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변신을 거듭하며 늘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는 배우 이정재는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데뷔 24차로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배우로 살아온 그는 여전히 도전과 변신을 이어가며 연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고 찾아왔다.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은 5000:1의 성공 확률, 전쟁의 역사를 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린 전쟁 액션 블록버스터다.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당하고 한 달 만에 낙동강까지 후퇴하며 수세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전세를 단번에 뒤집은 작전인 인천상륙작전에서 이를 돕기 위해 비밀리에 대북 첩보활동을 펼친 해군 첩보부대의 실화를 중점으로 담아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극 중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 역을 맡은 이정재는 ‘인천상륙작전’이 전쟁영화가 아닌 첩보영화라는 점에서 끌림을 느꼈다. 실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영웅들의 이야기가 그의 흥미를 자극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고민을 많이 했었다. 구성 면에서 매끄럽지 않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확 매료가 됐던 건 전쟁영화가 아닌 첩보영화라는 점에서였다. 당시 상륙작전을 하기 직전까지의 숨은 자들의 노력과 희생을 접해보고 나니 반드시 영화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맥아더의 지시로 대북 첩보작전 ‘X-RAY’에 투입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가 북한군으로 위장 잠입해 인천 내 동태를 살피며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하지만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 분)에 의해 정체가 발각되는 위기에 놓이는 등 잦은 충돌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극의 중심에는 이정재와 이범수, 리암 니슨 등이 활약한다.
“장학수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건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키는 거였다. 이 부분이 연기자들끼리 호흡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긴 하다. 어떻게 하면 긴장감을 유지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현장에서 연기자들끼리 만이라도 감정의 온도를 끌어올려보기로 했다. 서로 대사나 행동할 때 적극적으로 치고받고 하다보면 감정이 더 올라간다. 감정의 온도를 높이면서도 적당한 수위를 맞춰갔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이정재는 호쾌한 총질부터 탱크에 몸을 싣고 북한군과 맞서는 등 몸 사리지 않은 액션 연기를 펼쳤다. 캐릭터를 밀도 있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액션에도 신경 써야 했던 그는 훈련과 동시에 무기에 관한 정보 수집도 잊지 않았다. 특히 촬영하면서는 몸고생이 많았지만 그 안에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탄생하기도 했다.
“액션 연기를 준비하면서는 실제 작전을 어떻게 했는지, 그게 고증에 맞는 건지, 군사 용어는 어떤 게 있는지 등을 자문하며 훈련을 받았다. 총에 따라서 관리하는 방법도 다 달랐다. 총격 액션에서 귀마개를 사용하기도 했다. 연출부들이 처음에 귀마개를 하라고 갔다 줬을 땐 하지 않았었다. 나도 총 쏘는 영화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총소리가 귀가 멍할 정도로 너무 크더라. 그 다음 날부터는 귀마개를 사용했다.(웃음) 박철민 선배만 귀마개를 사용한지 몰랐던 건 선배가 2~3일 늦게 투입돼서 (상황을 몰라) 그랬던 것 같다.”
‘인천상륙작전’은 이정재, 이범수 등 외에도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으로 분해 화제를 모았다. 리암 니슨은 실제 맥아더 장군 그 자체가 되고자 다각도의 연구 끝에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으로서의 묵직한 면을 드러낸다. 특히 그는 자료 조사를 통해 자세와 걸음걸이, 뒷주머니에 두 손을 넣는 작은 습관 하나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결과물은 그를 조리 있게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리암 니슨의 프로 정신과 노력은 이정재를 자극시켰다.
“리암 니슨은 국내 배우와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 얼마나 프로 근성으로 일하느냐, 그거에 대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수 세세하게 소품 하나하나까지 준비하고 챙기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리암 니슨이 대사톤 때문에 호주식 영어를 개인적으로 배우기도 했다더라. 호텔에서 새벽까지 함께 출연한 외국인 친구와 대사를 맞춰보고 아주 열심히 해주셨다. 나에게 자극도 많이 됐다. 리암 니슨이 촬영했던 걸 봤는데 몰입도가 굉장히 높더라. 조금은 장학수가 연기적인 측면에서 많이 밀릴 수도 있겠다는 위협감이 딱 왔었다. 리암 니슨 촬영이 끝나고 2~3일 동안 다른 촬영 준비로 재정비 시간을 가졌는데 그동안 리암 니슨의 촬영 분을 싹 다 봤다. 굉장히 힘 있게 연기를 잘했더라. 밀릴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상의해서 두 장면 정도 다시 찍기도 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