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흔하지 않은 혼성 밴드. 그리고 연애를 하는 것보다 유지하기 어렵다는 밴드를 무려 10여년간 지켜왔다. 그 자체만으로도 뷰렛이 지닌 가치는 남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7년 만에 발매된 뷰렛의 정규 3집 ‘세계의 끝’은 반가움과 만족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앨범이다. 요즘 같이 매일 신곡들이 쏟아지는 싱글 시대에 뷰렛의 이번 앨범엔 무려 18곡이 수록되어 있다. 신곡 9곡과 작년에 발표했던 싱글들을 함께 묶어 2CD로 발매했다.
“2집 앨범을 낼 때까지만 해도 회사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 뒤에 멤버들끼리 휴식기를 가졌고 2014년에 다시 뭉치게 됐다. 저희가 활동한 시간에 비해서 앨범수가 적긴 하다. 그래서 작년에 한달에 한 곡씩 싱글을 내면서 몸을 풀었고 다 아끼는 곡이라서 앨범 형태로 내고 싶다는 생각에 3집을 발매했다.”(문혜원)
↑ 사진=딜라이트뮤직 제공 |
앨범명과 같은 타이틀곡 ‘세계의 끝’은 고통 받는 하나의 세대가 끝나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오는 내용을 담아낸 곡이다. 모든 이야기의 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프리뷰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파워풀한 곡이다. 뷰렛이 앞으로 나아갈 전초기지 같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1집이 클럽에서 라이브를 했던 곡으로 선정해 거친 느낌이 있다면 2집은 과도기적 앨범이다. 전 거칠고 어두운 곡을 좋아했다면 교원이는 아예 밝고 신나는 스타일을 좋아했다. 2집은 그게 정리가 안 된 느낌이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어 대중적인 느낌이 있지만 짬뽕된 아쉬움이 많은 앨범이라 잘 안 듣는다. 이번 앨범은 뷰렛이 앞으로 보여줄 전초기지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뷰렛이 보여줄 음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운드에도 돈을 많이 들였고 나이도 들면서 가사도 성숙해졌다.”(문혜원)
앨범은 나오지 않았지만 공연은 꾸준히 해왔던 뷰렛은 어느 순간부턴 팀 보다는 개인적인 활동에 집중했다. 보컬인 문혜원은 뮤지컬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드럼 엄진용은 많은 가수들의 세션으로, 베이스 안재현은 평생 꿈이었던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기타 이교원은 초신성, 달샤벳 등 다양한 가수들의 곡에 참여했다. 각자의 삶에 충실하고 있었지만 다시 뷰렛을 해보자는 문혜원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들 오래 밴드생활을 하면서 지친 게 있었다. 근데 뮤지컬을 하면서 제가 다시 느낀 건 제 아이덴티티는 어디에 있는가였다.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것도 좋지만 내 이야기를 하는 걸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멤버들에게 욕심내지 않고 편안하게 다시 해보자고 했는데 다들 흔쾌히 해줬다. 처음엔 다 내려놓고 시작했는데 앨범도 나오고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문혜원)
“개인 세션 활동을 계속 해왔다. 연주자들이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지만 세션과 밴드 음악은 다르다. 악보나 정해진 음악을 연주하는 세션과 달리 밴드는 제가 하고 싶은대로 표현할 수 있어서 공백기 동안 밴드 생각이 많이 났다. 좀 더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싶었다.”(엄진용)
“공백기 동안 기타도 가르치고 편곡 작업도 많이 했다. 일본과 대만 가수들에게 곡을 주기도 했다. 자기계발 수단이 됐다. 밴드가 없으니 제 하찮음을 더 느꼈다. 실용음악과 출신도 아니라서 그걸 대체할만한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작업실에서 귀뚜라미처럼 미디 작업도 열심히 배웠다.”(이교원)
회사에서 만들어주는 아이돌도 7년을 넘기기 힘든 시대에 음악적 개성이 각기 다른 멤버들이 뭉친 밴드가 10여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안재현은 다들 우유부단해서 팀을 지금까지 유지했다고 농을 쳤지만 멤버들은 물과 기름처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밴드를 바라보는 방향성은 공통적으로 같았다.
“다들 성격이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편이다. 제가 뮤지컬을 하면 다른 팀 같은 경우는 싫어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밴드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인데 뷰렛 멤버들은 정말 가족처럼 잘 됐다고 응원해주고 기다려준다. 제가 없을땐 교원이가 리허설을 하고 다 체크한다. 재현이가 유학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4명의 성향이 전혀 다르고 공통점이라곤 없다. 근데 4명이 발을 맞춰서 달리면 누군가 못 달리면 나머지 세 명이 늦춰주는 느낌이다. 세월이 더해지면서 좀 더 이해를 하게 됐다. 개인의 행복이 팀의 행복이라는 생각이 있다.”(문혜원)
현재 음악시장을 평가한는 음원차트에서 높은 순위에 올라가고 싶다는 소망은 뷰렛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뷰렛의 성공 기준은 아니다. 밴드를 시작할 당시 꿈꿔왔던 오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이룬 것 자체만으로 뷰렛은 성공을 거뒀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뷰렛 반응’을 이뤄냈다.
“얼마 전에 SNS에서 그런 글을 봤다. 저희 공연을 본 분이 사진을 올렸는데 ‘뷰렛이 아직도 음악을 하고 있구나’라는 댓글을 봤다. 그걸 보면서 밴드의 생명은 지속성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과 뷰렛을 했었다면 그냥 솔로 앨범을 내지 뷰렛으로 나오진 않았을 것 같다. 이 멤버들과 함께 하는 게 의의가 있다. 저에겐 형제, 자매고 제가 죽으면 영정사진을 들어줄 사람들이다. 멤버들이 바뀌었다면 뷰렛을 유지하는 데 의미가 없을 거다. 무대에서 4명이 눈을 마주칠 때 행복하다.”(문혜원)
“음악을 시작했던 때나 지금이나 전 둘 다 성공했다고 본다. 초반에 공연을 가면 돈도 주고 큰 공연에도 설 수 있어서 묻어가는 면이 있었다. 근데 서울에서 가장 좋은 실용음악과를 나왔는데 동기들은 다 음악을 안한다. 과에서 10%도 음악을 안 한다. 그래서 이 멤버들이 만난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편하게 음악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난 게 가장 큰 성공이다.”(안재현)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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