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 속에서 싹트는 그릇된 욕심, 이를 채우기 위해 양심도 버린 채 온갖 거짓으로 시청자를 우롱하는 현대판 괴물. 영화 ‘트릭’은 언론과 방송의 이면에 존재하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오는 13일 개봉되는 영화 ‘트릭’(감독 이창열)은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팔 수 있는 다큐멘터리 PD 석진(이정진 분)이 시한부 도준(김태훈 분)과 그의 아내 영예(강예원 분)의 일상을 담은 ‘병상일기’ 연출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본래 석진은 잘 나가는 사내 에이스였지만, ‘쓰레기 만두’ 오보로 한 회사를 망하게 하고 그 회사의 대표는 이로 인해 자살까지 했다. 일련의 일들로 방송사에서 좌천된 그는 이후 휴먼 다큐 PD가 돼 드라마같은 재기를 꿈꾼다. ‘낙하산’ 사장과 은밀한 거래를 한 석진은 ‘병상일기’가 인기를 끌자 온갖 조작과 비상식적인 방법을 동원해 도준과 영애의 이야기를 변질 시킨다. 시청률이 오르면 오를수록 석진의 ‘괴물 본성’은 점점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진실 보도를 둘러싼 조작과 정치, 여론 선동 등에 관심이 있던 관객에게는 분명 흥미로운 소재다. 역대급 악역 연기를 보여주는 이정진과 ‘연기 물’이 오를 데로 오른 강예원, 디테일의 진수를 보여주는 김태훈 등 배우들의 호연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스토리 전개 방식이 지나치게 거칠고 불편하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반전의 5분이 허무할 정도로 비현실적이라는 것. 감독은 이 반전의 극대화를 위해 작품 곳곳에 온갖 힌트를 제시하며 꽤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고루한 연출과 설득력 떨어지는 결말에 통쾌함 보다는 민망함이 느껴낸다. 지나치게 혼재된 과한 메시지들도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영화의 러닝타임은 94분. 통상 120분인 요즘 영화에 비해서는 다소 짧은 편이다. 이로 인해 속도감 있는 전개가 살아나는 듯
‘대국민 시청률 조작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불편한 진실을 말하기 위한 극적 장치들이 오히려 더 불쾌감을 갖게 한다. 배우들의 호연이 상당 부분 이 영화의 단점을 커버해 주지만 한계가 있다. 러닝타임 94분, 15세 관람가,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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