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2년이라는 공백기를 깨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선 박하선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기다리고 원하던 연기를 다시 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TV에 나오는 사람은 다 부러웠어요. 심지어 신인 배우들도 부럽더라고요. 신인은 신선한 얼굴이라는 이유로 캐스팅 되기라도 하지, 저는 이도저도 아니고, 이대로 영영 불러주는 곳이 없을 것만 같더라고요.”
2014년 ‘유혹’을 끝으로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박하선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처음은 작품이 끝난 후 휴식을 취하고자 한 것이었지만, 이후 컴백하고자 하는 작품과의 타이밍이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쉬는 기간이 길어졌고,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년간의 공백기에 대해 박하선은 “내 끝을 본 시기”라고 말했다.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자존감이 낮아졌고, 낮아진 자존감으로 인해 생긴 끝없는 외로움과 싸워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극중 박하나가 와인을 병나발 부는 장면이 있었는데, 전 그 장면을 누구보다 잘 찍을 자신이 있었어요. 왜냐면 공백기동안 제가 해 봤던 혼술 중 하나거든요. 와인 병나발 불기!”
한동안 소식이 없었던 박하선은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여주인공 박하나를 연기하며 다시 대중에게 왔다. 박하선이 연기한 박하나는 공무원 학원계의 메이저리그 ‘노량진’에 갓 입성한 국어 강사로, 자신을 무시하는 정석(하석진 분)에게 “잘 모르니 가르쳐 줄 수 있지 않냐”고 대들었다가 ‘노량진의 장그래’ 노그래라는 굴욕스런 별명을 획득한 인물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성격 때문에 온갖 귀찮은 일거리를 떠맡게 되고 이리저리 치이지만, 긍정적인 성격으로 다시 일어서는 캔디 같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얼핏 보면 ‘혼술남녀’ 속 박하선의 대표작 중 하나인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속 착하고 마음이 여려 늘 남을 먼저 배려하는 통에 몸이 피곤한 박하선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이로 인해 박하선이 ‘혼술남녀’에서 박하나 역으로 캐스팅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자가 복제 하는 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처음에 저도 ‘하이킥’ 속 박하선과 너무 비슷한 건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하이킥’ 속 박하서는 귀엽고 욱하는 캐릭터였으면 ‘혼술남녀’ 속 박하나는 조금 더 나이를 먹고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캐릭터라고 봐요. 박하선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를 내려놓고 연기를 했고, 그래서 더 박하나에 애착이 갔던 것 같아요.”
박하선은 초반에 나왔던 우려의 목소리가 무색하게 ‘하이킥’ 속 박하선과 또 다른 박하나를 만들어 나갔다. 연기에 대한 대중의 평이 좋았다고 칭찬을 하자 박하선은 “시청자 분들이 제 연기 기대를 안 해주셨던 덕분에 더 좋게 봐주시고 공감해 주셨던 것 같다”고 답한다. 너무 겸손한 대답인 것 같다고 말하자 도리어 박하선은 고개를 저으며 “제가 댓글을 좀 보는 편인데, ‘박하선이라 기대가 안 된다’라고 하신 걸 봤다”고 말했다.
“그래도 댓글에 상처를 받거나 하지는 않아요. 대신 제게 필요한 조언은 새겨듣는 편이에요. 많은 분들이 제 연기와 관련해 발성과 발음을 많이 언급하시기에, ‘혼술남녀’를 하기 전 발성, 발음 공부도 많이 했고, 대사를 할 때 더 많이 신경을 썼어요. 이번에 살을 뺀 것도 사람들이 빼라고 해서 뺀 건데, 너무 많이 뺐나 봐요. 너무 말랐다고 말씀들을 하셔서 살을 조금 찌워야 할 것 같아요.”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을까요. ‘괜찮아 잘될거야’라며 힘을 내고자 하지만, 정작 내 앞에 놓인 현실의 벽은 높고, 그렇다고 해서 앞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극중 박하나는 정규강사가 아니었잖아요. 저희 직업도 마찬가지에요. 작품을 할 때나 직업이 배우이지, 일이 없으면 백수나 다름없죠. 그런 부분에서 하나와 저의 비슷한 점을 찾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후에는 2년 간 쉬면서 느꼈던 서러움을 다 담았죠.”
박하선이 ‘혼술남녀’ 속 박하나라는 인물에 정을 주었던 이유는 또 하나 있다. 극중 배역의 이름을 자신이 지었던 것이다. ‘힘찬 국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을 고민하던 끝에 나온 이름이 박하나였다고 고백한 박하선은 “제가 이름을 직접 지어서 그런지 더욱 정이 가더라”고 말한 뒤 해맑게 미소 지었다.
“박하나라는 캐릭터에 정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이름도 제가 지었을 뿐 아니라 실제 제 모습이 많이 들어가 있거든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모든 일이 다 내 생각처럼 되지는 않는다는 것 깨닫게 되잖아요. 인기를 경험한 뒤 그것이 사라졌을 때 느끼는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됐죠. 그리고 기약 없는 휴식 속 비집고 들어오는 우울함에 힘들어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혼술도 많이 했는데, 그러면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가 그동안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후 저를 사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슬프면 펑펑 울다가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안아주고, 내 이름을 넣어서 ‘하선아 괜찮아 잘 하고 있어’라고 위로하기도 했죠. 그리고 나서 했던 말이 ‘하선아 가자, 못 먹어도 고’였어요.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박하나라는 인물이 느끼는 감정에 많이 공감을 하고, 덕분에 진심으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계속해서 공백기 동안 ‘힘들었다’고 말하는 박하선에게 ‘수많은 힘듦 중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한 것’ 하나만 말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하선은 ‘앞날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누군들 다 똑같겠지만, 다들 앞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살잖아요. 지난 공백기가 길어진 이유 중 하나가 하려고 했던 작품이 엎어지면서였거든요. 안 좋은 일은 연이어서 일어난다고, 작품이 엎어진 이후 모든 것이 될 듯 안 될 듯,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들을 쉬게 됐어요. 사실 쉼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있는 상태에서 쉬면 ‘방학’인데, 그런 게 없으면 ‘무직’인 거잖아요. 쉬는 동안 혼자 낚시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했는데, 여전히 일은 안 풀리고, 그렇게 시간을 하염없이 가고…그래서 쉬면서 저를 위로하는 반면, 반성하는 시간도 보냈어요. 그동안 제가 무엇을 잘못했고 놓치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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