면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다. 합의된 사항이고 곽현화의 단순 변심이었다면 본인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게 맞다.
요즘 들어 몇몇의
'연기 경력 59년' 안성기가 앞서 인터뷰에서 언급한 이야기는 연기 잘하고 성실하며 선행에도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기에 대중의 시선이 좋아진 것이지, 모든 연예계 종사자가 다 호감으로 변한 건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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