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KBS가 오는 8월 콘텐츠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을 설립한다. KBS와 계열사(KBS 미디어, KBS N)가 공동 출자해 해외 시장을 겨냥한 대작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외주제작사는 거대 방송사가 작품 제작에 참여해 방송 생태계를 해치는 것 아니냐고 염려했다. 몬스터 유니온을 바라보는 KBS와 외주제작사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렸다.
외주제작 3개 단체(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BS가 자회사 프로덕션을 설립하면, 외주제작 시장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제작사는 설자리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송사들이 외주제작사에 일부 제작비를 지원한 뒤 작품의 저작권을 요구하는 것을 한국 방송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날 기자회견은 몬스터 유니온 설립을 반대를 위한 자리였지만, 화살은 KBS를 넘어 전체 방송사들을 향했다. 안인배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장은 "방송사에서 제작비 일부를 지원한 뒤 저작권을 요구한다. 외부 제작사는 작품에 대한 권한이 없어 성장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외주제작사들은 방송사들이 직접 비용만 책정해 제작비를 계산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문화 예술 부문의 '기획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품들이 낮은 수익률로 제작되기 때문에 연이어 쉬지 않고 만들어야 제작사가 유지된다는 뜻이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넉넉하지 않은 제작비와 저작권이 없어 작품 후 2, 3차 수익이 날 수 없는 상황은 외부 제작사를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드라마 스태프들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팍팍한 외부 제작사의 운영의 한 단면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주제작사들은 방송사들이 내부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방송사가 자체 제작사를 꾸린다고 보고 있다. 방송사들이 내부 구조조정 등의 직접적인 해법을 찾지 않고, 외주제작사들의 몫을 차지하려고 한다는 게 외주제작 3개 단체의 주장이다.
외주제작사들은 KBS에서 재직 중인 직원이 몬스터 유니온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고민으로 제작사를 세우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문보현 드라마 국장, '개그콘서트'를 연출한 서수민 PD 등은 몬스터 유니온으로 이직할 예정이다.
외주제작사들은 KBS가 시청자의 수신료로 공공의 복지를 목표로 한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주제작사들과 함께 손을 잡고 건강한 방송계를 만들어야 하는 역할이 KBS의 의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KBS 측은 "KBS의 핵심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더 나아가 타 제작사와의 다양한 형태의 공동개발, 공동제작을 활발하게 모색하는 등 본사의 간섭이 없는 완전한 자율경영을 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KBS 측에 따르면 몬스터 유니온은 외주제작사와 공동기획, 공동제작을 통한 상생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해외자본이 밀물처럼 몰려오면서 급속히 국내 콘텐츠 제작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막기위해 몬스터 유니온을 설립한다고 했다.
KBS 측은 특히 "‘몬스터 유니온’은 향후 국내 외주제작사들과 협업을 통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상생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다”고 외주제작사들의 항의에 답했다.
KBS는 올해 제작사인 NEW와 손잡고 '태양의 후예'로 성공을 거뒀다. 한국을 넘어 중국 등 아시아권 시장에서 결실을 맺었다. 제2의 '태양의 후예'를 만들겠다는 KBS의 목표와 이를 바라보는 외주제작사들은 서로에게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몬스터 유니온이 방송 생태계의 포식자가 될 것인지, 상생의 첫 시작점이 될 것인지에 따라 한국 방송 콘텐츠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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