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일일드라마의 시청률을 넘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올해는 KBS 2TV 일일드라마 ‘여자의 비밀’이 배우들의 호연과 숨막히는 전개에 힘입어 ‘채널 고정’의 위엄을 이뤄냈다.
‘여자의 비밀’ 인기의 중심에는 배우 오민석이 있었다. 오민석은 ‘여자의 비밀’에서 21세기에 다시 없을 순정남 유강우 역을 맡아 강지유(소이현 분)만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줬다.
드라마 마지막회 촬영을 막 끝낸 오민석을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드라마 촬영 중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촬영 중엔 ‘끝나면 너무 시원하겠다’는 생각만 앞섰어요. (소)이현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런데 드라마 끝나고 나니까 너무 적적하고 허전하네요. 습관처럼 일어났다가는 시계를 보고 다시 자리에 눕곤 해요.”
“아주머니 팬을 비롯해 어르신들이 많이 알아봐주세요. 그게 예전과는 다른 것 같아요. 아무래도 트렌드 드라마와는 다른 일일 드라마만의 장점이 아닐까요? 친근감 있게 다가와 주시니까. 가끔 과감한 표현을 하시면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알아봐주시는 건 너무 감사해요.”
오민석는 ‘여자의 비밀’ 방영 내내 캐릭터가 참 답답하다는 댓글을 받았다. 우직하고 하나만 생각하는 유강우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냈기에 받았던 댓글. 그는 “유강우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여자의 비밀’이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캐릭터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댓글을 보니 ‘무능력하다’, ‘발암 캐릭터다’란 말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캐릭터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예요. 유강우가 존재 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했고, 작가 선생님의 의중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유강우가 답답하지 않았다면 드라마가 더 일찍, 70회 쯤에 끝났겠죠? 하하.”
10년간의 내공이 느껴졌다. 예전엔 캐릭터를 보호하고 싶은 성향이 강했다는 오민석은 “나이를 먹으면서 ‘연기를 하면서 욕을 먹을 수도 있지. 사랑만 받는 캐릭터만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들이고 나니 캐릭터가 더 풍부해진 것 같다”고 그간의 변화를 전하며 “캐릭터가 욕을 먹었다는 건 연기를 잘했다는 거 아니겠냐”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배우는 항상 앞선 작품이 중요하고, 행보가 중요해요. 10년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이제는 어떤 역할이나 캐릭터가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에요. 이를 이해해고 연연하지 않고, 본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이젠 본질적인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니 연기에 집중해야죠.”
shinye@mk.co.kr/사진=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