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로 시청자와 소통하고 또 사랑 받는다는 건 큰 행운이자 축복이죠. 시청자로부터 외면당하는 순간 수명이 끝난다는 걸, 시청률의 냉혹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치열하게 고민해요.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제가 풀어가야 할 숙제겠죠.”
나영석 PD의 ‘삼시세끼’가 정선과 만재도 이어 고창 편으로 지난 달 돌아왔다. 어촌살이를 했던 차승원·유해진·손호준은 새롭게 농사에 도전하고, 뉴페이스 남주혁은 막둥이로 합류했다. 먹고 일하고 쉬기를 반복하는 기본 포맷 아래 약간의 변주를 줬다.
폭염이 절정을 이루던 12일,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나영석 PD를 만났다. 시커멓게 탄 얼굴이 야외 촬영의 노고를 말해주는 듯 했다.
‘삼시세끼’의 첫 방송 시청률은 10.7%. 최근 방송분에서 11%까지 소폭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방송 전 일각에선 반복적인 포맷과 출연진으로 인해 흥행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성공이었다.
“시청률에 만족하냐”고 물으니 “그럼요! 정말 다행입니다. 무더위 속에서 고생하는 출연진과 제작진들에게 면은 섰지요”라며 허허 웃었다.
나 PD는 “지적대로 ‘삼시세끼’의 포맷이 반복되는 부분이 많아 ‘시청자들이 여전히 봐주실까’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면서 “자극적이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흘러가는 묘미를 친숙한 듯 좀 더 새롭게 보여드리고자 했다. 출연진에 대한, 장소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택시를 타거나 동네 주민을 만나면, 늘 (프로그램에 대해) 늘 물어봐요. 가장 솔직한 답을 해주니까요. 이번 ‘삼시세끼’를 준비하면서는 유독 ‘또 하면 볼거냐’는 질문을 많이 했죠. 다행히 ‘부담 없이 볼 수 있어 좋더라. 계속 볼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용기를 냈죠.”
스타 연출자로서 줄곧 세간의 관심을 받아온 나 PD이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전작 ‘꽃보다 청춘’에서 논란과 악플에 시달리면서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의 근본적인 고민에 빠졌던 것. 나 PD는 10년 만에 슬럼프에 빠졌었다고 고백했다.
“단순히 ‘논란’ 때문에 힘들었다기보단, 근본적으로 내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들에 대한 고민이었죠. 시청자들이 정말 ‘나영석표 예능’을 싫어하고 지루해한다면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니까요. 신원호 PD처럼 드라마와 같은 완전히 다른 장르에 도전해야 하나? 요즘 트렌드에 맞춰 요리나 게임, 혹은 자극적인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건가?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죠.”
뭔가를 고민하던 나 PD가 잠시 말을 멈췄다. “프로그램의 연출자로서 스스로 내리는 결정도 있지만 시청률이 결정해 줄 때도 있어요.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고, 다수의 프로그램을 거쳐 가면서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결국 이 또한 나의 인맥, 프로그램, 일과도 연관될 수밖에 없고요. 아직은 그래도 좀 더 믿고 가볼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청률은 더 잘 나왔으면 좋겠고요. 하하!”
같은 포맷이지만 처음으로 게스트를 섭외하지 않았고, 장소도 바꿨다. 온전히 출연진에 초점을 맞췄다. 고심 끝에 새 멤버도 투입시켰다.
“우리 프로그램은 사람도 중요하지만 배경이 되는 장소가 정말 중요해요. 옥순봉의 그 집. 그 집을 둘러싼 자연과 마을의 분위기. 주변 사람과 음식, 정서가 바로 우리 프로그램의 주인공이에요. 지극히 현대적인 삶을 살아온 멤버들이 이곳에서 여름을 나고, 가족이 되고 힐링을 하죠,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유난히 도심 밖 향토적인 풍경, 정서를 프로그램에 반영해온 나 PD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대도시의 빌딩 안에서 촬영 해본 경험이 없는 것 같아요. 외국이든 국내든 자연이나 문화유적, 그 지역 사람들과 주변을 담는 게 흥미로워요. 여행을 가더라도 럭셔리하게 머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 ②편에 계속
사진 강영국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