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앨리스는 꿈 속에서 토끼굴에 빠져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회중시계를 꺼내 보는 토끼를 따라 몸이 작아졌다가 커지기도 하면서 기묘한 동물과 사건들을 만난다. MBC 월화드라마 'W'에서 한효주는 웹툰 'W'에 이끌려 들어가 주인공 강철(이종석 분)의 목숨을 구한 뒤 그와 사랑에 빠졌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는 오연주와 만난 한효주는 매회 이상한 나라를 구현하는 세계 속에 살고 있다.
'W'는 웹툰의 주인공이 현실 세계의 인물과 맞닿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10년 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웹툰 'W'의 강철이 자신의 존재를 자각했고, 이를 알아챈 원작자 오성무(김의성)는 강철의 목숨을 거둬 들이려했다. 그러나 오성무의 딸이자, 강철 팬이었던 오연주는 웹툰 속으로 들어가 가까스로 강철을 구해냈다. 가족을 죽인 범인을 찾아 해맸던 강철은 오연주를 통해 자신이 웹툰 속 인물이라는 '맥락'을 깨달았다.
'웹툰과 현실의 만남'이라는 판타지를 엮은 'W'는 경쟁작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를 따돌리고 월화극 시청률 1위에 안착했다. 송재정 작가가 만든 세계관 속에서 한효주와 이종석은 웹툰이라는 공간 속에서 충실히 그 몫을 다하고 있다. 이종석이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매력을 전한 가운데, 한효주는 강철의 삶의 궤를 따라, 필요에 따라 웹툰에 빨려들어간 앨리스인 오연주로 작품 연결성을 두텁게 하는 역할을 했다.
강철은 웹툰 속에서 아테네 올림픽 사격 권총 금메달리스트, JN 글로벌 공동대표, 방송국 '채널 W'의 소유주다. 무명 작가였던 오성무가 자신의 콤플렉스를 채워줄 굳건한 의지, 젊음, 재산 등을 강철의 '설정값'으로 했기 때문이다. 강철의 세계는 오성무의 세계이지만, 모든 것이 이상적인 만큼 현대인들이 바라는 '판타지의 절정'이었다.
현실에서는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W' 속이지만, 오연주는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나름의 논리적인 부분도 알아갔다. 자신이 웹툰 속에서 물리적인 상처를 입지 않고, 등장인물들이 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그 존재도 사라진다는 것들이었다. 그가 웹툰의 주요 인물이 될수록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선은 허물어졌다.
강철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펜트하우스에서 지내는 등 오연주는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환상적인 일을 겪지만, 'W' 속에서 발을 딛는 시간과 공간이 늘어갈수록 불안감은 커졌다. 강철의 가족을 죽인 범인 캐릭터가 강철처럼 존재 이유를 묻기 시작했고, 강철의 부인이 된 오연주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웹툰 'W'라는 이상한 나라에 사는 한효주는 이 작품을 통해 밝고 경쾌한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내면의 상처를 입거나 무게감 있던 역할을 맡아왔던 그에게 'W'는 반전의 기회였다. 오연주가 웹툰 세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강철에게 대뜸 "사랑한다"고 하거나, 강철의 행동에 설레하면서 가슴을 부여잡는 모습 등은 한효주가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 17일 방송된 'W'에서는 강철이 오연주에게 두 사람이 만나기 전의 장면을 그려달라고 하면서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강철이 오연주와 만난 것을 꿈의 장면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범인의 표적이 된 오연주를 구하기 위해 그를 웹툰 밖으로 밀쳐낸 것이다. 한효주가 오연주와 함께 다시금 'W'의 세상으로 발을 내디뎌 강철에게 또 다른 맥락을 부여할 수 있을까. 이상한 나라 'W'의 두 번째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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