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는 언제나 흥미롭다. 한 인물을 중심으로 때로는 기상천외하게, 때로는 감동적이게 벌어진 일들이 스크린에 수놓음과 동시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진다면 그 감동과 재미는 두 배가 된다.
‘플로렌스’는 1%의 재능과 99%의 자신감으로 카네기 홀에 선 음치 소프라노, 사고전담 매니저, 맞춤형 연주자, 그들의 믿지 못할 트루 스토리를 그린 작품으로,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의 실제 삶을 담았다.
실제 모델인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는 1944년 10월 카네기 홀을 전석 매진시킨 신화의 주인공, 역사상 최악의 음치 소프라노다. 영화는 음치였던 주인공이 최고의 무대에 서기까지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세상에서 누구보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자신이 음치인 줄 모르는 플로렌스(메릴 스트립 분)은 다른 성악가들처럼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하면서 그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소개된다.
극 중 플로렌스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이지만 매사를 긍정적으로 도전한 일에 열정을 쏟아 붓는다. 이러한 모습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플로렌스의 모습을 통해선 도전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이 같은 감동을 주는 과정 안에는 유쾌함까지 담아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행복한 미소를 가득 머금은 플로렌스가 음정, 박자를 무시한 채 엉망진창으로 노래를 이어가는 모습들은 웃음 없이 볼 수 없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도 ‘연기의 신’ 위엄을 제대로 뽐내는 메릴 스트립의 음치 연기가 인상적이다. 진실한 목소리를 내뱉기 위해 배에 힘주고 숨을 깊게 뱉으려는 등 능청스럽게 음치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그의 열연은 관객에게 유쾌함과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플로렌스 중심으로 젱킨스의 남편이자 매니저인 베이필드(휴 그랜트 분)와 피아노 연주자 코스메 맥문(사이몬 헬버그 분)도 극의 활력을 준다. 베이필드는 아내가 피아노 연주자를 만나 최고의 무대에 오르기까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며, 코스메 맥문은 플로렌스의 노래에 적응하지 못해 온몸으로 반응하다 점점 여유를 찾아간다. 각각의 캐릭터를 맡은 휴 그랜트와 사이몬 헬버그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 플로렌스의 이야기를 더욱 따뜻하게 그려낸다. 24일 개봉.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