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젊은 수현 役
배우 변요한이 강렬한 로맨스를 펼친다. 한 남자가 수십 년 전 과거로 돌아가 젊은 자신을 만나고, 과거에 가장 후회됐던 순간을 바꾸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펼치는 인생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사랑했던 여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연아(채서진)와의 로맨스는 물론, 선배 김윤석과의 브로맨스 또한 좋다.
변요한은 "원작소설을 읽고 너무나 좋았다"며 "소설 속 주인공이 여자를 너무 사랑하는데 그걸 내가 잘 표현해야 30년 후의 갈증도 풀어진다고 생각했다. 연아가 내게 어떤 사람인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니 고민을 하면서 솔직한 남자이고 싶은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일편단심 순정파"라고 밝힌 그는 본인의 사랑 경험이 녹아있진 않지만 "정말 좋아하는 연아라는 인물 자체로만 보고 사랑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원 없이 연아를 사랑했다. 일부러 채서진이 다른 작품에서 연기한 모습을 찾아보지 않았다. 캐릭터로만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론 시사회에서 "편하게 원 없이 사랑했다"고한 이유이기도 하다.
1986년생인 변요한은 영화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1985년의 기억이 없으니, 아버지 사진이라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의 아버지는 퍼거슨 감독을 닮은 것 같은데 과거의 모습은 약간 날카로우시더라"고 웃었다. 당시 대부분이 좋아했던 가수 故김현식 노래도 언급하면서 "수현이 김현식 가수의 노래를 좋아한 게 외로워서라고 생각했다. 연아와 헤어지면서 제일 먼저 꺼낸 건 항상 담배였다. 모든 걸 내려놓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윤석과의 연기는 행복했다. 사실 "무섭다" "어렵다"는 소문이 들렸으나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섬세하고 꼼꼼히 챙겨준다는 느낌"이었다. 변요한은 "진짜 30년 전의 자신을 대하는 것처럼 날 대했다. 진심으로 얘기해 좋았던 기억"이라고 짚었다.
"김윤석 선배와 호흡을 위해 제가 노력한 부분은 거의 없어요. 제가 살갑게 못 붙는 성격이거든요. 그냥 저는 사적인 이야기보다 작품을 충실하게 이해하고 와서 선배와 작품으로 소통할 때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본질적으로 그리 통화면 되니 그렇게 하려고만 노력한 것 같아요."
"사단이나 패밀리로 불리는 게 좀 이상해요. 그냥 친구거든요. 그런데 전 남자들에게 더 로맨티스트인 것 같아요(웃음). 10~20년 된 친구들이 많죠. 마음 맞는 게 어렵잖아요. 은연중에 노력하는 게 많죠. 그런데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힘들고 외로울 때 만나 장난도 치고 그러면서 연기할 때는 격려하고요. 돌아가면서 대본을 다 봐줘요. 집중 못하면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니 감사하죠. 우리끼리 '평생연기할 수 있다'고 하면 안일하고 자만이잖아요. 좋은 메시지를 전하는 등 작품에 최선을 다하자고 해요. 그러다가 내기해서 피자 시켜 먹기도 하고요. 하하하. "
김윤석은 강동원, 유아인, 하정우 등 남자배우들과의 케미도 좋았고, 흥행도 이끌었다. 변요한이 김윤석과 호흡을 맞추며 바라는 게 있었을까?
"전 앙탈을 많이 부렸다고 해야 할까요? 김윤석 선배의 연기는 연극영화과 학생들에게 교과서 같아요. '추격자', '타짜' 봤을 때 대단하다고 느꼈거든요. 선배는 솔직하게 오픈하는데 그런 게 큰 배려인 것 같아요. 선배가 시작하기 전에 '치열하게 연기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게 뭔지 보여주시기도 했고요. 현장에서 정말 외로워 보이셨는데 그 고민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 감사해요. 안일하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이 들어서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김윤석 선배의 그런 마음이 상대와의 '케미'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변요한과 김윤석은 '브로맨스' 호흡을 선보이지만 닮아 보이는 지점도 있다. 그는 "처음 공중전화 부스에서 만날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믿게 되는 순간이 있더라"며 "30년 뒤에 왜 내가 나를 찾아왔을까가 본질적인 숙제였는데 완벽하지는 못해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조금씩 쌓이면서 익숙해졌다. 관객들이 닮았다고 해주면 역할상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좋아했다.
"미래에서 와서 해줄 말도 없을 것 같고, 과거의 내가 그 말을 듣지도 않을 것 같아요. 그냥 내 상태만 보고 가고 싶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처럼 자기도 모르게 김현식 음악을 듣고, 사랑하는 연아가 있고, 담배가 위로를 해줬고 고독감도 충분히 느끼며 의지한 게 있으니 그것에 대한 존경을 해준다고나 할까요?"
변요한은 현실에서 외로울 때 위로가 되는 게 무엇이냐는 말에 "노래방에 가는 걸 좋아한다"며 "어머니가 악기를 잘 다루시는데 중국에서 유학했을 때도 피아노 있을 곳을 찾아다니고, 군대에서도 피아노 반주를 했다. 말이 안 통하고 말하기 무서울 때 노래를 부르는 게 힘이 된 것 같다"고 웃었다.
변요한은 영화계에서 나름 잘 달려가고 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하면 할수록 어렵고 힘들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사실 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아마도 변하지 않는 숙제일 것"이라며 "엄청난 고민과 항상 '이게 맞나?'라는 생각은 모든 것이 소중하기 때문에 계속되는 갈등과도 같다. 아무래도 죽는 순간까지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제가 단편영화를 찍다가 대중을 만날 기회가 생겼잖아요. '다시 독립영화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단편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선배들이 이후 단편 선택을 잘해야 한다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미생' 끝나고 단편영화를 시도해봤는데 어렵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끝나고 나면 재미있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