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은 좀비가 득실거리는 부산행 열차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높은 긴장감과 몰입도를 자랑했다. 좀비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을 기겁하게 만드는 동작들과 비주얼 역시 영화의 재미를 더했고, 이는 천만 관객을 극장가로 끌어 모으는 힘을 보였다.
무엇보다 ‘부산행’을 관람하고 나면 좀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BC ‘능력자들’에 출연해 화제가 된 바 있는 소설가 정명섭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Q. ‘부산행’ 좀비들은 여타 다른 작품들에 등장한 좀비와 어떻게 다를까.
A. 일단 뛴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에서 나오는 좀비들은 느리게 걷습니다. 그러다가 28일후라는 영화부터는 뛰기 시작하는데 부산행에 나오는 좀비들도 뛴다는 점은 최근의 유행을 따르는 것 같습니다.
Q. 마동석 배우 같이 월등한 힘과 능력이 있다면, 맞서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여타 다른 작품과 비교할 때 좀비들을 제압하는데, 가능한 설정이었을까.
A. 좀비들은 공격성과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체격이 작은 좀비라면 얼마든지 제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좀비에게 한번만 물린다면 전염이 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직접 상대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Q. ‘부산행’에서 좀비가 된 사람들은 치료가 불가능할까? 여타 다른 작품들을 돌아봤을 때 전례가 있는지, 좀비에 걸린 사람들이 치료될 수 있는 확률은?
A. 최근에는 치료제가 개발되어서 좀비들이 인간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영국 드라마 인 더 플레쉬가 좀비였다가 돌아온 인간들의 얘기를 다뤘습니다. 미국드라마 Z네이션 같은 경우에는 바이러스 항체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만약 좀비의 발생 원인이 바이러스라면 치료제를 찾을 수 있다는 설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좀비가 급속도로 빨리 퍼지는 상황이라면 치료제의 개발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부산행’에서는 좀비에게 물림으로써 감염되는 설정이었는데, 그렇다면 피가 튀거나 하는 경우는 감염되진 않는 것이었나.
A. 사실 명확하게 규정된 건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 감염될지는 창작자의 설정대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물리거나 할퀴면서 좀비의 체액이 신체 내부로 들어가면 감염된다는 설정이 가장 무난한 거 같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셀에서는 전파를 통해 감염된다는 설정을 들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Q. 가족이나 친구 아는 사람이 좀비로 변해 있을 때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A. 소설 월드워 Z에서 초창기에 벌어지는 용커스 전투에서의 패배원인 중 하나가 사람들이 감염된 가족들을 집안에 가둬두고 피난을 떠난 것입니다. 감금되었던 좀비들이 풀려나서 군대의 후방을 공격하면서 전열이 무너진 것이죠. 좀비가 등장하는 창작물의 경우, 부산행도 마찬가지지만 좀비로 감염된 가족이나 연인을 처리하지 못하다가 자신이 당하는 경우가 클리셰처럼 반복됩니다. 일단 감염되면 가족이 아니라 좀비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Q. 가장 리얼했던 좀비를 꼽자면 어떤 좀비가 강렬했을까, 그 이유는?
A.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부산행을 꼽을 수밖에 없겠네요. 부산행을 제외하고는 월드워 Z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초반에 감염되어서 온 몸을 비틀면서 좀비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 실제로 좀비가 출몰했을 때, 서울은 몇 시간 만에 점령당할 수 있을까? 특히 영화 속에서 부산은 초기 대응에 성공했는데 전국적으로 전파되는 속도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까.
A. 초동 대처 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초동 대체에 실패한다면 서울은 좀비들의 천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만약 서울이나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한다면 부산이나 강원도 지역 같이 거리가 있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전파 속도가 늦기 때문에 안전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잠복기 같은게 있어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면 글자 그대로 헬게이트가 열리게 될 겁니다.
Q. ‘월드워 Z’ 좀비와 비교가 많이 되고 있는데 ‘부산행’ 좀비만의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
A. 뛴다는 것, 그리고 빠르게 감염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반면, 시각에 의존한다는 점은 부산행만의 독특한 설정입니다.
Q. 영화 속에서 인간들이 짐칸을 이용해 기어서 좀비들을 통과하는데, 과연 가능한 설정일까?
A. 짐칸이 몸무게를 버텨준다면, 그리고 영화에서 나온 대로 시각에 의존한다면 가능합니다. 물론 다른 소리를 내서 유인하는 것은 필수겠지만요.
Q. 좀비 전문가로서 ‘부산행’에 나오는 배역들 중 살아남는 법에 가장 올바른 방법을 이행하는 배역은 누구일까. 별점과 각각의 짧은 코멘트를 하자면?
A. 김의성(★★★), 양심과 죄책감이 없기 때문에 타인의 희생을 이용해서 도망칠 수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서 종종 등장하는 민폐 캐릭터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서는 타인의 도움을 못 받기 때문에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마동석(★★★★), 좀비들과 주먹다짐을 할 정도로 배짱이 좋고 완력도 좋습니다. 괜히 부산행이 좀비들이 마동석을 피해 살아남는 영화라고 하는게 아니죠. 다만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고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방패 역할을 많이 하는 것이 생존율을 깎아먹습니다.
Q. 끝으로 좀비 전문가로서 ‘부산행’ ktx에서 살아남는 팁을 주자면.
A. 1. 화장실 칸에 숨어라 - 좀비들이 시각에 의존하고 문을 열지 못하기 때문에 화장실 안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비상시에 식수로 이용할 수 있는 물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2. 타인과의 협조는 필수 - 호러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나만 살겠다고 하면 결국에는 죽는다. 부산행에서도 타인을 압박하거나 외면했던 사람들은 모두 좀비가 되었다. 믿을만한 사람들과 협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3. 뭔가를 뒤집어써라 - 부산행의 좀비들은 상대가 움직이면 반응을 보였다. 그러니까 최후의 순간에는 신문지나 다른 걸로 몸을 감싸고 엎드려
4. 기관사와 연락을 유지하라 - 기차 안에서 잘 살아남는다고 해도 선로 앞에 무슨 일이 펼쳐질지 모른다. 따라서 기관사와 연락을 하면서 외부 상황에도 신경을 써야만 한다. 여차하면 열차를 버리고 탈출해야만 하는 일이 벌어지면 빨리 탈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