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W’도, 드라마 ‘W’도 맥락을 살린 결자해지(結者解之)였다.
13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W’(극본 송재정/연출 정대윤) 최종회에서는 ‘웹툰 W’의 마지막회에 투영된 드라마의 결말이 공개됐다.
극중 ‘웹툰 W’의 창조주인 오성무 작가는 자유의지를 지닌 캐릭터에 의해 혼란을 겪었으나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을 다해 웹툰을 마감했다. 맥락 없는 장면은 편집되면서 끝까지 맥락을 챙겼다.
드라마 ‘W’를 집필한 송재정 작가 역시 마지막까지 극의 맥락을 놓치지 않으며 판타지 장르물계의 독보적인 필력을 재차 입증했다.
현실 세계의 ‘웹툰 W’는 주인공 강철(이종석 분)이 죽는 새드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는 웹툰 세계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결말이었을 뿐, 현실 세계 독자들이 모르는 ‘웹툰 W’의 진짜 결말은 따로 있었다.
자아분열 상태를 오고가던 오성무(김의성 분)는 딸 오연주(한효주 분)의 해피엔딩을 위해 스스로 사라지는 길을 택했다. 그는 한철호(박원상 분)의 총에 맞은 강철(이종석 분)이 숨을 거두기 전, 작가로서 불꽃 투혼을 벌이며 제 손으로 한철호를 처단했다.
한철호는 오성무에 의해 자결로 생을 마감했고, 이로써 선(善)이 악(惡)을 이기는 결말이 연출됐다. 이에 따라 웹툰 상에선 진범이던 오성무 역시 자연스럽게 소멸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딸의 행복을 기원하는 아버지, 오성무였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강철은 오성무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통해 뒤늦게 그의 의중을 알게 됐다. 웹툰 속 존재였지만 자유의지를 얻게 된 만큼 현실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으나 웹툰 세계의 혼란과 붕괴를 막기 위해 2년간 복역한 뒤 현실 세계로 향했다.
웹툰 세계에서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현실 세계는 단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 웹툰 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버스정류장에 쓰러져있는 오연주를 발견한 강철은 그녀를 병원으로 옮겼고, 그렇게 두 사람은 현실 세계에서 다시 만나 어떤 엔딩이 될 지 모를 인생을 함께 꾸려가게 됐다.
이렇게 ‘웹툰 W’도, 드라마 ‘W’도 최종적으로 선이 승리하는 전형적인 결말을 맞았다. 강철-오연주 커플로선 차원을 초월해버린 드라마틱한 사랑의 결실을 맺은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선과 악이 대립하는 구도 속에서 모든 주인공이 행복할 수 없었듯, 자아분열을 일으킨 오성무로서는 새드엔딩을 피할 수 없었다.
‘W’는 모든 출연진이 각각의 캐릭터를 120% 살린 열연을 보여줬지만 여느 드라마보다 주연 배우들의 ‘하드캐리’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강철 역 이종석, 오연주 역 한효주 모두 두 말 할 것 없는 성취를 이뤄낸 가운데, 오성무와 진범 ‘1인2역’을 소화한 김의성은 ‘W’의 진정한 위너로 등극했다.
이종석은 ‘W’를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적으로 견인했다. 웹툰이라는 가상 세계와 드라마 속 현실 세계를 넘나든 ‘만찣남’ 강철로 분한 이종석은 캐릭터의 산전수전을 온몸으로 맞서며 다채로운 장르의 표현이 가능한 배우임을 입증해냈다.
‘학교 2013’을 시작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 ‘닥터 이방인’, ‘피노키오’에 이어 ‘W’까지 성공시키며 드라마 흥행 불패라는 영예를 안게 된 것은 물론, 작품을 보는 선구안이 있음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한효주는 ‘W’를 통해 6년 만의 드라마 복귀 성적표를 성공적으로 썼다. 2010년 드라마 ‘동이’ 이후 영화에 매진해 온 한효주는 모처럼 돌아온 드라마임에도 특유의 발랄 쾌활함으로 극을 이끄는가 하면 중·후반 들어 깊어지는 감정을 농밀하게 표현하며 ‘연기대상’의 내공을 입증했다.
이종석과의 ‘로맨스’ 케미도 빛났다. 특히 초·중반부 밀당에 이어 사랑에 빠지기까지의 과정을 산뜻하고 편안하게 그려냈다. 극중 강철 캐릭터가 다소 과장되게 표현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 한효주는 안정감 있는 연기로 이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했다.
김의성은 시청자들이 ‘W’을 통해 얻은 최고의 수확(?)이다. 말이 필요 없는 연기파임에도 그간 출연했던 드라마에선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캐릭터를 주로 맡아 온 김의성이지만 ‘W’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듯 회심의 열연을 보여주며 ‘인생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이에 연출자 정대윤 PD는 김의성에게 감사 트로피를 수여하며 그의 노고를 위트 있게 치하했다. ‘알콜중독자, 사이코 작가, 연쇄살인범, 다정한 아버지, 볼드모트 다중인격자를 단일 출연료로 완벽하게 해결해주어 완성도 제고와 제작비 절감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뛰는 시청자 위에 나는 작가였다.
대본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W’ 열혈 시청자들이 내놓은 무수한 예측이 빗나갔다. 송작가가 내놓은 여러 ‘수’는 기발하고 신통했으며, 시청자의 뒤통수를 수도 없이 쳤다.
현실과 웹툰이라는 서로 다른 차원의 인물이 만나는, 게다가 웹툰 속 캐릭터가 자유의지를 갖고 창조주인 작가의 의지와 무관하게 행동하게 된다는 신박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개된 ‘W’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락’만 놓치지 않았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웹툰과 현실을 넘나드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칫 한 번이라도 ‘맥락’을 놓치면 극 전개를 따라가기 힘들어졌다는 점은 ‘W’의 강점이자 약점이 됐다.
‘웹툰 W’ 세상에 등장한 ‘변수’ 역시 승승장구하던 드라마에는 변수가 됐다. 이 ‘변수’는 ‘W’의 후반부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지만 진범의 자아 인식 및 현실세계로의 도킹, 강철의 주인공 자격 상실 위기 등 예상치 못했던 각종 변수가 회차가 바뀌기가 무섭게 쏟아져 나왔고, 이 변수를 제 때 읽지 못한 시청자들의 이탈을 불러왔다.
결국 초반 상승세가 꺾인 드라마는 중반부 이후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시청률 하락 곡선을 그리다 최종회차만을 남
‘W’의 높은 작품성은 인정할 만 하지만 아쉽게도 마니아성 짙은 판타지 장르라는 태생적 한계는 극복하지 못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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