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보다 무서운 현실 세계, 그래서 더 섬뜩하다
[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 ‘부산행’이 좀비로 떨게 만들었다면 이번엔 현실 공포다. 연상호 감독이 ‘서울역’을 통해 90분간 잔인한 현실이 진짜 공포라는 걸 보여준다.
‘서울역’은 의문의 바이러스가 시작된 서울역을 배경으로, 아수라장이 된 대재난 속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연상호 감독만의 색깔이 진하게 담겨 있다. 연 감독의 첫 실사 영화 ‘부산행’이 ‘돼지의 왕’ ‘사이비’ 등에 비해 대중적인 코드를 담고 있었다면, ‘서울역’을 통해서는 더 직설적이고 자유롭게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낸다.
연 감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스케치를 ‘서울역’에 표현하고자 했다. 그의 의도대로 ‘서울역’은 정체불명 물체에 물린 채 서울역을 배회하는 한 노숙자의 모습을 시작으로 통제불능 상태가 되어 가는 서울의 모습, 그리고 집을 나온 소녀(심은경 분)와 그의 남자친구(이준 분), 딸을 찾는 아버지(류승룡 분)를 통해 극단적 상황 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특히 감독은 전작에서도 그래왔듯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를 십분 활용해 자신의 극단적인 생각을 모두 표현해낸다. 극심한 혼란 속에서 살아남는 자, 살아야 하는 자, 살고 싶은 자의 심리를 완벽하게 묘사하며 재난의 시작과 끝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것.
서울역의 화려함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노숙자와 이들을 관리하는 자, 역 경비원 등으로 현실 세계의 명과 암을 묘사했으며, 노숙자를 하대하고 깔보는 사람들을 통해 불편한 시선을 드러낸다. 또한 언제나 각종 범죄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가출청소년들의 세계와 이들을 이용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 바이러스 감염자와 달아나는 사람들을 폭동으로 몰고 가는 정부, 옳은 소리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낭떠러지로 밀어버리는 사회 등을 담아 현시대의 비극을 날카롭게 지적해낸다.
익숙한 환경 속 공감과 씁쓸함을 교차시키는 날선 메시지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가운데, 좀비 역시 리얼하게 표현됐다. 실사에서는 극단적으로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는 부분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과감하게 그려냈고, 이는 공포감과 긴장감을 두 배로 불어넣는다. 다만 이야기면에서 ‘부산행’과 ‘서울역’이 이어지는 지점은 다소 적다. ‘좀비’라는 소재가 공통적일 뿐 영화의 전사(前史)를 이해하기엔 이야기가 단순화됐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