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가 종영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의 시작은 ‘믿보황’ 황정음이었지만 마무리는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류준열이 매듭 짓는 분위기다.
류준열의 극중 배역인 제수호는 IQ 200에 천재 소리 듣던, 게임회사 CEO라는 걸출한 타이틀을 지녔지만, 대인공포와 강박에 시달리는 캐릭터다.
초반 ‘응답하라 1988’의 ‘개정팔’ 김정환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캐릭터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로맨스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매력으로 여성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전작에서 시청자의 애만 태우다 실패로 끝난 짝사랑이 아닌, 운명적 이끌임에 심보늬에 ‘직진’하는 모습이 여심을 제대로 사로잡은 것.
이 과정에서 류준열은 연기라기보단 제수호라는 옷을 입고, 그저 제수호가 됐다는 평이 높다. 주어진 캐릭터를 자신에게 꼭 맞는 옷으로 만들어가는, 배우로서 탁월한 능력을 연기를 통해 보여준 셈이다.
류준열이 차기작에 대한 기대와 대성의 가능성을 보여준 반면, 심보늬 역을 맡은 황정음에 대한 평은 엇갈렸다.
물론 황정음에 대해 혹평만 할 일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주요 장르인 ‘로맨틱코미디’에 꼭 맞는 연기를 보여줬다. 끊이지 않은 돌발 사고 속에서도 사랑을 피워냈지만, 그의 사랑 역시 우여곡절의 연속. 운명을 극복하기 위한 고군분투 과정에서 황정음은 특유의 코믹함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지난해 ‘킬미, 힐미’와 ‘그녀는 예뻤다’에서 보여준 인상이 워낙 강렬했기에, 적어도 황정음에겐 뻔한 캐릭터에 뻔한 연기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동시간대 1위로 산뜻하게 출발했으나 끝내 일부 열혈 시청자만을 남기며 용두사미의 시청률 곡선을 그린 ‘운빨로맨스’. 시청률만 놓고 보자면 누군가에겐 흑역사로 기억될 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황정음과 류준열, 두 배우에겐 꽤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류준열에겐 연기 스펙트럼뿐 아니라 미니
연기 초년생, 그리고 이제 갓 연기에 물 오른 두 배우에게 요구되는 성장의 지점은 분명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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