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김소연은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을 통해 ‘엄마’가 돼 봤다. 51부 동안 하루 행복하고, 하루 오열하는 ‘감정 폭풍’을 겪기도 했다. 힘들었다고 하소연할 만도 하건만 김소연은 활짝 웃으며 “힘들었지만, 제겐 꼭 필요했던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김소연은 최근 종영한 ‘가화만사성’에서 봉해령 역을 맡아 열연했다. 먼저 떠난 어린 아들을 마음에 묻고, 남편은 바람이 났고, 겨우 만난 새로운 사랑은 죽은 아들의 수술을 맡았던 의사다. 이렇게 가련한 캐릭터가 어디 있을까. 김소연은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51부작을 달려왔지만 “현장은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고 말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
“종영을 하니 산을 힘겹게 올라갔다가 무사히 내려온 기분이 든다. 매회 ‘내가 과연 이 감정을 소화할 수 있을까’했고, 오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종방연까지 하고 나니 무사히 등반을 마치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기분이다.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감독님께 ‘착한 배우들만 골라서 섭외한 거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다. 저는 숟가락만 얹었다. (윤)다훈 오빠와 같은 유쾌한 분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현장은 유쾌했을지 몰라도, 드라마 속 김소연은 언제나 ‘눈물바람’이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눈물의 여왕’. 김소연은 “제가 울면 못생겨지는데 매회 그런 장면이 나왔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봉해령의 가장 큰 아픔이 극 초반에 심도 있게 그려져 머릿속에 잘 박혔기 때문에 그 ‘눈물바람’을 잘 이끌어갔는지도 모르겠다”고 회상했다.
“작가님께서 초반에 감정을 잘 잡아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고민이 되는 장면도 막상 현장에 가면 잘 됐다. 후반에 납골당에서 우는 장면이 있었다. 너무 어려워서 모두가 기함을 했던 장면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봉해령을 제대로 이해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이기도 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목이 쉴 정도로 연기했다. 그 때도 초반에 찍었던 것들(봉해령이 아들을 잃는 장면 등)이 도움을 많이 줬던 것 같다.”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엄마’가 됐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모성애와 시련, 슬픔을 담은 캐릭터인 봉해령을 떠올리며 김소연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덤볐던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아직도 제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연기했다고 감히 말씀을 못 드리겠다”고 말하면서도 “정말 이상하게도 극중 아들 이름인 ‘서진이’만 입에 올려도 눈물이 그렇게 났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유현기와 봉해령이 포장마차에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봉해령이 유현기 손을 잡으며 ‘이 손. 서진이 낳을 때 말이야. 머리 뱅뱅 돌고 앞이 캄캄했는데 이 손만 기억이 나’라고 말한다. 그 ‘서진이’란 말을 하는데 정말 그 상황이 상상이 되고 눈물이 왈칵 나더라. 장면이 끝나고도 그대로 집에 못 갈 것 같은, 술을 더 마셔야 할 것 같은 고통스러운 기분이었다.”
그야말로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하던 김소연은 “제가 비록 아이를 낳아본 적은 없지만 조카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입이 됐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카 자랑’을 하면서도 눈물이 촉촉해졌다. 드라마 속에서 ‘서진이’란 이름만 나와도 눈물을 흘렸던 봉해령과 똑같았다. 김소연은 “조카 생각만 하면 이상하게 목이 멘다”고 말했다.
[M+인터뷰①] 김소연 “‘가화만사성’, 제겐 꼭 필요했던 작품”
[M+인터뷰②] 이필모부터 조진웅까지…‘칭찬천사’ 김소연이 말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이상한 감정들을 많이 느꼈는데 조카가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아들이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다. 조카가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됐는데, 정말 제겐 남다른 존재다. ‘부적’ 같은 존재랄까?(웃음) 제게 어려운 장면이 주어질 때마다 조카에게 전화해서 ‘이런 게 있는데 이모 잘 할 수 있을까’ 물어보면, ‘네, 잘 할 수 있어요’라고 대답해준다. 그럼 정말 잘 된다. 나중엔 하도 자주 물어봐서 ‘이모, 그만 좀 물어보세요’라고 말하더라.(웃음)”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
아들을 잃은 슬픔만큼이나 시한부를 선고 받은 전남편과 자신을 기다리는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도 표현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자칫하면 두 남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을 터. 하지만 김소연은 “신기하게도 ‘갈팡질팡’이란 생각을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예전에 지인이 이런 비슷한 상황에서 봉해령과 같은 선택을 한 걸 본 적이 있다. 그 땐 답답했고, ‘왜 그러지’ 싶었다. 제가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금에서야 그 선택이 이해가 가더라. 제가 봉해령이었도 그렇게 했을 거다. 무엇보다 유현기는 ‘서진이의 아빠’다. 아이를 잃었을 때 엄마와 아빠의 슬픔은 똑같을 텐데, 봉해령은 슬픔에 혼자 빠져있으면서 남편이 모든 걸 감당하도록 만들어버렸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제가 다 미안하더라. 아마 봉해령도 그런 미안함을 느꼈기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매회가 롤러코스터 같았던 ‘가화만사성’을 김소연은 “작품을 하기 전에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 때 왜 고민했을까’ 싶을 정도로 놓쳤으면 후회했을 것 같은 작품”이라고 추억했다. ‘가화만사성’은 그야말로 시청자들에게도, 김소연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김소연’을 발견할 수 있었던 ‘귀중한 8개월’이 아니었을까.
“감정 하나를 몇 회에 걸쳐서 표현을 하는 걸 보면서 50부작의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제게는 꼭 필요했던 작품이었다. 하기 전에 왜 고민했을까 싶다. 안 했으면 땅을 치고 후회하면서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봉해령을 보며 아까워했을 것 같기도 하고.(웃음) 8개월 동안 원 없이 다 해본 것 같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