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서 제가 그렇게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극중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는, 그래서 독신주의자가 돼버린 ‘은주’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냐는 말에 그녀는 이같이 운을 뗐다.
연극 ‘사랑에 스치다’는 사람과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세 인물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성현아는 극중 자유로운 독신주의자 ‘은주’로 분한다. 전작들에서 선보인 세련되고 화려하고 강렬한 캐릭터가 아닌,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잔잔한 연기를 선보인다.
복귀작으로 ‘사랑에 스치다’를 선택한 이유를 물으니 “워낙 연극에 대한 꿈이 있었던 데다, 정형석 연출님의 편견 없는 시선이 너무 감사했다. 작품이나 캐릭터 면에서 내가 지금껏 해온 것과는 전혀 달라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나를 닮은 은주가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은주는 30대 중반의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에요. 겉으로는 항상 밝고 행복해보이지만 사실 자신의 속마음을 남에게 잘 털어놓질 못하죠. 내면의 상처를,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꺼내고 보여주는 걸 두려워하는 인물이에요. 망설임이 많고 속으로 삭히는 면이 저와 많이 닮았죠. 그 동안 주로 세련되고 카리스마 있는, 나쁘거나 센 그런 역할만 해오다 은주를 만나니 너무 새로웠어요. 저를 선입견 없이 봐주신 연출님께 감사했고, 배우로서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돼 감동이었죠.”
“연령대와 캐릭터 설정상 목소리를 조금 더 경쾌하게 해야 했고, 관객들과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기 때문에 과장된 연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해야 했어요. 오랜만이라 어색하면 어쩌나 걱정됐지만, 의외로 너무 재미있고 즐겁더라고요. 은주의 마음에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고 덩달아 함께 편안해지기도 했어요.”
은주 보다 조금 더 연장자이자, 더 굴곡진 삶을 살아본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성현아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저 역시 여자로서 그렇게 성공한 삶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더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젊은 시절, 망설였던 게 참 많아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모든 일은 다 때가 있고,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여행이든 뭐든.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저 두려워하고 휘둘리고 망설이기만 하다 보면 시기를 놓치게 되고, 그러면 진짜 내 인생을 못 찾게 돼요. 자기중심, 소신이 있어야 후회 없는 젊은 날을 보낼 텐데, 은주에게 그런 말을 해주고 싶네요.”
끝으로 연극 무대 이후 계획을 물으니 “그저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다시금 미소를 보였다.
“어떤 역할이든, 어떤 작품이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달려갈 마음이에요. 악랄한 악역이나 망가지는 것도, 우습거나 상스러운 연기도 모두 자신있어요. 이전보다 좀 더 성숙하고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이렇게 다시 관객들을 만나게 됐고 이 무대를 계기로 다시 많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연극 ‘사랑에 스치다’는 사람을 만나 상처를 받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치
오는 15일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개막한다.
사진 강영국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